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란 내내 조선 조정의 분위기는 섬멸전이었어.   섬멸전이란 승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적을 완전히 몰살시키는 전투야.

이유야 차고 넘치지.   "일본군이 조선에 들어와서 조선 백성들을 학살했다."   "선대왕들의 능을 파헤쳤다."

"그냥 일본군들을 돌려보내면 또 다시 재침할 것이다."   말 잘하는 조정 중신들이니까 이유도 다 그럴 듯 해.

하지만 조선의 능력치는 일본군을 섬멸하기는 고사하고 섬멸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지.   수군을 제외하고.

그래서 명군에 읍소를 해.   선조는 강화를 막기 위해서 송응창을 만나려 하고 그가 있는 의주까지 실제로 길을 떠나기도 해.

송응창이 최후통첩으로 싸우려면 조선군의 힘만으로 싸우되 이기면 포상이고 지면 엄벌한다고 문서를 보내지.

선조는 어쩔 수 없이 돌아와.   그래도 일본군을 섬멸하겠다는 조정의 분위기는 결코 변하지 않아.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결국 최후의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이순신이야.   이순신이 부산에 가서 적을 섬멸하라는 것.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조선 조정의 이런 분위기에서 벌어진 사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