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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이순 암행기 45

루비(1.177) 2017.05.14 12:42:53
조회 202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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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지발 좀 일어나요!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올라구만요.

 

이러니 내가 도련님을 닥달하지 않을 수 없잖여.”

 

 


“아…………좀!…………………”

 

 


아침부터, 방 청소를 해가며 들려오는 유모 할멈의 잔소리에, 웅천은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떠 보였다.

 

 


“이래서 내가 그 아가씨하고는 인연이 아니라고 한게여, 도련님이

 

부하들한테는 그리 쌍칼같이 눈알을 부라려도, 사람 속은 모른다고

 

누가 이리 게을렁뱅이에 찌질이 못냄이인줄 어떻게 알겠슈. 거기다,

 

그 지랄같은 성질은 또 어떡고…………………그래서 내가 일부로

 

그 아가씨를 잊으라고 속을 지진 것이여.”

 

 


이불 자리에서 꼼짝을 않던 웅천은, 유모 할멈이 옥정이 이야기를

 

꺼내들자, 그대로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뭐…………방금 할멈 뭐라고 했어. 일부러 내 속을 지졌다고!”

 

 


“그려요, 그 아가씨는 내가 보니께, 도련님한테는 영 아깝더구먼,

 

아니 이리 게을렁을 피워대는데, 누가 이런 도련님을 좋아라

 

하겠슈.”

 

 


“그럼 할멈 나를 약올리려고, 일부러 그 딴 소리를 했단 말이요!”

 

 


“아니, 내가 여지껏 도련님을 얼마나 속을 태우며 키워왔는데, 딱

 

보면 알지, 암………………”

 

 


“할멈! 보자 보자 하니, 내가 할멈 아들이요! 내가 맘에 들었다는데,

 

왜 할멈이 중간에 초를 뿌리고 나서는데!…………………”

 

 


“그것이 도련님 맘처럼 될 것 같으면 내가 말을 안하지만, 그

 

아가씨는 어찌 되었든 도련님 짝은 아니다 이 말이요. 우리 마님

 

성격에 도련님 짝으로는 아주 야무딱지고, 도련님을 한 자리에

 

잡아 앉힐 사람 아니면 안될 판인데, 아무렴 말 다했지요.”

 

 


“왜 그렇게 꼭 짚어서 애길 하는 게요. 그리고 우리 모친생각처럼

 

그런여자면, 그게 여자겠소. 황소지.”

 

 


웅천은 어깨 근육을 풀어가며 일어나 앉더니, 유모 할멈의 입담에

 

지지않겠다는 듯이 댓꾸를 해 댔다.

 

 


“아무튼, 그 아가씨는 이미 마음 속에 누군가 들어 있더란 말이요.”

 

 


“그…………그걸 할멈이 어찌 알어?.”

 

 


“내 나이가 되면, 다 아는 법이지라, 아니…………그 여리여리한

 

아녀자의 몸으로, 화살촉으로 그리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으니,

 

그게 어디 보통 마음이겠소? 더구나 그 나이에 그 만한 미모를

 

갖췄으니, 이미 누가 있고도 남지. 암만!…………여자 마음이란

 

첫정이 들어 버리면, 그 사람 뿐이라오.”

 

 


“…………그거야………사람 마음은 변덕을 잘 떤다고 할멈이

 

그랬잖소.”

 

 


“응?…………도련님, 설마하니, 아즉도 그 아가씨가 아쉬운거여?”

 

 


“………………………”

 

 


웅천은, 은근 슬쩍 웃어가며 자신을 염장질 해오는 유모 할멈이,

 

그 날따라 원망스러웠다.

 

가문에서 쫒겨난 자신을, 여지 껏 뒷바라지 해오며, 늘 최선의

 

방책들로 이끌어 준 유모였다.

 

그 때문인지, 자신의 부하들 앞에서는 살벌하게 굴었지만, 유모

 

할멈의 말에는, 거슬릴 것 없이 순응해 왔던 웅천이였다.

