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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이순 암행기 70

루비(101.141) 2017.07.09 13:55:16
조회 367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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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단이는 다려온 탕약을 옥정이 앞에 내려 놓으며, 넌지시 


옥정이의 안색을 살폈다.


그 며칠 사이, 옥정이는 여전히 기운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별단이는 현서 도령의 신신 당부에 따라, 한시도 옥정이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병 수발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 때는 현서 도령의 배필로 그 집안에 오게 된 옥정이가, 


못 미더웠던 별단이였다.


하지만, 자신을 동생처럼 감싸주며, 친절하게 대해 준 옥정이에 


대해, 언제부터인지 언니처럼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어서 빨리 몸이 회복할 수 있도록, 숙부인이 쓰고 있던 


온천욕까지 준비를 해가며, 옥정이의 치료에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아가씨 오늘 기분은 조금 어떠세요?”



“별단이 네 정성 덕분에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별단아 


정말 고마워.”



“고맙다니요. 지는, 옥정 아가씨가 오래도록 이곳에 계셨으면 


좋겠구만요. 왠지……………제 친언니가 하나 생긴것 같아서, 


너무 너무 좋구만요.”



별단이는 자신의 속내를 들려주고 나니, 쑥쓰러워졌던지, 


그대로 옥정이의 뒤로 가, 옥정이의 머리를 빗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별단이의 모습에, 옥정이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별단이가 머리 단장을 하는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전날, 별단이의 도움으로 온천욕에 들게 되었던 옥정이는, 


별단이가 들려주는 어렸을 적 어머니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자신도, 한양에 계신 어머니가 무척이나 그리웠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지금, 왠지 어머니를 뵙고 나면, 금방


이라도 기력을 회복할 것만 같았다.


아니,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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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옥정이의 병증은, 좀처럼 호전되질 


않았다.


한번 앓고 난 이후로는, 호흡 곤란과 어지럼증마저 옥정이를 


괴롭혀 왔다.


곁에서 수발을 듣는 별단에에게는 애써 밝게 웃어 보였지만,


옥정이는, 가면 갈수록 초조해져만 갔다.


몸의 병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고, 마음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이순 생각에, 매 순간이 괴로웠다.


더구나 현서 도령에게 당분간은,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그 또한, 언제까지 지켜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탓에, 옥정이는 하루라도 빨리 한양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비록은 어쩔수 없이 숙부인 댁에 머무르고 있지만, 현서 도령


으로부터 모든 사정을 듣게 된 옥정이는, 더 이상 자신이 


만길이에게 쫒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이내 옥정이는, 별단이가 눈치 채지 않게, 서서히 한양으로 


돌아 갈 준비를, 서두르게 되었다.









@@@








 

이순으로부터, 그 간의 이야기를 듣게 된 동평군은, 묘한


기분에 휩싸여, 좀처럼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우연한 잠행 길에,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이순의 이야기는, 동평군에게 있어 그저 꿈에서나 나올 법한

 

기이한 이야기였다.


한참 동안 이순의 이야기를 들어가던 동평군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이순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동평군은 틈틈히 이순의 


말투나 작은 손버릇 마저 세세히 살피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동평군은, 고심 끝에, 이순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세자 저하의 성신에는, 어렸을 때 앓았던 백세창으로 


인해, 특이한 마마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순의 몸을 확인했던 동평군은, 세자와 너무나 똑같은 


마마 자국에, 놀라고 말았다.


더구나 조금 전 마당에서 겨루었던 검술 대전도 그랬다.


세자 만의 탁월한 검술 실력을 잘 알고 있었던 동평군은,

 

거침없이 자신의 허를 찔러오는 이순의 칼 놀림에, 역시나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이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치 않고 서야, 궁에 있는 이순과,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순의 존재가, 결코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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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은 여전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동평군에게, 


어릴 적,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담소를 들려왔다.


두 사내 아이의 호기심으로 얼룩진 지난 시절을 들어가며,

 

동평군은 어느 새, 회심에 젖어 들었다.


