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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능재수생(218.39) 2015.12.24 23:52:35
조회 55 추천 0 댓글 0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분명 텅 빈 교실일 텐데, 아무것도 없을 텐데, 


나는 본능처럼 이끌리고 있었다.


이제는 버릇이 되어버린 등굣길을 많은 생각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간혹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녀석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교실을 방문하는 녀석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만약 있다면,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하지? 같은 유치한 생각들이었다.


교문에 다다르니, 항상 창문 속에서 지켜보던 풍경이 약간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우리 반 반장녀석이 축구를 진짜 잘했지, 항상 인기스타였던 녀석, 점심시간에 골이라도 넣고 오는 날엔


녀석에 주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었지. '약간에 부러움이었을까? 내심 축구공을 차는 흉내를 


내보며 세러머니를 흉내 내보지만 이내 부끄러움을 느껴 주변을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 하며 


중앙현관으로 뛰어들어갔다.


중앙현관 내부에는 우리들의 졸업사진이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대문짝만하게 붙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진짜 있으면 어쩌지? 친한 녀석이어야 할 텐데, 맨 앞줄에 저놈하고는 꽤 친했던 거 


같은데, 저 녀석이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또 하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는 녀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고 싶었다.몇 명 있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아는 녀석들의 호명이 다 끝나고 나는 버릇처럼 이용하던 승강기 앞으로 갔지만 이내 


'오늘은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한발짝 걸어가니 맑고 청아한 울림이 무언가 색달랐다. 그리고 그 색다름은 나의 감성을


풋풋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반에 음악을 하던 예쁜 여자애가 있던 거 같은데, 나한테 자주 말을 걸어줬어,


그 녀석 혹시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내가 꽤 잘생긴 편이잖아. 녀석이 있진 않을까?' 


정말로 녀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정말로 교실에 있다면 어떻게 할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우유 당번 시절에는 그렇게 오르기 힘들던 계단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건지, 나는 녀석과의 상상을 끝내야 할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러나 이내 나는 또 다른 상상에 빠졌다.


불 꺼진 복도에 나지막이 들어오는 햇빛이 발화의 원인이었다. 


'여기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정말 멋있겠지? 만질만질한 땅이니까 정말 잘나갈 거야,


여자애들은 분명 전부 반하겠지, 고백도 하고 말이야, 그러나 딱한걸? 나는 이미 임자가 있다고'


이런저런 유치한 상상 끝에 도착한 교실 문앞, 


'이제 정말 누군가를 만나는 건가'라며 머리를 내심 이렇게 저렇게 만지고 있었다 


마침내 시야가 탁 트이는 교실에는, '그래. 누군가 있을까? 정말 그녀가 있으려나?


푸핫, 여태까지 왜 그런 상상을 한 거지?' 


그러나 역시나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그런 드라마 같은 만남은 없다. 지금까지 하던 바보 같은 상상이 약간은 부끄러웠다.


내심 쓰레기통을 발로 차본다. 내 표정은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졌다. 


텅 빈 교실을 보고 있자니 뭔가 짠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울컥 쏟아지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비틀비틀 걸어가며 도착한 내 책상,


책상에는 낙서 하나 없이 깔끔했다. 정말로 깔끔했다. '낙서 하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왜 없는 것이냐?'


수능 대박이라고 써진 칠판과 마구잡이로 낙서 된 친구들의 책상과 대조되어 내 책상이 너무 초라했다.


이제는 저 글귀가 싫다. 한때는 의지라도 해보려고 했던 수능 대박이 이제는 싫다. 


나는 이제 와서 왜 이런 걸 생각하는 걸까? 나는 이제 와서 왜 후회하는 걸까? 


선택은 내가 했는데 말이다.


띠로리리 울리는 수업종에 눈물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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