 

그런 유모가 옥정이와의 인연은 아니라고 말해 오자, 웅천은 두말

 

할 것없이, 마음을 접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옥정이에 대한 아쉬움은, 그 날 이후로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런 탓에 웅천은, 온갖은 짜증으로, 부하들을 닥달하기 시작했고,

 

그런 부하들이 안쓰러웠던지, 유모 할멈은 작은 처방을 내렸다.

 

 


“도련님, 내가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줄테니 그러면 이만, 여그

 

아그들한테 자비를 베푸실껴?”

 

 


“……………무슨?…………………”

 

 


“아, 혹시 또 모르잖여, 그 아가씨하고 도련님하고 인연일 것 같으면,

 

그렇게라도 인연이 이어질지…………”

 

 


“할멈, 뭔가 방법이 있는 게요?.”

 

 


웅천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재촉해 오자, 유모 할멈은 얄밉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넌지시 말을 들려왔다.

 

 


“그 아가씨를 한번 설득시킬 수 있으면, 그 아가씨를 데리고

 

이 뒷 산에 있는 용탑사에 가서 기도를 한번 드리고 와 봐여.”

 

 


“용탑사라면, 그………………”

 

 


“그려, 혹시 모르잖아여, 그렇게 인연이 지어지게 될지, 사람

 

인연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여, 어쨌든 그렇게 해봐여. 내가 다

 

속이 타서 안되겠구먼.”

 

 


“할멈 그 용탑사 이야기가 참말로 효력이 있긴 하는 게요?”

 

 


“괜히 전설이 아니지요. 그 절의 인연 기도는, 그래서 신중하게

 

들여야 하는 게요. 인연 아닌 사람이 인연 기도를 들였다가는,

 

오히려 재앙이 뻗친다고 하니, 아무나 함부로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소리요. 잘 아시겠소.”

 

 


“그렇담, 잘 하면 그 아가씨하고 나도 인연이 될수 있단 말이오?”

 

 


“그런데 도련님은 그 아가씨 이름 정도는 알고 있겠지유?”

 

 


“이름이라………………”

 

 


웅천은 유모 할멈의 질문에, 아차 싶었던지,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후리쳤다.

 

그저 거친 으름짱으로, 놀란 옥정이를 은근 슬쩍 곁눈질만 했을 뿐,

 

단 한번도 옥정이의 이름을 물어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내 웅천은 유모 할멈의 말에, 저 홀로 곰곰히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발그레진 얼굴로, 입가에는 웃음마저 걸려왔다,

 

 

 

 

 

 

 

 

 

@@@

 

 

 

 

 

 

 

 


여치는 장쇠의 화승총 타격으로, 한 동안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

 

나질 못하고 있었다.

 

쇠꼽이 박힌 자리의 과다 출혈로 의식을 잃어야 했지만, 겨우나마

 

의식을 돌아온 상태에서도, 여전히 호흡 곤란과 전신 경련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여치의 상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달래와 명구는 여치의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이순도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빠른 회복을 기다리며, 그 고을에

 

있는 여러 의원들의 손을 빌려 처치를 받게 했지만, 그런 백방의

 

노력으로도 여치는 좀처럼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 상태가 어떻습니까.”

 

 


“나으리, 아무래도 저 증세로 봐서는, 쇠꼽이 박힌자리에서 염증이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요. 그 자리가 만만치 않는 자리라서

 

뽑아 낼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요.”

 

 


“만일 이 상태가 계속 된다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지금은 어쨌든, 이 고비를 잘 넘기기 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몸 가운데 쇠가 박혀 있으니, 우선

 

파상독이 걱정입니다만, 어찌되었든 최선을 다해 보겠읍니다요.”

 

 


“호전될수 있는 한, 어떤 처방이라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 주길

 

바라오.”

 

 


이순은, 겨우나마 숙부인의 증언을 듣게 되던 차에, 여치의 사고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자, 여간 난감한게 아니였다.