결코, 세자와 자신 만이 알고 있는 비밀 추억담이었다.


동평군은 한 치 틀림없는 그 이야기에, 결국 자신의 앞에 있는 


이순을,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순은 조정을 이끌어 가는 데에 있어, 그르친 일들을 다시

 

되돌아 보는 계기로, 지금의 시간 속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며, 고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어느 새 바깥에는 동창이 


밝아 오고 있었다.


동평군은 그제서야 피곤해 보이는 이순을 염려해,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듣기로 하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물러 나왔다.


다음 날, 관아의 객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온 동평군은, 


한 차례, 관아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내동헌의 정원으로 들어 서게 된 동평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이 실려 나왔다.


전날 내렸던 눈으로, 은백색으로 빛이 나는 그 곳 정원은, 


일개 지방 관헌이 거취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수려한 경관이였다.


잠시 그 곳 주변을 산책하며 사색에 잠겨 있던 동평군은, 


문뜩, 자신에게 보내져 왔던, 이순의 서찰이 생각났다.


그 서찰은, 사헌부에 고발 조치를 하기 위한, 발고장이였다.


이순의 정체에 의문을 품었던 동평군은, 그 서찰을 자신의 


방에 방치한 체, 다급히 회양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이내 동평군은 잠시 고심스러워졌다.


회양으로 내려 와, 모든 실체를 확인하게 된 이상, 그 서찰을, 


그대로 유보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회양의 일정이 끝나는 대로, 서둘러 한양으로 올라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자리를 벗어나려던 동평군은, 때 마침 정원으로 


들어서던 진이와 두 눈이 마주쳤다.


우연치 않게 동평군과 마주치게 된 진이는, 이른 아침부터, 


낮설은 남정네의 등장에, 짐짓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 인사를 건네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


동평군은, 무언가에 놀란 듯, 그대로 돌아서 가버리는 진이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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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동평군의 뒤에서 돌연히, 이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평 당숙, 벌써부터 이곳 정원에 마음을 빼앗기신 겁니까.”



“아, 세자 저하, 그렇치 않아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장관이라, 


감탄하고 있었던 중입니다.”



“동평 당숙, 그 호칭은………………그냥 조카라고 불러


주세요. 어느 곳에서나 귀밝은 이가 있고, 눈밝은 이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 자칫하면 난처해질 수도 


있어서…………………”



“아, 송구하옵니다. 제가, 잠시 깜박했습니다. 하온데…………


좀 전에 이곳을 지나가던 낭자는 뉘신지……………”



“낭자?…………아, 이곳 사또의 여식인데, 벌써 인사를 


나누셨습니까.”



“인사라기 보다는, 잠시 얼굴을 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곳 사또의 여식이라면………………”



동평군은 어젯 밤, 자신의 수하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냈다.


전날 밤, 술에 취해 잠에 빠져든 이순의 곁에서,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버린 여인이 있었다.


그 뒤를 쫒아갔던 수하는, 필시 이 곳을 잘 알고 있는 계집일


것이라고 말을 전해왔다.


눈이 내린 마당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자취를 감춰 


버린 여인이라니………………


수하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던 동평군은, 지긋히 이순을

 

살펴 보았다.


좀처럼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지 않는 이순의 곁에,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여인이라면………………


동평군은, 방금 그 곳을 스쳐간 사또의 딸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짧은 고개 인사였지만, 경계하는 눈빛으로 돌아서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의아했던 것이다.


이내 동평군은, 전날 밤 있었던 일에 대해, 넌지시 여쭤왔다.



“조카님, 혹시 어젯 밤 일을……………기억하고 계십니까.”



“어젯 밤 일이라뇨, 그거야 동평 당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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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순은, 말을 하다 말고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져 왔다.


분명 자신은, 어젯 밤 자신의 침소에서, 옥정이를 만났었다.


