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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단편] 황제모바일에서 작성

45AC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18 01:13:34
조회 510 추천 27 댓글 10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kESRS

"명백한...패배입니다..."



바로크식으로 꾸며진 화려한 궁성 속 깊은 지하 회의장 안에서 제복을 갖춰 입은 참모진과 그에 대비되게 꾀죄죄한 몰골로 앉아있는 황제가 원형 탁자에 앉아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전황에 대한 회의, 정확히 말하면 참모진들이 저 볼품없어진 황제에게 패배를 인정시키고 있는 중이였다.

황제는 그동안 많이 초췌해졌다.   다부진 체격은 항상 좁고 구부리며 살아서 작아져 보였으며 정리하지 않은 더부룩한 머리와 깎지 않아 보기만 해도 까끌까끌해 보이는 턱수염이 눈에 띄었다.  칙칙해진 피부와 심하게 빠진 볼살 덕에 광대는 더욱 돋보여 보였고 두 눈은 퀭해진 채로 썩은 동태눈깔 마냥 생기가 없었다.  분명 불리한 소식이 들어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소화계통에 문제가 생겨 식사도 잘 못하고 머리나 수염을 깎는 시간조차 아깝다며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이상을 상상하고 있는 아주 이상한 취미생활을 하는데 사용했다.

황제는 패배를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기 싫었다기 보단 이 사실 자체를 현실로 믿고싶어하지 않아했다.   그 이전과 이후에 히틀러, 니콜라이 2세, 진시황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어떤 독재자던 한치의 틀림도 없이 보이는 반응을 바로 이 국왕도 똑같이 따라하고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앙리 백작의 리옹 연대를 찾았다. 왜인지는 아무도, 심지어 황제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냥 생각나서 찾았다.



"파리 동북부 방어군... 앙리... 앙리 백작의 리옹 연대는 어디 있소?"


"폐하. 파리 북부 12km 전선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장 앙리에게 전하시오.  리옹 연대와 황실 연대는 지금 당장 각각 북부와 남부를 돌아 적의 후미를 위아래로 협공하라고. 황실연대는 훌륭한 기병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적을 막아낼 수 있을것이오."


"폐...폐하... 리옹 연대에는 방어에도 벅찬지라 적의 후미를 칠 병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황실 연대는 기병의 상당수를 상실했습니다.  지금 전선을 방어하기에도 바쁩니다."



장군의 매우 부정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에 황제는 그동안 유지하던 평정심을 한번에 잃고 나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뭐야? 이 새끼야? 최정예 황실 창기병 1개 연대가 고작 적 보병 2개 연대에 쓸려나갔다고?  이걸 말이라고해?"


"어 그러니까..."


"황실 창기병이..."


"어제 급습을 당했습니다.  2개 대대는 전멸 혹은 항복이고 1개 대대만이 남아 3km 후방 지점에서 방어선을 꾸렸습니다."



황제 화를 참지 못하고 작전지도가 펼쳐져 있던 책상을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 꽂았다.  어두운 지하실을 밝히는 촛불이 책상의 진동을 타고 흔들렸다.  이 때문에 촛농이 지도 위로 몇방울 튀어 굳어버렸다.

자신이 13 형제의 막내였지만, 잔머리만은 위로 12형제 뿐만 아니라 온 유로파에서 최강이라고 자부했던 그였기에 그는 더욱 분노했다.

그는 서열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타 형제보다 유난히 힘들고 고달픈 유년시절을 보냈다.

핍박과 괴롭힘에 힘들어 하면서도 그것이 거세질수록 꼭 자신을 이따위 상황으로 만든 모든 이들을 잡아 족치고 전세계를 발 밑에 조아리게 만들날 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그리고 그 복수와 야망이 섞인 소설책을 넘기며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자신을 업신여겼던 숙적 12형제를 모두 제거한 뒤 혼자 남은 허수아비 아버지에게서 천천히 정권을 찬탈하는 것이였다.

