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출처는 여기야.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10&query=view&l=33 스크롤이 길어도 참어, 이 정도도 못 읽으면서 남의 게임 까대는 무뇌아는 없겠지? 인간이 만든 가장 지루한 학문 중의 하나인 법철학.. 어떤 웹진이든 어떤 게임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벌어집니다. 그 때 게임에 대해 논쟁을 벌일 때 우린 사소한 개념의 이해부족으로 논쟁이 엉뚱하게 흘러가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예로 들어보죠 A : A 게임은 이러 이러한 부분에서 B 게임에 못미친다는 거야.. B : 그러나 저러저러한 부분은 B 게임을 압도하고도 남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A 게임이 더 낫지 C :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뭐.. A 게임 좋아하는 사람은 A 게임하고 B 게임 맘에 들면 그거 하면 그 뿐이지 D : 맞어 맞어 자기가 맘에 들면 그만인거야 여기서 C 의 주장과.. 그에 동조하는 D 는 아주 중요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즉 C 와 D 는 논쟁, 그 이전에 알아둬야할 몇 가지 개념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죠 왜 그런가... 어떤 부분이 그러한가... 는 이 글을 다 읽어보시면 자연히 아시게 되리라 믿습니다. 1.개발자의 "게임" 과 유저의 "게임" 하나의 "게임" 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그 둘은 아주 밀접하지만 또 절대로 같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와우를 만든 블리자드의 개발자들은 전쟁섭을 극한의 대립구도로 설정했습니다. 이데올로기나 종교..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서로의 생존을 걸고 전쟁을 벌입니다. 만일 생존이 아니라 앞에 예로 든 이데올로기.. 등이었다면 적의 지배층만 제거하고 일반 시민들은 억압하는 선에서 전쟁이 끝나겠죠 그러나 그 둘은 서로의 존재에 대한 거부가 전쟁의 이유이기 때문에 적의 완전한 말살과 멸종만이 해답일 뿐입니다. 이것이 개발자의 "게임" 이죠 그러나 "유저" 의 게임은 모습이 다릅니다. 실제 전쟁서버라 하더라도 모든 유저들이 적 진영의 플레이어를 보자 마자 무조건 공격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서로 퀘스트를 돕기도 하죠 제가 메디브 서버에서 얼라이언스인 나이트엘프 사냥꾼으로 플레이할 때.. 잊혀진 땅 아래편에서 앵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드의 타우렌 드루이드 하나가 "유령의 플라스마 모으기" 란 퀘스트를 혼자 수행하더군요. 제가 얼마전에 그 퀘스트를 완료했지만.. 요령을 알지 못하면 유령들의 다굴을 당해내기 힘든 퀘스트입니다. 저 역시 초반에 몇 번이나 눕고 부활하기를 반복해 겨우 요령을 깨닫고 간신히 클리어할 수 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그 드루이드 연신 눕습니다. 게다가 제가 원거리 공격에 능한 사냥꾼 클래스이다 보니, 그 분은 저도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시나 봅니다. 드루이드가 결코 사냥꾼에 PVP 에서 밀리는 클래스는 아닙니다만 사냥 중에 사냥꾼의 뒷치기를 맞고 버틸 재간은 없으니까요 제가 목표한 아이템을 다 모으고 사냥을 끝내려는 즈음에.. 그 분은 방금 또 눕고 부활하신 건지 앉아서 피탐을 하시더군요. 몇 일 전에 그 고생을 해본 터라.. 그 분이 호드고.. 게임사가 만들어 준 나의 철천지 원수라 하더라도 그 이전에 반쯤 맥이 탁 풀려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을 모니터 밖의 그 유저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폴짝 폴짝 뛰고 웃고 춤추고.. 말이 안통하니 갖가지 평화 제스쳐를 다 취하며 공격의사가 없다는 걸 알린 후에 그 분 곁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후에 그 분이 퀘스트를 하는 걸 도와드렸죠 유령 몇이 그 드루이드분에게 몰려가면 몇 마리 화살로 떼와서 처리해드리니 훨씬 수월하게 금방 그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연방 고맙다며 인사를 꾸벅 꾸벅 해대는 그 분과 아주 기분 좋은 와우의 추억을 만들 수가 있었죠 이게 바로 유저의 "게임" 입니다. 개발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유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게임의 모습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게임에 대해 비난을 퍼부을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론 리니지죠. 그러나 사람들이 욕하는 건 리니지라는 게임에서 개발자의 "게임" .. 즉 게임의 절반에 대한 부분입니다. 왜 노가다가 심하냐.. 왜 아이템의 의존도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올려놔서 현거래를 조장하느냐.. 그러나 유저의 "게임" 이란 측면에서의 리니지는 다른 여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그 고유의 특징과 장점,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군주 앞에 도열한 수많은 혈원들의 모습.. 은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게임을 통틀어 가장 장엄하고 멋진 장면일 것입니다. 