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는 일생지약 때의 언급이야. 모용창운의 기세를 받아낸 것이 대단하다는 언급으로 봐서는 아직 모용창운한테 안돼.

"배짱도 좋구나! 감히 이 모용세가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가운데에 선 악도군이 초로인의시선을 한 치의 물러남도 없이 받아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오."

청의 장삼을 휘날리며 다가오는 초로인이 악도군의 뒤쪽 흑풍에 늘어져 있는 고혁에게 눈길을 주더니 창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타고난 명운이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예와 법도를 무시하고 이어나가야 할 만큼 아쉬운 명줄인가! 어디의 문하이길래 그리도 구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무당파, 무당파의 제자요."

"허! 기도가 심상치 않더라니. 그러나 그 행동! 정도가 땅에 떨어졌구나!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것이 구파가 말하는 협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천천히 걸어오는 듯하더니 지척에 이른 초로인이다.

북경에서 본 적이 없는 자.

가까이서 마주 서려니 전해지는 압력이 굉장했다. 모용십수 중 하나라면 아마도 그들 중에서도 수위에 거론될 자가 틀림없었다.

"이야기를 할 상대는 자네가 아니었군."

단숨에 진가를 알아본다.

초로인이 계속 걸음을 옮겨 악도군을 지나치더니 명경의 앞에 섰다.

악도군의 눈가가 꿈틀했다. 아직은 모자란 악도군인 것이다.

초로인, 모용창운.

모용가주 모용도의 사촌으로 모용십수를 통괄하는 초절정 고수,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우연히 외원에 나올 일이 생겨 여기까지 나타났다지만, 본디 이런 사소한 일에 얼굴을 비칠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자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아낸 악도군이 도리어 대단하다고 할까.

악도군이 앞에 서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명경이다.

----------------------------------------------------------------------------------------------

두번째는, 해검지에서의 언급이야. 여기서는 모용수를 약간 앞서는 수준인 듯한데. 모용수는 모용도의 동생이고 모용창운은 모용도의 사촌이잖아...? 무공수준이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한데 그새 또 무공의 성장이 이루어진걸까?

보다 못한 모용수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악도군은 그마저도 태연하게 막아낸다. 분뢰일섬이라는 별호처럼 빠르게 내쳐오는 수고이었지만, 진무십삼권에는 강의 묘리 못지않은 쾌의 진결이 담겨 있어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두 절세 고수를 맞상대하는 무당파 젊은 고수의 신위.

일순간 그의 몸을 높이 띄워 두 고수의 공격을 피해내고는, 한그루 어린 백송 나무 옆에 내려앉았다.

누구도 무당을 가볍게 여기지 못한다.

해검지.

일권진산 악도군은 선언은 향후 수백 년을 이어가게 된 무당의 의지가 되었다. 그 무거움을 감당키 어려웠음인가. 전증패 뿐 아니라 모용수마저 일순간 악도군의 기파에 압도당하고 만다. 전신의 기도, 먼저 그 압력을 덜어낸 모용수가 앞으로 나섰지만 금세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