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일본에서 물부씨와 소아씨의 대립이야 잘들 아실테구... 그중에 소아(소가)씨의 경우엔 백제계 불교를 팍팍 밀었다고 하죠? 성덕(쇼토쿠)태자가 소아씨를 밀어붙이긴 하지만, 스스로 불교는 취하여 이용하기도 하구요. 이후에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거대 사찰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불교의 흡수란 것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고찰해 볼 수 있을거 같아요. 1. 귀족이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들여왔다. 2. 전래의 신도 신앙에 불교가 안착했다. 3. 거대사찰은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민중들이 노동력을 제공했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건데요. 일본 왕의 궁전보다 불교사찰이 더 크고 화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부처님이란 존재는 일본에서는, 기존의 '카미'들 중에 새롭게 '존나 쎈 카미' 하나가 새로 등극했을 뿐이란 거쥬. 그 새로운 '카미'인 '부처님'을 위한 조직화된 신사로써 사찰의 존재가 민중들에게 인식되었다고 보입니다. 소아씨 입장에서의 부처님은 '백제신'의 화신이었고. 성덕태자에게는 '권력의 도구'였고. 민중에게는 새로 들어온 '존나 쎈 놈'이었던 것. 거대한 사찰은, 실제 당대에는 일반 민중들이 근접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성역'이었고요. 토굴같은 움집에서 살아가는 백성이, 자신은 꿈도꾸지 못한 화려하고 거대한 사찰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멀찍이서 보고 그 새로운 카미에 대한 두려움 같은것을 느꼈겠죠. 이러한 양상은 삼국시대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고. (그 시작은 일본보다 2세기 이상 앞서지만) 경주에서 아직도 거대한 왕궁 터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거대한 왕궁이 없기 때문으로 보는게 자연스럽겠죠. 최소한 황룡사나 뭐 그런거 보다 훨씬 작았겠죠. 실제로 이차돈의 순교 같은것도 일종의 종교적 친위쿠데타로 해석하기도 하고요. (종교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다!) 이런 것은 일본의 경우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도 마찬가지. 왕궁의 만월대 보다는 송광사나 해인사 같은곳이 더 크고 화려했을지도 모르죠. 고대의 거대 사찰이 이러한 정치적 파워를 과시하고 심리적으로 복종을 유도하도록 하는 장치로 작동했다는 시각은 아마 굳이 반대할 분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불교예술이 퇴화한 것은 그 유물들을 즐기는 우리 호사가의 현대인으로서야 뭐 아쉽긴 하지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한단계 진보된 측면으로 해석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고대로 올라갈수록 사찰의 규모가 극적으로 거대해진다는 사실은 문화의 퇴화가 아니라 인간 의식의 발전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17C에도 거대함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고대 신정국가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 아닐까 의심도 해 봅니다. 최소한 민중들에게 있어서는 말이에요. (이 문장은 태클이 많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