그가 아렌델에서 엄청난 사고를 치고 쫒겨나다시피 돌아왔을때도 그에게 사형선고는 무조건 내려질것이라는게 당연시됬지만 그는 그 필사로 쓰여진 오래된 성문법 책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감성팔이와 무기력함을 내세우며 형제들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천천히 차분하게 기회를 노려가며 복수의 칼날을 갈아 자신이 설 뻔 했던 그 교수형대에 형제들을 한명씩 머리에 자루를 씌우고 "저는 아렌델의 첩자짓을 했습니다."나 혹은 "저는 친코로나파로 조국을 저버렸습니다." 같은 글귀가 적혀있는 명패를 목에 걸어준 뒤 한명씩 자신의 형제들에게 모두 저승행 티켓을 끊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특별히 싫어했던 몇명은 자신의 발 아래에 조아리게 한 뒤 직접 권총으로 쏘아 화려한 무늬로 장식된 카페트에 피를 쏟게 했다.  그 뒤에는 당당히 자신들의 부하를 끌고 아버지가 지내던 루브르 궁으로 처들어가 화려하게 장식된 방문을 발로 차 부수고 그 안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던 자신의 아버지를  끌어냈다.  그날까지 국왕이던 그의 아버지가 지내던 루브르 궁에는 근위대와 그의 부하들의 시체가 굴러다녔지만 그는 그 광경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궁 밖으로 나가 부관에게 대관식 준비를 하라고 명했다.

이 일이 있자 단단히 화가 난 교황청에서 이건 패륜행위라며 심한 항의 문서를 보냈지만 그는 엿이나 먹으라며 욕설이 그득한 족자를 교황청에 보낸 뒤 자신만의 대관식을 즐겼다.   며칠 뒤에 교황청에는 그가 보낸족자가 하나 더 전달되었다.

그가 국왕이 아닌 "황제"로 즉위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족자를 교황청에 보내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업신여겼던 세상을 모두 자신의 발 밑에 조아리게 하겠다며 웅대한 전략을 결심했던 그였지만, 저 망할 아렌델의 젊은 여왕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엘사라고 하던가...? 그 씨발년 덕분에 내 웅대한 계획은 깨져 버렸어!  나이도 어린년이 감히!  그때 죽여버렸어야 됬어!  개썅년!  그 개망나니 동생년이 목숨 구해준 좆같은 일 덕분에 내가 이렇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그는 덥수룩하게 난 턱수염을 만지작 거리고 길어진 머리칼도 한번씩 만져보더니 갑자기 울컥 하고 신경질을 냈다.  분명히 저 잠깐의 시간에도 망상을 즐기는 그 요상한 취미행위를 하다가 자신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것이 생각난게 분명했다.



"폐하...고정을..."


"닥쳐! 니들도 저 망할것들이랑 다 한패야!  리옹의 앙리 백작이고 푸아티에의 조세프 후작이고 다 겁 많고 기회만을 노리는 기회주의자 새끼들이라고!  니들은 죽어도 싸! 아니 뒤져야 돼!"


"앙리 백작은 지금 전선에서 싸우고 계시고 조세프 후작은 현재 부상을 입고 치료중에 계십니다.  그들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ㅇ..."


"시끄러워!  니새끼들 모가지로 언젠가 내 궁전 한쪽 벽을 장식해주마!"



히스테릭한 황제의 반응에 일순간 회의장은 싸늘해졌다.  장군들은 무서운지 서로의 눈치만 볼 뿐 아무도 황제에게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   아른거리는 촛불에 그들이 차고 있는 화려한 금제 훈장들만이 번쩍거리며 저 황제의 성질머리만 빼면 너무나 고요한 지하실을 흔들었다.

그는 한번 역정을 내고 다시 꾹 입을 닫고 있다가 다시 말라서 갈라진 입술을 떼며 힘없는 목소리로 적 부대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위즐톤의 요크셔 연대는 어디가 있지?"


"파리에 이미 진입했다고 무방할 만큼 진출했습니다.  남부 파리는 현재 총격전이 한창입니다.  총사대가 조금만 더 버텨주었으면 좋겠군요."


"코...코로나 바이에른 연대는...? 어디에서 우릴 압박중인가?"


"아렌델군 골 연대와 함께 남서부에서 저희를 강하게 압박중입니다."


"그럼 그걸 막는 우리 군대는? 마르세유 연대와 스트라스부르연대는?"


"스트라스부르 연대는 개전 초기에 아렌델-코로나군의 협공으로 전ㅁ...아니 격파되어 분쇄되었고 마르세유 연대는 마르세유와 주변 지방을 지키다가 격파되었습니다."


"이 씨발!"



그는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고정하십시오 폐하."


"지금 리옹과 황실 연대를 빼고 연락 닫는 연대는 몇갠가?"


