이 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썩어들어가기 직전의 표정으로 내 한심한 부관을 노려봤다.

 이세계와의 전쟁,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계간전쟁이 시작된 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 부관은 여전히 이 나이만 쳐먹은 똥쓰레기고 나는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소드마스터 특례로 20대에 부대 지휘관이 되면 뭐하나.

 30대가 될 때까지 남자친구 한 번 못 사귀어 보고 전쟁터만 전전하고 있는데.

 "뭔 소린지 말해봐. 랜..뭐 웨어? 옷을 말하는 건가? 일종의 저주 받은 촉수옷 처럼?"

 그러고 보니 그런 무기, 아니 트랩이 있긴 하다.

 던전 안에서 멋 모르고 집어입은 여자 모험가들을 능욕하는 그거.

 나와 같이 모험가를 시작한 동기생 중 한 명이 그거에 미쳐서 아직도 뱃 속에 촉수인지 뭔지를 넣고 다닌다.

 다 좋은데 제발 밥 먹을 때 만큼은 눈깔 뒤집고 부힛부힛 거리지만 말아줬음 좋겠다.

 여하간.

 그걸 이세계에 어떻게 퍼뜨리자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게이트를 넘어가기는 커녕 우리 대륙 지키기에도 급급한 실정인데.

 아니지, 그 정네 퍼뜨린다고 해서 저 녀석들이 그걸 입어보기는 할까?

 "저 쪽은 맨날 똑같은 초록색 천옷만 입던데 저 녀석들이 그걸 입겠냐?"

 "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부관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나를 바라봤다.

 "대장님 랜섬웨어 모르십니까?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같은 건데..."

 "...어?"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컴피..컴퓨..그래 컴퓨타. 최근 이세계에서 들여와서 우리 부대에서도 만지작 거리고 있드랬지.

 근데 그 안에 병균도 살 수 있나? 그냥 테트리스하는 기계 아니었어?

 부관이 나를 바라보느 눈매가 점점 더 가늘어진다.

 나는 황급히 낯색을 바꾸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아 아! 그래! 랜선웨어! 랜선웨어 말이지! 알고 있다. 요 전 번에 병사들이 랜선웨어에 걸린 동료들을 격리하는 걸 보았지.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인 모양이더군."

 "병사를 격리시켜요?"

 "시발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

 "왜 갑자기 성질이십니까!?"

 나는 일단 이세계 지구본을 부관에게 집어 던졌다.

 저 놈이 날 의심하지 않게 만드려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생존본능이라던가.

 별 효과는 없었다.

 부관이 나보다 강해서.

 내가 졌다.

 나는 부관에게 5분 가량 목검으로 얻어맞은 후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부관의 브리핑을 경청했다.

 "그러니까 그 랜섬웨어라는 건 약 20여년 전에 인간 세계에서 유행했던 일종의 바이러스같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