그리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옥정이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


안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동평군을 만났을 때는, 옥정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꿈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꿈이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했었는데……………’



어딘가, 허탈한 듯, 넋을 놓고 있는 이순의 모습에, 동평군은 


조심스럽게 되물어 왔다.



“조카님, 무언가 마음 상한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혹여……………… 


어젯 밤, 곁에 있었던 여인 때문은 아니신지……………… ”



“……………!………………”




이순은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동평군의 물음에, 놀란 얼굴로


되물어왔다.



“동평 당숙, 혹시 내 방에서 여인을 보았던 게요?”



동평군은 이순의 방에서 목격한, 묘령의 여인에 대해, 차근 


차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무언가 당혹스러운 듯, 생각에 잠긴 이순에게, 다시금

 

말을 덧붙여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생각되질 않으십니까? 분명, 앳되보이는


여인이였습니다. 그런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자취를 감출 만큼, 


그 방을 잘 알고 있는 여인이라면, 아무래도 사또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 런지요. 조금 전 이 곳에서 뵈었던 사또의 


따님같은………………”



“………………!………………”



순간 이순은, 진이를 거론해오는 동평군의 이야기에,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닫고 말았다.


과연 그날 밤, 자신의 곁에 있다가 자취를 감춘 여인이, 


옥정이가 아닌 진이 낭자였다면………………


그리고, 그렇게까지 행동을 한 진이의 저의는, 대체 무엇인지………………


무언가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이순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동안 자신에게 보여왔던 진이의 행동들을 하나하나 


돌이켜 보다가, 문뜩 불길한 예감에, 그대로 이맛살이 구겨졌다.


이내 이순의 표정을 읽은 동평군은, 지체없이 말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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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걱정하시는 일이라면,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들어서는 바람에, 얼마 지체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으니까요”



“………………흠………………”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옥체를 가벼이 여기시면 아니


되십니다. 이거, 어딜 가시거나, 조카님을 노리는 자들이 


끊임없군요. 아무래도 주위를 든든하게 호위할 수 있도록,

 

호위군을 다시 편성하시는 것이 어떨련지요.”



“………………………………”



동평군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굳어있는 이순에게, 애써


밝은 표정으로 말을 들려왔다.




“물론 부족한 제 소견입니다만, 제가 여인에 대해서라면, 


한 일가견 하지 않습니까. 조금 전, 우연히 그 아가씨와 


스쳐 지나다 보니, 왠지 모르게 그 아가씨가 마음에 


걸려서 말입니다.”



“흠, 동평 당숙이 그리 생각되셨다면…………………”



이순은 오래 전부터 기방을 드나 들면서, 여인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동평군이기에, 동평군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 되었다.


잠시 후, 그 날 일정을 서두르기 위해, 이순이 동헌으로 이동


하자, 혼자 남은 동평군은 조용히 자신의 수하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진이의 주변을 살피라는 명을 내렸다.


유난히 이순을 지키려는 의무감이 남달랐던 동평군은, 이순의


방에서 자취를 감춘 그 여인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분명, 순수한 마음으로 이순을 연모하는 여인이라면, 그렇게


감쪽같이 자취를 감출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









전날, 이순의 방에서 어쩔 수 없이 빠져 나와야 했던 진이는,

 

한참을 안절 부절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자객의 침입에, 자신은 피신해 나왔지만, 이순은 너무나 


무방비한 상태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때와 같이 아침 나절에 기침을 했다는 이순의 


소식에, 진이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이 어찌된 일인지, 의아스러웠다.


분명 어사또는, 자신을 옥정이로 착각할 정도로, 취해 있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품어 안았다.


순간, 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던 진이는, 간신히 숨을 


골라가며, 옥정이의 대역을 해냈던 것이다.


그렇게 의식조차 없는 이순의 침소에, 수 명의 자객들이 


들이 닥쳤음에도, 어떻게 관아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하기만 한 것인지…………………


진이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 낸 기회였는데, 그 자들 때문에 방해를 


받게 되다니…………………


하지만, 이순의 신변에 큰 변고가 없었다는 사실 만으로, 


자신의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내 진이는,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이 즐겨보던

 

서책을 펼쳐 들었다.


