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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27.179) 2017.11.18 15:51:15
조회 80 추천 0 댓글 0

이젤 위에 놓인 도화지가 고상해보였다.
파레트위의 색을 섞는데 손이 떨렸다. 몸에 열이 오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붓이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 페인트 통을 가져와서 뚜껑을 땄다.
손을 통에 담구다가 베였다.
물감에 피가 섞였다.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손을 페인트 통에서 꺼내 들어올렸다.
페인트가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조각 같았다.
도화지에 비비기 시작했다. 손이 경련했다.
도화지가 구겨지는 것은 싫었다.
그러다 페인트 통을 들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부었다.
페인트가 묻지 않은 부분이 없을 때까지 부었다.
도화지가 역겨워보였다.
이것이 나중에 아름다워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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