 

증언을 확보하게 되면, 서둘러 회양으로 돌아 갈 생각이였지만, 지금은

 

여치의 상태 악화로, 그 계획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이순이 여치의 움막에 가 있는 동안, 옥정이는 여전히 주막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몇 차례 달래를 만나 위로를 전했지만, 그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이순의 행보를 지켜보며, 하루라도 빨리 달래의 아버지가 쾌유할

 

수 있기만을 바래야 했다.

 

얼마 후, 움막촌에 다녀 온 이순은, 옥정이를 데리고, 그 고을 뒷 산으로

 

가벼운 산책을 나서게 되었다.

 

여치의 병고가 좀처럼 가볍지 않다는 소식에, 내심 마음이 무거워진

 

이순은, 옥정이와의 검술 연습을 그만두고, 바람이나 쏘일겸, 잠시

 

산행길에 오르게 된것이다.

 

 


“이 고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산 중턱에는 용탑사라는 작은

 

암자가 있는데, 그 암자에는 인연에 관한 전설이 있다고 하더구나.”

 

 


“인연에 관한 전설이라뇨?”

 

 


“우선 가서 이야기를 들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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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이 이끄는 대로 산 중턱으로 얼마 쯤 올라 갔을까,

 

그 곳에는 오랜 된 작은 암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용탑사라는 절은, 신라 시대부터 명맥을 이어 온 작은 암자로, 원래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처였으나, 지금은 비구스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무척이나 오랜된 절이여서인지, 법당 처마 밑에 벽화들은 하나같이

 

탈색이 되어, 옅은 흔적만이 남아 있었고, 대웅전을 지탱하고 있는

 

원통 기둥들마저, 그 시간의 연륜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정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두사람의 마음은 어느새

 

숙연해져 있었다.

 

절 도량으로 들어 서서, 부처님께 참배를 마친 두 사람은, 대웅전을

 

돌아, 옆 길로 빠져 나왔다.

 

그 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허옇게 퇴색된 오층 석탑하나가

 

오롯이 세워져 있었다.

 

그 오층 석탑 주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손이 거쳐 갔던지, 작은

 

돌탑들이 이곳 저곳으로 무수히 쌓아져 있었다.

 

 


“이곳은……………”

 

 


“이 석탑은, 인연을 이어주는 전설이 있다고 하더구나.”

 

 


“인연을 이어주는 전설이요?”

 

 


“아주 옛날 옛적에, 이 고을에는, 이 절에 기거하던 비구니 스님을

 

염모하던, 도령이 있었단다. 그 도령은 매일같이 이 암자에 올라 와

 

그 비구니 스님에게 구애를 하게 되었는데, 그 도령의 집안의 반대로

 

결국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상사병을 앓다가,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단다. 그 도령의 넋이 너무 가여워, 이 절에서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그 도령의 제사 도중, 구애를 받았던 비구니 스님이

 

그 날 따라 방에서 나오질 않아 찾아보니, 어찌된 게 그 비구니 스님도,

 

주검으로 발견이 되었단다. 사람들 입담으로는, 두 사람은 어렸을때

 

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비구니가 된 정인을,

 

그 도령은 매일같이 찾아 오게 되었던 거란다. 그 도령이 낮에 이

 

석탑을 돌아 기도를 마치면, 저녁에는 그 비구니 스님이 이 석탑에

 

기도를 드리며, 두 사람의 연정이 이어져 왔다고 하더구나.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은 이어져 있었지만, 현세에서의 인연은 맺어지지

 

못한거지.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이 석탑에 기도 정성을 들인

 

이들은, 두 사람의 넋이 이끌어서 인지, 많은 인연 성취를 이뤘다는

 

구나. 어떠냐 무척 재미있는 전설이지 않느냐.”

 

 


“왠지………슬퍼집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이어져 있었는

 

데도, 슬픈 인연으로 끝이 나다니요.”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니깐 마음에 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믿어 보고 싶구나. 인연을 맺어준다는 그 전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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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의 이야기에, 옥정이는 무언가 신기하다는 듯이, 석탑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석탑을 돌기 시작

 

했다.

