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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중딩의 설악산초행기

독립꾼(202.136) 2008.08.28 14:25:59
조회 111892 추천 33 댓글 668

산은 버스타고 가야 제맛이라고\'그\'는 항상 말씀하신다.
이유까지는 말씀 안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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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4시간을 타고 온 동서울터미널.
다시 3시간을 더 가야한단다.
군인들이 많았다.
\'그\'는 아까부터 마장동이 어쩌고 저쩌고...\'하는데 난 무슨 소린지 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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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졸다 내리라는 소리에 배낭을 들고 내린 곳.
용대리란다.
......버스에 폰을 두고 내렸다.....
\'그\'는 한번 째려보더니 어찌어찌 버스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리곤 별 말 없었다.
괜히 긴장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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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와봤다는데, 난 기억이 없다.
갈 길이 멀다고 그냥 사진만 찍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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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그림같이 앉아계신 스님이 조심스러워 빨리 걸었다.
뒤따라오던 \'그\'는 한참 서서 스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자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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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비하면 설악산은 고속도로다.
워낙 정리가 잘된 길은 오히려 싱거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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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뭐시기 절에 도착하여 뜨~응을 한판 때렸다.
통시라 한참 쪼그려 앉아있었더니 다리에 쥐가났다.
산에서도 쥐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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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다.
내가 오르막을 잘 오른다고 \'그\'는 늘 칭찬한다.
하긴...내가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2시간 15분에 오른게 초딩 4학년때였다.
그런데....2년만에 5Kg배낭을 매고 찾아온 설악산은....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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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6개월 짧은 내 인생이 꼬인건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문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전교 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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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엔 게토레이가 흐른다.
맛도 좋고 시원하다.
그런데 요즘 내 인생은 구리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난 책만 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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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4등에 삘받은 엄마는 갑자기 나를 학원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검도장과 피아노학원에서 여유를 즐기던 초딩은 이제 과학고를 가야할 절대절명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힘없는 \'그\'는 가끔 나를 산에 데리고 갈려고 하지만,
엄마는 그런 \'그\'에게까지 산행을 금지시킬 태세라 \'그\'는 맨날 슬금슬금 혼자 내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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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따라오는 그는 자끄만 걸음이 느려지고 와~와! 소리만 지른다.
하지만 금강산을 이미 섭렵한 내겐 별 다른 느낌이 없다.
자꾸 무거워지는 배낭이 더 신경쓰인다.
돌부리를 찼던 오른쪽 엄지발톱도 심상찮다.
돌부리를 찬게 실수듯이,
전교 4등도 실수였다.
그런데 엄마는 그걸 인정 안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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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발상태를 얘기하자
딱 한마디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긴...그냥 그렇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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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휴식이다.
다 때려치고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산에서 \'그\'는 폭군이다.
인정도 없고 당연히 사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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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머너 보이지도 않는 대청봉은 내게 너무 멀다.
매일 챗바퀴돌듯이 반복되는 일상처럼 산행도 단순하고 꾸준하다.
걷고 또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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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오르막이다.
오랫만의 산행이라 다리가 후덜거릴 지경이다.
그런데 \'그\'는 뒤에서 숨도 안쉬고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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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바위에 올라가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경치는 좋다.
이럴때는 산에 왔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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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이다.
법계사보다 낮은 곳에 있다는데,
난 이곳에 오르는게 열배는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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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밥이라고 잔뜩 기대를 했더니 미역국에 밥 말아준다.
뭐라고 따졌다간 또 \'그\'의 고리타분한 훈계를 들을것 같아서
그냥 한번 째려줬다.
다솔사의 김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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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탑을 오르자는것도 가볍게 쌩깠다.
\'그\'는 두말없이 혼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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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산장
봉정암에서 여기까지 \'그\'가 내 배낭까지 지고 올랐다
쪽팔렸다.
지나가는 사람들 보기도 쪽팔리고,
배낭 두개 지고 나보다 더 빠른 \'그\'보기가 쪽팔렸다.
이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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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가만히 서있기가 힘들다.
\'그\'가 늘 말하는 칼바람이 이런건지, 하여튼 바람 때문에 아플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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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드니 저 멀리 빵샹아줌마가 말한 외계인 본부 같은게 보였다.
산에 힘들게 올라왔는데, 그곳에 이상한게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
이유는 그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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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커다란 안내판이 붙어있다.
공룡능선, 울산바위, 천불동...지금 내 오른쪽 발에 불났다....
