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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모바일에서 작성

시대(118.221) 2015.12.08 23:36:08
조회 116 추천 1 댓글 2

1. 양말 한 켤레, 피케 티 한 장, 등산화 한 켤레, 뮤지컬 표, 넉 장의 팬티와 티셔츠 일곱 장. 넥타이 하나. 한 곳에 모아다가 버려야지 하고 있다. 소중함이 한 무더기다. 한 무덤이다.

2. 압권은 아이맥. 판도라의 상자였다. 그 모든 것이 담겨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사람의 방에서 챙겨 들고 나왔다. 켜자마자 작업 중이던 악보들이 화면에 띄워 졌고 그걸 보는 마음이 아팠다. 그 \'일기\'들도 나왔다. 이내 불편함이 뒤를 잇고 말았다. 포맷을 하려다 망설여 진다. 일시불로 샀기에 망정이지 할부가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비참했을까? 내가 쓰려다 망설이게 됐다. 상징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신부님께 물었다. 이거 쓰실래요? 싫어.

3. 어머니는 부쩍 내 눈치를 보신다. "둘이 헤어졌니?" 웃으며 내가 답한다. 늘 그렇다. 웃으며 답해 드린다. 나는 당신의 아들이니까. "네^^" 하고 대답한다. 힘내 아들! 이란 말을 하신다. 어머니는 서툴다.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서툴다.

4. 술은 마시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괜한 실수를 부추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1월의 금연 선언 같은 것. 방이동 어디께에 1인 술집이 있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이 동네엔 곳곳이 유적지다. 그 술집은 자주 가던 카페 건너편에 있었다. 술 마시다 전화를 할 것 같아 114에 전화 했다. 저 발신 정지좀 해주세요. 이럴때 마음 놓고 술에 취할 수 있는 기막힌 서비스다. 타코와사비에 청주를 데워 마셨다. 역시 소주가 어울릴 것 같아 주인장을 불렀다. 참이슬? 아니면 처음처럼? 손님이 나 뿐이므로 말 동무를 해준다.

5. 사전에 없는 단어들만을 골라 편지를 썼다. 나도 참 고약하다.

6. 화장실이 어디죠? 나가서 오른쪽, 열쇠 들고 가세요. 통성명 한 적 없는 거울이 나보고 시비를 건다. 집에 가야겠다.

7. 다시 한 곳에 모여 있는 넥타이 하나, 티셔츠 일곱 장과 넉장의 팬티, 등산화 한 켤레, 피케 티 한 장, 양말 한 켤레가 보인다. 옆에다 아이맥을 가져다 놓았다.

8. 아침에 일어나 제일 처음 한 것은 뭔가를 버리는 일이었다. 방에서 무덤을 없앴다.

9. 한 달이 지나 이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가끔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생일을 누르는 실수를 한다. 그러면 핸드폰은 몸을 떤다. 습관이란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바꾼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습관에 대해 생각했다. 핸드폰에도 이제 흔적은 없다. 사진도 녹음된 플룻 연주도 메세지도 없다. 어떤 찰나, 아이맥은 할부로 살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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