 

그런 옥정이를 바라보던 이순도, 마음 속으로 자신의 바램을 나직히 

 

읊조렸다.

 

 


‘옥정아. 나도 이 전설의 힘을 빌려, 내 소원이 이뤄졌으면 싶구나.

 

그대를 마주하면 마주 할수록, 점점 더 그대의 곁에서 안주하고 싶은

 

이 마음을……………그래서, 그대와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이렇게라도 빌어 보고 싶구나.’

 

 


옥정이는 석탑에 관한 전설이 슬펐던지, 처연한 마음으로, 석탑기도를

 

돌고 있었다.

 

비록 현세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이였을지라도, 두 사람의 인연이

 

전설로 피워났듯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연도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그리고 자신도, 선비님과의 인연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몇 차례나 바래며 기도를 드렸다.

 

얼마 후, 석탑 기도를 끝낸 옥정이는, 주변에 작은 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순도 옥정이와 함께, 작은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옥정이는, 여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성스럽게 돌탑을 쌓아

 

올렸다.

 

얼마 후, 작은 돌탑이 완성이 되자, 옥정이는 해맑은 미소로,

 

이순에게 말을 들려왔다.

 

 


“선비님, 저는 오늘 이 석탑에 기도를 드리면서, 한 가지 다짐도

 

했답니다.”

 

 


“소원이 아니라, 다짐이라니?………………”

 

 


“물론 소원도 빌었지요. 하지만 소원을 빌기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 그 소원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작은 노력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소원을 성취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그래, 어쩌면 그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저 바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

 

그 소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노력을 같이 곁들인다면……………”

 

 


“그렇치요? 그래서 정녕 원하는 대로 노력하는 바, 그 소원이

 

성취되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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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단아하게 자신의 다짐을 들려왔다.

 

이순은 그런 옥정이를 바라보며, 자신 뿐만 아니라, 옥정이의 바램

 

또한, 자신과 같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이순은, 사찰 주변을 돌아보는 옥정이를 시라리듯 아린

 

눈길로 바라 보았다.

 

과연 이 인연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두번 다시 볼 수 없고, 영멸히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옥정이가 그렇게 떠나고 난 이후로……………

 

그러나 지금은, 한양에서 낮선 회양에 이르기까지, 생각지 못한 

 

우여곡절을 거쳐가며, 옥정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못다한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것처럼……………

 

그리고 그 끝나지 않았던 시간들을, 또 다시 채워가고 있는 것처럼……………

 

믿겨지지 않았지만, 사가에서 다시 옥정이를 만났을 때는, 너무나

 

기뻐서, 그것이 꿈이라도 좋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나, 허구나, 꿈 또한 아니었다.

 

명명 백백히 손끝으로 만져지는 옥정이의 따스한 온기가……………

 

그리고 자신 만을 향하는 옥정이의 그 미소가, 눈부시도록 아리질

 

않았던가.

 

이순은, 옥정이와의 이 인연이, 그저 가벼이 스치고 지나기 위한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 되었다.

 

분명, 이 길 끝에는,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한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이 마음 속에서 확신처럼 굳혀오자, 이순은 작은 희망이

 

되살아나는 듯, 어느 새 불안했던 마음이 안온해져 왔다.


그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으며, 자신의 바램을 다지고 있었다.

 

어느 새, 짙은 홍염에 물든 가을색이, 그 여여로운 공간 속으로

 

소리없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사이를 고적하게 맴도는 바람을 타고, 사찰 내에 있는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이순은 풍경소리를 들으며,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암자를 뒤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서 가을 산하의 풍취에 젖어, 먼데 하늘로 시선을

 

돌린 옥정이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다시한번 속으로 되뇌였다.

 

 


‘이제는 어떠한 일이 있을 지라도, 그대와 떨어지고 싶지 않구나.

 

그래서, 그대가 했던 말처럼,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볼 것이다.