"르몽드 공작의 노르망디 연대와 샤를 남작의 리모쥬 연대가 전부입니다.  그나마도 믿을게 안됩니다.  르몽드 공작은 파리 동부에서 노르망디 연대를 가지고 미친듯이 압박공세를 가해오는 위즐톤 스코틀랜드 연대를 막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연대는 최정예인거 잘 아시지요.  저들의 킬트 치마가 나부낄때마다 저들의 적의 피로 강이 생긴다는 유언비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리고 샤를 남작은 아까 말한 바이에른-골 2개 연대를 원래 연대병력의 2/3 되는 병력으로 힘겹게 막아내고 있습니다."


"나머지 연대는?  오 제발 다 박살났다는 소리는 하지 말게."


"부르고뉴에서... 연합군을 맞아 대부분의 전력을 상실하고 전부 전멸상태입니다."


"에라이 개새끼들아! 니들 다 뭐 했어!"



황제는 다시 화를 내었다.

초반에 너무나도 순조로운 점령은 저 미치광이 전쟁광 황제의 기대치를 엄청나게 높여놨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황제의 군대는 아렌델-코로나-위즐톤을 제외한 유로파 전역을 지원온 아렌델과 위즐톤의 병력, 그리고 코로나의 군대까지 박살내고 베를린을 포함 코로나의 영토 60%이상을 점령했고 아렌델에 기습 공격을 가해 베르겐과 동부지방 일부를 점령했다.  이때문에 아렌델 왕실은 급히 북쪽으로 피신했으며 아렌델이 병력 파병은 고사하고 이미 반토막난 코로나 본토에 나가있던 병력부터 빼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였다.

그걸 보며 흐뭇해했던 황제는 아렌델-위즐톤의 연합함대에 자신의 배들이 모조리 박살나는것을 피투성이가 된 전령에게 보고받고 나서도 그는 야망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패배를 인정할 줄 몰랐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코로나, 덴마크가 모두 내 발 밑에 있는데 어찌 어찌!"



그는 상실한 영토를 아직도 자신의 차지로 여겼다.  실상은 연합군이 들어와 해방 분위기로 다들 축제를 벌이고 있었지만 저 꾀죄죄한 황제 혼자만은 아직까지 그 영토를 자신의 영토로 여겼다.



"폐하... 모두 상ㅅ..."


"다 꼴보기 싫어! 썩 꺼져버려!"



더이상 회의라는 이름하에 진행된 "패전 인정하기 수업"을 진행하기 싫었던 황제의 화가 섞인 명령에 장군들은 또각거리는 구둣굽 소리를 내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화려하게 장식된 방문을 열고 한명한명 나갔다.  문 밖에서 총을 들고 있는 황제의 부관이 문을 열고 나오는 장군들에게 의례적으로 경례했다.

그는 너무나 찬란했던 과거의 영예에 너무나도 집착한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살필줄 몰랐다.  자신이 아꼈던 뤽상부르 궁과 정원이 타국군에게 짓밟히고 자신의 초상화와 프랑스 곳곳에서 끌어모은 고미술품이 약탈당하고 있는 지금도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세워왔던 원대한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고작 정복대상 따위였던 세상이 자신을 발 밑에 조아리게 하려고 하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것이니까.



"나의... 나의 군대는 패배하지 않아... 절대로...
저 나약한 멍청이 새끼들..."



황제는 벽에 장식되어있던 샤를마뉴의 초상화를 퀭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초라하고 영토를 다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당당하고 기품있는 그의 초상화에 그는 고개를 떨궜다.



"어째서... 당신은 신께서 보우하시는데 왜저는 신이 살피지 않는 것입니까..."



그는 샤를마뉴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뒤 홧김에 방을 장식하던 커다란 청나라산 도자기를 있는 힘껏 땅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도자기가 바닥에 떨어지며 깨어져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부서진 조각들이 각자의 모양으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버지 대에 위즐톤에서 사신이 선물한 귀한 선물이였던 도자기지만 지금 그에게 그런 사소한 점 따위는 눈에 전헤 보이지 않았다.

산산히 부서져 바닥에 나뒹구는 청자 조각을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보고 있던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머리에 천천히 가져다 댔다.
어차피 계획이 실패할 것이면, 그따위로 추잡하게 사는것 보다는 멋있게 죽는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방 안에서 총성이 딱 한발 울렸다.


---

다운폴 보고 급하게 쓴 소설이라서 스토리 구조가 거의 모방수준으로 닮아있당

솔직히 차별화 두려고 했는데 나에게 전형적인 독재자의 모습은 히틀러의 모습에 가깝기에 그렇게 표현되는듯.

황제는 말안해도 누군지 알지?


-트루-러브는 프갤러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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