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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이 그것이 정의롭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Pentatoni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18 00:40:12
조회 107 추천 0 댓글 0

아직 가지지 못한 자와 이미 가진 자는 성질상 차이가 없다. 왜냐하면 둘 다 가지려고 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단지 한 쪽은 이미 가졌고 다른 쪽은 아직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는 정의가 줄곧 패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세상이 처음부터 정의가 승리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면 정의는 어떻게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의 패배 자체가 그것의 정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정의가 패배할 수 있다고 해서 패배한 것이 곧 정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패배한 자들이야말로 정의로운 자들이라는 절대적인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현상적으로는 단지 이 세상에서 그들이 패배했다는 사실만 드러날 뿐이다. 그럼에도 패배한 자들 중 일부는 그것이 자신들이 정의롭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세상이 불의하였기에 정의로운 자신들은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영지주의-카타리파적인 사상의 명맥이 이렇게 유지되어 왔다. 세상 권력을 장악한 교황권에 반발하여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그들은 극단적인 영육이원론과 철저한 금욕수련을 대외적으로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 기득권을 누리는 기독교는 가짜이고 자신들이야말로 진짜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영적 우월성을 어떻게든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핍박받고 배척받는 자들이야말로 이 악한 세상에서는 정의롭고 선량한 자들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이 군대를 동원하여 그들을 학살하였다고 해서 교황은 거짓그리스도이고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둘 다 겉으로는 자신들이야말로 기독교를 믿는 자들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칭은 자칭일 뿐이다. 그들의 정확한 소속을 확인해줄 권한을 가진 자는 하늘에 있다.

교황이 군대를 동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협적인 적대집단의 세력확장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영은 선하고 육은 악하다는 극단적인 이원론을 견지한다는 그들이 왜 악한 육의 세상에서 교황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세력이 성장하였는가. 영지주의-카타리파의 세력이 급속히 확장된 이유는 무엇인가. 곳곳에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하여 살아가는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그토록 많았기 때문인가. 아니다. 교황권에 불만을 가진 정치세력이 영지주의-카타리파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지주의-카타리파의 교리가 그들에게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안에 내재된 이교적인 자력구원의 신앙체계 때문이다.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해야 한다는 사상. 바로 그것이 그들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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