그리고 MMORPG 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역할놀이" 란 부분에서 이보다 더 플레이어를 게임에 몰입시키고 역할을 부여하는 게임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NC 소프트의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게임 가이드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사열이나 열병식이 개발자의 설정이란 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즉 유저가 만들어낸 유저의 "게임" 이란 측면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지며 장엄한 리니지의 사열장면이 등장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게임을 비난하거나 논평할 때 그것이 "게임" 의 어떤 부분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게임 논쟁의 첫번째입니다 2.게임의 객관적 가치와 주관적 가치 저는 어머니가 쪄주시는 노릇노릇한 감자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감자를 원체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해주시는 것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거든요. 그러나 암만 제가 어머니의 감자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그 감자요리로 세계 요리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보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섹시하며 귀여운데다 애교스럽고 청순하며 깜찍하기 이를 데 없으며 동시에 자상하고 현명하며 마음씨까지 비단결인 르시엘이 미스 월드에서 진으로 뽑힐 가능성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심사위원이 제가 아니니까요 (코쟁이들의 미적 기준이란.. 쯧쯧)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우보이 비밥이 국제 애니매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적도 없거니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크리스 스피리스가 아메리칸 뮤직어워드나 그래미상을 수상한 적도.. 가장 좋아하는 좋아하는 배우인 양조위가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을 탄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인정을 해주던 안해주던 간에 저에겐 어머니의 감자와 르시엘과 카우보이 비밥과 크리스 스피리스와 양조위가 최고입니다. 이것이 주관적 가치입니다. 주관적 가치란 비교 재량이 불가능할 뿐더러 논쟁과 비평의 영역도 아닙니다. 따라서 게임의 객관적 가치.. 게임의 설정, 서버의 안정성, OST 의 질, 캐릭터 디자인, 스킬 이팩트, 다양한 퀘스트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데 게임의 주관적 가치를 얘기하는 건 엉뚱합니다. 모두에 말씀드린 C 와 D 가 범한 오류는.. 바로 게임의 주관적 가치와 객관적 가치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그럼 객관적 가치와 주관적 가치 중에 어느 것이 더 우월한가? 그건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만일 여러분이 게임 제작자.. 혹은 게임 개발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잠재적인 투자자.. 게임 웹진의 기자.. 등이라면 객관적 가치에 더 비중을 두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저라면 주관적 가치가 훨씬 우월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영화사상 최고의 명작 베스트를 꼽으면 항상 "시민 케인" 이란 헐리우드 초창기 영화가 수위를 다투더군요. 저도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그런 극찬을 받나.. 싶어서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지루함의 결정체더군요. 차라리 비평가로부터 돈 쳐발라 만든 3 류 블록버스터.. 라는 혹평을 들을 지라도 최근에 개봉된 배트맨 비긴즈가 차라리 더 낫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시민케인과 배트맨 비긴즈 중에 하나를 돈 내고 봐야한다면 어느 쪽인가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왜 걸작이라 불리는 것들은 다 졸리지? 전문가나 게임산업에 목숨을 걸어야할 게임계 사람이 아닌 바에야.. 개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가치 쪽이 더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그런 공통된 주관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 공간에서 객관적 가치를 역설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아무리 제가 문희준의 음악을 락으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문희준의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찾아가면서까지 왜 락이 아닌가.. 에 대해 역설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건 그들의 주관적 가치이며 존중받아 마땅하니까요 같은 이유로 리니지를 즐기고 좋아하는 유저들이 모인 곳에서 리니지를 성토하는 것 역시 넌센스죠 예전처럼 게임에 대한 정보가 게임잡지 몇 종류나 골수팬들이 운영하는 전문 팬카페에 집중되던 시절도 아니고..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다 못해 이제 공중파에 케이블까지 정보를 쏟아내는 시대에 그들이 리니지의 부정적인 모습을 몰라서 현재 리니지를 계속 즐기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다른 더 큰 장점을 바라보며 게임을 즐기기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훈계하고 계몽한다는건 자유의지에 대한 모욕일 뿐입니다. 문희준과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그의 팬이 우리와 사회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 이상으로.. 게임에 관해 논쟁을 벌일 때.. 서로 의견을 나눌 때 반드시 그 이전에 생각해야할 몇 가지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