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뽕은 많은 면에서 바퀴벌레와 비슷하다. 인간에 비하면 미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응집력과 생명력이 강하고, 아무리 반복해서 즈려밟아도 끈질기게 회생하며, 어둠 속에서 생활하다가도 인간들이 빈틈을 보이면 좋다구나 우루루 기어나와 그곳을 점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퀴벌레 몇 마리의 난동이 번영하던 음식점의 평판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처럼, 일뽕 몇 마리의 난동도 멀쩡하던 갤러리의 수준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 

과거 디시 최대 학문의 전당을 이루었지만 이제 수십 명의 일뽕과 몇 명의 전문 어그로가 교미하는 기괴하고 몽환적인 공간으로 변해버린 역사 갤러리는 제외하더라도, 일뽕들이 지속적으로 뻘글을 싸면서 좋은 글을 밀어내고 있는 언어 갤러리, 일뽕의 울부짖음을 막으려다 정상인들까지 병신화한 이차대전 갤러리, 최근 일뽕글로 오염된 바 있는 무신론 갤러리 등등, 일뽕들이 일시적으로나마 갤러리의 열화를 불러온 케이스는 셀 수 없이 많다. 일뽕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갤러리를 더럽히는 것이다.

일뽕들의 존재가 이토록 혐오스러운 효과를 가지는 이유는, 일뽕들이 단순 어그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어그로가 관심에 죽고 관심에 사는 데 반해, 일뽕들에게 사람들의 관심은 비교적 부차적인 문제이다. 이는 일뽕들이 외부와 고립된 그들만의 협소한 정신세계를 구축하며, 그들의 담론도 그 폐쇄된 세계 내의 미묘하고 이질적인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뽕을 퇴치하기는 어그로를 퇴치하기보다도 어렵고, 일뽕들의 뒤틀린 정신을 관통해 정상인으로 돌려놓는 것도 어그로를 교화하는 것보다도 난해한 일이며, 일뽕의 뇌에서 유출되는 광기는 유치하고 순수한 어그로의 장난질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