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 놈 어쩌구 얘기가 자꾸 나오길래 나도 한 번 써 봄.

나한테 일어난 일은 아니고 내 친구한테 일어난 일임. 불알친구.

녀석은 185에 80키로 정도 나가는 놈인데 어느날 늦게 퇴근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동네골목에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함.

근데 느닷없이-정말로 느닷없이, 옆에선지 앞에선지, 뒤에서 따라와선 암튼
언놈이 느닷없이 자기 면상에 뛰어뒤후려차기를 시전했다고 함.

녀석은 딱히 무술을 배우거나 한건 아니지만 암튼 우연찮게 발차기를 피했는데
그 발차기 한 놈이 착지한후에 즉시 바지자락을 걷어올리더니 기다란 회칼을 꺼내더란 말씀.
친구는 완전히 어이가 상실해서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는데 그 발차기한놈이 대뜸 한다는 말이

"너 아까 나 비웃었지?"
"예?"
"너 아까  당구장에서 날 보면서 비웃었자나?"
라고 하며 자길 비웃었다고 자꾸 바득바득 우기기 시작했다고함.

여기가 중요.

내친구는 뒤돌아서서 뛰어서 도망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 커다란 칼을 보니
문득 놈이 쫓아와서 등짝에 칼꽂을까봐 도저히 뒤돌아서서 뛸 용기가 안난다는 것이였다.
달리기를 못해서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 상황에 완전히 압도당해서 다리가 붙어버렸다는걸수도 있다.

암튼 내 친구말에 의하면 자기는 손에 마시고있던 500원짜리 생수 물병뿐이였다나?

결국 녀석은

"선생님 왜 이러세요, 제발 고정하세요"로 시작해서
이러면 뭐가 돼냐는둥 나도 먹고 살기 힘든 소시민이라는둥
거진 30분을 설득해서 겨우 그 칼든 놈을 돌려보내고 겨우 겨우 귀가했다고 함.
그 칼든 놈이 키가 굉장히 작았는데 정말로 당구장에서 누가 그놈을 보고 비웃었는데 사람을 착각해서
내 친구에게 칼을 들이댄것인지, 아니면 내 친구가 키가 크다보니 재수없게 걸려들어서 화풀이의 대상이 된건진 알수없지만.

암튼 녀석에게 이 얘기를 듣고 칼든 놈 앞에서 등돌려 뛰어서 도망간다는 것도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나 적용될순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음.

밤늦게 퇴근해서 심신이 극도로 지친상태에다가
정말 느닷없이 예상치도 못한일이 갑자기 벌어지면
누구라도 당황하게 되고 거기다 칼까지 들이대면
왠만한 사람은 경직되기 마련.
뛰어서 도망가는것도 용기가 필요하거나 또는 상황이 허락해야 가능할거 같다.

암튼 녀석의 호신술은 "비굴함"이였다.

"선생님~! 왜 이러세요~!"
"선생님~! 살려주세요~"
"저도 먹고 살기 힘든 사람입니다"
"키작다고 비웃은적 없어요, 저 당구장에서도 나오는 길도 아닙니다 선생님"

이제부터 최고의 호신술인 "비굴도"를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