쇟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는 맞수관계가 참 매력적이더라고. 그 애증이 서로를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 데도 서로가 피 철철 흘리며 무너지는 데도 서로에 대한 그 애증을 거둘수 없는게 좋아--; 연인간의 사랑보다 더 강한 감정같다고나 할까. 일단 보면 백무는 1인자의 여유같은게 느껴지지만 그러면서도 1인자로서 세상에서 합당한 대우를 못받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바닥에 깔려있지. 여악 행수 자리에 그토록 연연하는 건 권세가 아니라 인정을 받고 싶어서인듯 하니까. 매향같은 경우는 전형적인 2인자 악역이지만 반편이라고 몰아붙이면서도 백무의 재주 하나에 대해서만큼은 마음속에서부터 패배를 인정하고 있지. 수하 기녀가 백무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조차 넘기지 못하고 매섭게 꾸중을 할 만큼. 그리고 그래서 더더욱 백무를 완전히 밀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걸테고. 백무에 대한 열등감 그럼에도 최고의 자리는 자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우월감이 서로 혼합이 되서 매향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애증의 인물은 백무가 되어버린 것 같어. 스포대로라면 백무는 멀지 않아 죽음을 맞이할텐테 백무의 죽음을 알게 된 매향은 반응은 어떠할까? 앓던 이가 빠졌으니 시원하다?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던(질투는 나의힘!) 그런 애증의 상대를 잃고나서의 허탈감? 예전에 대장금에서 한상궁이 죽고나서 최상궁의 반응이 쇟은 기억에 남거든. 자기가 음모를 꾸며서 죽이다시피 했으면서도 정작 한상궁이 죽었다는 이야길 듣고 최상궁의 반응이 말야..참 슬펐어. 애써 독한 척 하면서 그러니까 덤비지 말랬잖아.. 내게 덤비지 말랬잖아.. 그렇게 혼잣말하는 그 얼굴이 참 슬프더라구. (대사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의미는 대충 그랬어.) 왠지 백무를 잃고나서 매향도 그럴 것 같아. 그놈의 여악행수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어 물려 줄 것도 아니고 결국은 늙어 외로이 죽는 기녀의 운명을 매향이라고 피할 수 있는게 아닌데 젊어 조선을 호령했던 두 기녀가 퇴기가 된 후에 오손도손 벗하며 같이 늙어가는 게 불가능한게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