 

그래야 만이, 그대를 떠나 보냈던 나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속죄

 

할 수 있지 않겠는가……………그리고 그래야 만이, 그대와의

 

이 인연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이순은 옥정이를 향한 자신의 사랑과 더불어, 어떻게든 옥정이와의

 

인연에 손을 놓치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되새겼다.

 

그리고 곁에 있는 옥정이의 손을 감싸 쥐고는, 노을 빛이 여울져 내리는

 

먼 하늘가로, 청연히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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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다녀오고 나서, 이순은 또 다시 움막촌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옥정이는 남은 시간을 주막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여치의 부상이 심상치 않아 보이자, 초조해 하는 이순을 곁에서

 

지켜보던, 옥정이도 내심 마음을 조려야 했다.

 

 


'화승총으로 상처를 입었다면, 화승총에 다친 상처를 치료할

 

약은 조선에는 없는 걸까.어쩌면 화승총이 도입되었을때, 분명

 

그에 맞는 대안도 있을 법도 한데………………'

 

 


화승 총에 맞은 상처를 여러 한의들이 알아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좀처럼 희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옥정이도 무언가 도움 될 만한 것이

 

없는지 고심하게 되었다.

 

그 사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방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오자,

 

옥정이는 서둘러 봉놋방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봉놋방에는 한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던 춘봉이가, 왠일인지 화들짝

 

놀라하며, 옥정이를 맞아 들었다.

 

 


“………………김선비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신지요.”

 

 


“아…………아니, 그게 내가 잠시, 볼일이 있어서 말이오…………”

 

 


춘봉이는 옥정이의 질문에 무척이나 당황해 보이더니, 서둘러 뒷짐을

 

져 보였다.

 

옥정이가 춘봉이의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하자, 잠시 뻘춤해하던

 

춘봉이는 마지못해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뒤에 감추고 있던

 

물건을 꺼내 보였다.

 

 


“시……실은………이것을 잠시 빌렸소이다.”

 

 


“아니, 그건 선비님의 검이지 않습니까. 하온데 어찌?………………”

 

 


옥정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순의 짐에 있던 장검을 춘봉이가

 

꺼내 든 것이다.

 

춘봉이는 뜸을 들여가며 머쓱하게 웃어 보이더니, 겨우나마 입을

 

열었다.

 

 


“실은 말이오, 이 검에 대해, 작은 사연이 있다보니………흠……………”

 

 


“사연이라뇨?”

 

 


“그게 말이요…………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옥정

 

낭자가 검계들에게 붙들려 갔던 날, 에휴…………나도 그날 일은

 

마음이 편칠 않아서, 기생방에서 잠시 쉬고 있었소이다. 그런데

 

그때 이선비가 들어 오더니, 이 장검을 내 목에 척 들이대는 게

 

아니겠소. 내 그때 어찌나 놀랬던지………저승길로 떠나는 줄

 

알았소이다.”

 

 


“선비님께서요?”

 

 


“그게, 옥정 낭자를 찾으러 다녔다가, 그 명구란 하인과 함께 나를

 

찾으러, 기방에 왔질 않았겠소. 내 그때 어찌나 식겁을 했던지………………

 

그런데, 그때 이선비가 들고 있어서 그런지, 이 검이 무척이나 멋있어

 

보이더란 말이오. 그………그래서 나도 한번 휘둘러 보고 싶어서

 

잠시 들어 본것 뿐이요.”

 

 


춘봉이가 변명하듯이, 구구절절 이야기를 들려 오자, 옥정이는 그런

 

춘봉이를 못 미덥다는 듯이 쳐다 보았다.

