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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친구, 달팽이를 구워먹었습니당.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1.21 14:36:11
조회 6472 추천 91 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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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먹고 싶어서 만들어 본 에스카르고 알라 부르기뇽(escargot a la bourguignonne). 

풀이하자면 부르고뉴식 달팽이 요리입니다.

준비물은 달팽이 통조림, 샬롯, 마늘, 버터, 파슬리, 빵가루, 화이트 와인입니다.

샬롯은 양파와 비슷한데 크기가 좀 더 작고 마늘처럼 갈라지는게 특징입니다. 맛도 양파와 마늘의 중간 쯤 되는 맛이 납니다.

그래서 샬롯을 구하기 힘들 경우 비슷한 분량의 양파와 마늘 약간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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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통조림에서 꺼낸 다음 물로 한 번 깨끗이 씻어줍니다.

진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살아있는 달팽이를 직접 손질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달팽이 공수하는게 쉬운 일이 아닌지라 대부분의 경우 그냥 통조림을 사용합니다.

달팽이는 어딜 가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 독성이 없는 달팽이를 걸러내고, 

또 너무 작아서 먹을 게 없는 달팽이 종류를 걸러내면 식용으로 쓸만한 종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에스카르고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헬릭스 포마티아 종인데 

포도나무 잎을 좋아해서 와인을 많이 만드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많이 잡혔습니다.

그러다가 소중한 포도나무 잎을 갉아먹는 달팽이에게 분노한 농부들이 잡아먹으면서 '부르고뉴의 달팽이' 요리가 유명해졌고, 

시간이 지나 에스카르고 요리가 고급으로 인정받으면서 워낙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지금은 오히려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찾기 힘들게 되어버렸지요.

양식도 잘 안되는 녀석들인지라 자연에서 채취하는 수밖에 없는데, 

예전에는 전 유럽에 바글대던 달팽이들이 환경 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중앙 유럽쪽에서만 채집해서 수요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식이 쉬운 다른 종(프티그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크기가 작아서 맛이 덜하고 좀 저급품 취급을 받지요.


팬에 버터 약간을 녹이고 다진 샬롯을 넣고 볶다가 달팽이를 볶아줍니다. 

화이트 와인을 뿌려서 졸이면 달팽이는 준비 완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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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온에 둬서 물렁해진 버터에 파슬리와 마늘을 다져 넣고 빵가루를 뿌려서 섞어줍니다.

마늘빵 만들 때와 거의 비슷한데, 다른 점이라면 말린 파슬리를 약간 뿌리는 대신 생 파슬리를 왕창 사용한다는 게 차이입니다.

버터가 거의 녹색으로 보일 정도로 파슬리를 많이 넣습니다.


달팽이 껍질에 조리된 에스카르고를 넣고 마늘버터를 입구쪽에 꾹꾹 눌러가며 채워줍니다.

껍질에 든 살을 뽑아먹는게 나름 에스카르고 요리의 재미 중 하나다보니 달팽이 껍질만 따로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달팽이 껍질을 구하기가 힘들다면 그냥 에스카르고 조리용 접시에 달팽이 고기를 담고 그 위에 버터를 덮어줘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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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채운 달팽이를 도자기로 만든 에스카르고 접시에 담아 오븐 그릴로 구워줍니다. 

에스카르고 접시가 없을 경우 오븐 가열이 가능한 일반 접시에 소금을 수북히 올리고 그 위에 달팽이를 얹어서 굽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건 달팽이 껍질이 굴러다니면서 버터가 다 흘러내리는 참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한 번 조리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오래 구울 필요 없이 버터가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만 구워주면 됩니다.


사실 인류가 달팽이를 먹은 역사는 꽤나 오래 되었는데, 선사시대 동굴 유적에서 먹다 버린 달팽이 껍질이 나오는 것이 증거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활도 없는 원시인들이 그나마 손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게 느리고 껍질도 약한 달팽이였을테니 말이죠.

로마 시대에는 나름 고급 요리재료 취급을 받았고, 최초의 요리책 중 하나라고 인정받는 '아피키우스'에서도 달팽이 조리법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에스카르고 요리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르고뉴식 에스카르고는 19세기 들어서 앙토넨 카렘이라는 요리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외무부 장관은 천재 외교관이었던 샤를 모리스 탈레랑이 맡고 있었는데,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더 1세를 맞이하는 연회에서 부르고뉴 달팽이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것을 지시했고

앙토넨 카렘은 이를 위해 담백한 달팽이의 맛을 보조하는 마늘, 버터, 파슬리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내지요.

탈레랑과 카렘의 콤비는 요리 외교라고 불릴 정도인데, 특히 나폴레옹 몰락 후 프랑스의 운명을 결판짓는 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며 분위기를 주도해서 프랑스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낸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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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르고 요리를 먹을 때는 전용 집게를 사용합니다. 

이게 힘주어 누르면 오히려 벌어지는 집게인데다가 달팽이 껍질이 둥글둥글해서 처음에는 제대로 못 잡고 튕겨나가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껍질을 손으로 잡고 먹는건 테이블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하니 주의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갓 구워낸 달팽이 껍질은 엄청 뜨거워서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만요.

집게로 잘 잡아서 조그만 포크로 속살까지 찍어서 마늘버터와 함께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으... 달팽이를 어떻게 먹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달팽이 요리는 우리에게도 나름 친숙한 맛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골뱅이가 달팽이와 맛이나 식감이나 심지어는 조리된 모양까지도 비슷하거든요. 

워낙 비슷한 점이 많아서인지 프랑스에서는 골뱅이를 지칭하는 단어가 'escargot de mer', 즉 바다의 달팽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프랑스에 여행갔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 3대 요리라고 기대하며 에스카르고를 먹고는 "이거 골뱅인데?" 한다고들 하지요.  

버터 조개구이에서 조개 대신 골뱅이를 사용하면 에스카르고와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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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를 먹는다고 하면 항상 생각나는 것이 이다도시와 로버트 할리의 개고기 논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홍렬 : 할리씨는 보신탕 드셔 보셨어요? 

할리 : 당연히 무그바찌예, 억씨로 맛있었쓰예∼. 

이다도시 : 오... 그걸 어떻게 먹어요? 

할리 : 맛있기만 하든데예. 머. 

홍렬 : 몇 번 먹어 보셨나요? 

할리 : 마이 무그봤으예. 우리 장모님이 여름되면 마이 해주지예! 

이다도시 : 어머 짐승들. 아니 어떻게 개를 먹어요? 오∼ 마이갓! 

할리 : 즈그들은 달팽이도 무그면서 개 묵는 거 가꼬 난리고. 

이다도시 : 어머 이 짐승들. 개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친구에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할리 :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지예∼

- SBS 이홍렬쇼 (1997) 중에서


이 토론에서 로버트 할리가 사투리와 함께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서양사람 포지션을 굳히면서 인기가 급상승 했지요.

그런데 사실 이 토론은 다 작가들이 대본 써서 일종의 연기를 한 거고, 

실제로는 당시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하면서 논란이 커진 이슈에 편승한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개고기를 먹는 거나 달팽이를 먹는 거나 결국 그 나라의 고유한 환경에 의해 정착된 문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기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는 없는 거지요.


그러고 보면 새로운 요리를 먹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욕구가 아니라 탐구심과 포용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기준에 맛있는 것만 찾아먹는 것보다는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시도하고, 

그 요리의 맛과 이에 얽힌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세계를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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