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계란프라이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자취 시작해서 정말이지 조리된 음식이라 할 수도 없는, '재료를 넣고 가열한' 수준의 식사를 몇년간 하면서 차차 요리를 배웠는데, 그땐 식재료에 대한 개념도 레알 없어서 그냥 마트 가도 감자나 양파 같은거나 사들고 오고 그랬음.

베이크드빈 까서 거기 피망이나 파프리카, 양파도 넣어보고 별지랄을 다해도 가열한 식재료 수준에 못 벗어나 버리고싶은 마음과 같이 눌러담았고, 카레도 감자나 양파 썰어 넣고 왜 그리 맛이 없는지도 모르고 먹었는데 여기 파와 마늘을 추가하고 나서부터 삶의 질이 믿지 못 할 만큼 좋아짐

그냥 마늘이 안들어간건 한식이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 덧붙여 국물음식에 파가 없으면 마찬가지로 음식같은 맛도 안 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냥 알게뭐야 있는 것 넣고 끓이자 잡탕찌개 돼지고기, 양파, 감자, 고추장, 간장, 후추, 마늘 넣고서 맛 안날때 거기 파만 하나 추가해도 그게 재료를 가열한 수준에서 음식으로 거듭나더라. 그래도 맛이 안나거든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넣으면 국물맛이 깊어지고.

그러고보면 한식은 양념이 대부분 비슷한 것 같아, 마늘이랑 간장 고추장 설탕(물엿) 여기에 음식따라 참기름 정도 더하면 감자찌개랑 닭도리탕(난 국문과 나온 입장에 닭볶음탕으로 '순화'된거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음, 음식 한 번 안해본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저들끼리 정한거라 볶는 과정이 없는 음식이 볶음탕이 되어버렸어. 닭도리탕의 도리가 '새'의 일본어라는 증거도 없고), 떡볶이, 육개장, 감자조림, 제육볶음, 비빔국수의 양념이 되어버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