잠시 경상 앞에서, 책자를 들쳐보던 진이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에, 그대로 책자를 덮었다.


분명, 자신의 하인들은 바깥에 눈 청소를 하느라,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을 터였다.


일 순간, 불안해진 진이는 잠시 후,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바깥 동정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고무신 옆에 떨어져 있는 눈 자국에, 시선이


머물렀다.


분명히 누군가 그 곳을 다녀간 것이 틀림없었다.


이내 초조해진 진이는 서둘러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방 근처에, 누군가 소리 없이 다녀 갔다는 것은, 자신의

 

방에도, 언젠가 다녀갈 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이는 잠시 자신의 방안을 둘러보다가, 불현듯 무언가 생각


이라도 났다는 듯이, 문갑 속을 뒤졌다.


그리고 그 곳에 숨겨 둔 옥정이의 노리개를 꺼내 들었다.


결코, 그 노리개를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자신의 문갑에

 

숨겨 두었지만,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끄러미 노리개를 내려다 보던 진이는, 기분이 알 수 없게


언짢아졌다.


어쩐지 그 노리개를 습득한 이래, 뜻대로 되는 일이 한 가지도 


없었던 것이다.


이내 무언가 부정 탄 물건이라도 되는 냥, 더 이상 그 노리개를 


자신의 방에 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진이는, 얼마 후, 


노리개를 챙겨 들고, 어디론가 자리를 이동했다.







 


@@@









현서는 그 날도, 사식을 준비해서, 관아로 들어섰다.


별단이에게서, 그 간의 일을 전해 듣게 된 현서는, 숙부인이 


어렸을 적, 자신을 사랑해 마지 않던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 왔다는 사실에, 이를 때 없이 감개 무량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의 억울함이 밝혀지기를 바라며, 


부지런히 사식을 챙겨 날랐다.


하지만 현실은, 현서의 생각 과는 달리,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며칠 간, 숙부인과의 대질 심문에도, 사또는 끝까지 자신의 


죄질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모든 범행은, 오로지 숙부인이 단독으로 저질렀다는 핑계로


자신의 입장 만을 고수할 뿐이였다.


사또의 계략에 걸려버린 숙부인은 이미 죄인 아닌 죄인으로서, 


자신의 형벌이 눈 앞에 떨어질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차근 차근 증좌들을 수집해 가던 이순은, 여전히 


기망 행위를 벌리는 사또의 작태에, 그 죄질 또한, 죄목에

 

추가해 넣었다.


그런 가운데, 이순은 특정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숙부인의 


순조로운 협조와 현서의 지극한 효도에, 두 모자가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도록, 선처를 베풀었다.


면회를 끝낸 현서는 또 다시 동헌에 들려, 이순에게 감사의 


인사를 여쭈었다.


그 날 따라 공무가 바빴던 이순은, 짧은 고개 인사 만으로, 


지나쳐야 했다.


현서는 관아를 빠져 나오다가, 문득 관아 앞에 붙어 있는 


노리개의 방에, 시선이 멈춰 섰다.


그 동안, 이곳 저곳으로 사람들을 동원했던 이순은, 좀처럼


옥정이의 소식을 알 수가 없자, 무척이나 낙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관아의 일에만 몰두


하고 있었다.


그런 이순이, 안쓰러웠던 현서 도령은, 고심스러운듯, 생각에 


잠겼다.



'옥정 낭자는 어사또를 걱정해서, 건강이 회복이 되거든, 


찾아 뵙겠다고 말한 것일 테지만, 왠지 이대로 중간에서 


두 사람을 지켜 봐야 한다는 것이, 정녕 두 사람을 위해서 


좋을 일인지………………'



현서는 지난 번 옥정이의 표정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다.


이순의 이야기에 기쁜 듯이 물어 오던 옥정이는 얼마 후,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별단이 마저,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왔다.