아까 소청에서 어떤 아줌마가 울산바위를 용아장성이라고 침을 튀기며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그\'가 웃으며 아니라고 내게 작게 말했다.
맨날 나한테 큰소리치는 \'그\'도 남들 앞에서는 소심한가?
하여튼 그 아줌마도 좀 쪽팔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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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대청봉이란다.
결국 올라왔다.
오르고나니 좀 싱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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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경치가 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산은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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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도 보인다.
장터목대피소랑 똑같아서 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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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 한장 찍었다.
폰을 가져와야 친구들에게 날리는건데...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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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까부터 옆에서 저기가 어디고 뭐라뭐라하는데 귀에 안들어온다.
추워서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다.
다람쥐가 뭐를 달라는데 \'그\'가 주지 말라고 또 잔소리다.
다람쥐도 먹어야 살지...인정없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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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대피소에 남녀구분이 없다.
이 뭥미...?
옆에 어떤 뚱뚱한 누나가 침낭펴고 눕더니 코를 골고 잔다.
나도 잠시 누웠는데 졸음이 마구 쏟아진다.
\'그\'는 옆에 어떤 아저씨와 열심히 얘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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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산에서 자본다.
산에서 해가지면 초딩때는 겁이 났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하늘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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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에서 일몰을 봐야하는데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그\'는 옆 아저씨에게 보고 중이다.
난 여기까지 오자고 한적없다.
설악산 처음오는 내가 뭘 안다고 나를 파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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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속초시내가 보인다.
언젠가 통일전망대 다녀오는 길에 속초에서 회를 사먹었는데,
동해는 오징어회가 유명하다더니 오징어만 달라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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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잤다.
아침에 일어나자 옆자리 누나가 나보고 너무 잘잔다고 말했다.
그럼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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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니 바람은 없는데 안개가 끼고 비가온다.
비 쫄딱맞고 걸어야 한다니....
무릎도 아프고 발톱은 퍼렇게 멍이 들어서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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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앞에서 걷는 그를 따라나섰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를 따라 산에오면 비를 자주 만난다.
\'그\'의 친구들은 \'그\'를 \'비놈\'이라고 부른다.
명철이아저씨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비만오면 미치는 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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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러니 더 걷기가 힘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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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들다.
내가 이렇게 약해졌단 말인가?
그놈의 공부 때문에...맨날 학교와 학원에서 앉아만 지내니 내 다리가 학다리가 된 것 같다.
나는 진짜 공부가 싫다.
엄마가 너는 할수있어라고 맨날 말하지만,
나는 내가 왜 꼭 과학고에 가야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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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보다는 독서나 체육이 더 좋다.
수학이나 화학공식은 안외워져도, 라리가 선수들 이름은 그냥 외워진다.
그러고보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준결승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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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때문에 공릉으로 못간다고 \'그\'는 뒤에서 자꾸 궁시렁거린다.
나는 공릉이 뭔지 관심없고 리켈메 삼촌이 잘하는지 메시형이 골은 넣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아르헨티나가 이기면 한골당 만원이다.
지면.....인정머리없는 \'그\'한테 용돈을 헌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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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이고 만불이고....오른쪽 다리가 심상찮다.
발톱 때문에 자꾸 힘주고 걸었더니 무릎 뒤가 땡겨서 불편하다.

P222222.JPG


자꾸 뒤에서 뭐라뭐라하면서 사진만 찍는 \'그\'를 무시하고 무조건 걸었다.
비가 오니 고개를 들기도 귀찮고, 다리가 아프니 이젠 온몸이 쑤시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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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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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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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대피소
사람들이 라면을 끓이는 냄새가 아~주 좋았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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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귀신들린듯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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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이런거 보면 성호를 그으라고 \'그\'가 늘 말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라멘.......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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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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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내려오기가 너무 힘들었다.
진짜...다리에 힘 좀 올려야겠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평소에 걸을때 다리를 질질 끌듯이 걷는 습관을 버려야겠다.
이번 설악산행은 한마디로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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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2년전 암수술할때 수녀님이 주신 묵주.
그는 오히려 수술 후부터 성당에 안나가신다.
그런데 산에 갈때면 저 묵주는 꼭 끼고 가신다.
하여튼 이상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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