 

조금 전, 춘봉이의 행동은 분명, 선비님의 검을 몰래 빼 내려가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주막에 들려서, 이순의 검을 들쳐 낸 것은 무엇 때문인지………………

 

옥정이는 춘봉이의 그런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이순이 자신을 찾아 헤맸다는 이야기가 귀에 걸린

 

옥정이는, 춘봉이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정말, 그날 선비님께서 저를 찾으러, 기방까지 찾아 헤매셨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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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다니깐………정히 못믿겠으면, 그 명구라는 하인 한테라도

 

물어보면 될 것 아니요. 옥정낭자가 못 믿어 하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그날 이 선비랑 그 하인이 옥정 낭자를 찾으러 왔다가, 장검을 휘두를

 

뻔한 일을…………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다오.

 

아무튼 난 분명히 그날 일을 사실 대로 말했을 뿐이오……흠……………”

 

 


“………………………………”

 

 


생각지 못한 이야기지만, 이순이 자신을 위해 그런 노고까지 했다는

 

사실에, 옥정이는 저도 모르게 기쁜 표정이 지어졌다.

 

곁에서 그런 옥정이를  곁눈질 하던 춘봉이는, 무언가 아쉽다는 듯이,

 

이순의 검을, 제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무색해져서 인지, 슬그머니 봉놋방을 빠져 나가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서던 명구와 그대로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때, 무언가 물건이 떨어지자, 춘봉이는 급작스럽게 당황해하며,

 

서둘러 그 물건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 명구의 눈치를 살피며,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명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침, 잘 왔네. 이보게 내가 기방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해도,

 

옥정 낭자가 이리 믿질 않으니 이거 답답해서 원, 자네가 이야기를

 

대신 들려 주시게.”

 

 


명구는, 춘봉이가 갑작스럽게 기방의 이야기를 꺼내들자, 어리둥절

 

해져서는, 그대로 옥정이와 춘봉이를 번갈아 보었다.

 

그리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춘봉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갑자기 무슨 이야기입니까요.”

 

 


“아니, 얼마 전, 기방에서 있었던 일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질 않나.”

 

 


“………………………………”

 

 


춘봉이의 말에, 명구는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순과 초향이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옥정이에게 들려

 

주었단 소리인가!

 

명구는 두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서둘러, 옥정이의 표정을 살펴야

 

했다.

 

 


“아………이놈봐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게냐!

 

내가 지금 코가 석자라고, 네 놈도 나를 얕보는 것이렸다! 감히 미천한

 

주제에, 사람 취급 해 줬더니, 내 말에 댓구도 없는게…………”

 

 


춘봉이가 명구를 향해 주먹질을 하려하자, 당황한 옥정이는 싸움이라도

 

날까 싶어, 서둘러 중재를 하고 나섰다.

 

 


“김선비님, 그만 진정하시지요. 명구 총각은 그런 뜻이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 오해를 하신 건 아닌지요.”

 

 


옥정이의 중재에 흥분을 하던 춘봉이는, 겨우나마 진정을 해 보이더니,

 

불만을 주절거리며, 그대로 봉놋방을 빠져 나갔다.

 

춘봉이가 가고 나서야, 옥정이는 절레 절레 고개를 내 저으며, 작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명구에게 기방에서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

 

 


“명구 총각 어찌된 일이랍니까. 기방에서의 일은?…………………”

 

 


“아니, 그게 저……………………”

 

 


“저도 방금 김선비님께 전해 듣고서,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라,

 

깜짝 놀랐답니다.”

 

 


명구는 옥정이의 말에, 이미 기방에서의 일을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잠시 고심스러운 듯, 머뭇거리더니 겨우나마 말을 들려왔다.

 

 


“아가씨………어쨌든 마음은 힘들겠지만, 나으리를 이해하시지요.

 

사내라는 것이, 때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구만요.

 

그날 밤 초향이란 기생과 하룻 밤을 보내긴 했어도, 나으리도

 

어렵게 결정 내린 일이라서………………”

 

 


“………………………………”

 

 


순간 옥정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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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님이 초향이란 기생과 하룻밤을 보냈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마을 공터에서 기생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또 다시 명구에게서 듣게

 

되자, 옥정이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져 내렸다.

 

그리고, 어느 새 새파래진 얼굴로, 시선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이내 알 수 없게 떨려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옥정이는 지긋히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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