한양으로 올라가기 까지의 경로라든지, 남정네의 옷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옥정이의 모습에, 현서는 더 이상 


이대로 모른척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시 동헌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사또 나으리, 중요한 일로 여쭤야 할 일이 있어, 다시 


찾아 뵈었습니다.”



이순은 이미 돌아간 줄 알았던 현서 도령이 다시 뵙기를 청해


오자, 곁에 있던 종사관을 밖으로 내 보냈다.


그리고 잠시 짬을 내어, 현서 도령을 맞아 들였다.



“그래 중요한 일이란 무엇입니까.” 



“어사또, 실은……………옥정 낭자의 일로, 긴히 아뢸 말이 


있습니다.”



“………………!!………………”



순간, 경상에 책자를 보고 있던 이순은, 놀라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초조해진 눈빛으로, 현서를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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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아니오라, 옥정 아가씨께서, 지금 저희 집에 계십니다.”



“………!!………그게…………정말입니까!!”



“네, 사실 저도 집에 돌아간 날,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던 모양으로, 건강이 많이 상해 


계셨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서 몸조리를 하며, 회복을 


서두르고 있는 중입니다.”



일 순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이 환해졌던 이순은, 


또 다시 옥정이의 건강 소식에, 미간이 구겨졌다. 


그리고 잠시의 틈도 없이, 서둘러 현서에게 질문 공세를 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어떻게 안 좋단 말입니까! 그리고 여러가지 사정


이라니요. 아니, 지금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당장  가 


봐야 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듣도록 하지요.”



이순은,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서둘러 윤부잣댁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무언가 마음은 한 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 간의 옥정이의 


이야기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옥정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그것도 현서 도령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었다니…………………


좀처럼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이순은 감흥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 가며 현서 도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렸다.


화재 사고가 난 다음날, 어찌 된 영문인지, 옥정이가 그 집


앞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와 한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옥정이의 소식을 들으며, 이순은 안타까운 심정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 후, 숙부인 댁에 도착한 이순은, 현서 도령의 안내를 


받아, 서둘러 별당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이 별당으로 들어 섰을 때였다.


무슨 일인지, 마당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별단이가, 황급히 


현서 도령 앞으로 다가섰다.



“도련님, 이를 어째요. 제가 잠깐 심부름을 다녀온 사이에, 


옥정 아가씨가 보이질 않구만요.”



“그게 무슨 소리냐, 옥정 아가씨께서 보이지 않다니!!………………”



현서 도령이 놀라, 다급히 되물어 오자, 별단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들려왔다.



“이곳 저곳으로 다 찾아 봤는데도 보이질 않으시길레, 


방 안을 열어 봤더니, 경상 위에 이 서찰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 뭐예요. 아무래도 아가씨가 지한테 했던 말이, 그냥 


빈 말이 아니였나 봐요.”



별단이의 말에, 현서는 서둘러 서찰을 펼쳐 들었고, 곁에서 


애가 닳던 이순도 답답한 마음에 다급히 물어왔다.



“옥정이가 했던 말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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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것이, 얼마 전에, 고맙다 고맙다 하시면서, 


지한테 언뜻, 떠날 것처럼 말씀 하시길레, 설마하니 


그 몸으로 하는 소리는 아닐 꺼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옥정이 아가씨께서……………이 곳을 떠나신 것 


같구만요.”  



“………떠나다니! 대체 어디로!!……………………”



그때, 서찰을 읽어내린 현서도령이, 심각한 얼굴로, 말을 


들려왔다.



“별단이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서찰에 한양으로 돌아


가겠다는 말과 인사말이 적혀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



순간, 이순은 그대로 눈 앞이 깜깜해져 왔다.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에, 서둘러 왔던 길이였건만, 


또 다시 옥정이와의 만남이 어긋나 버리다니………………


무언가 칡흙같은 어둠 속에 갇혀버린 듯, 이순은 한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옥정이가 없는 빈 흔적을, 허탈한 눈빛으로 쫒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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