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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모바일에서 작성

왕고래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4.27 23:26:43
조회 165 추천 1 댓글 4


문갤 눈팅 한 달.
이 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냥 그렇다고..


풍선껌

01
  버스 안, 제각각의 행선지들이 모여있다. 머릿수 만큼의 다양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술에 조금 취했다. 많은 이들이 하루를 끝내는 막차 버스 안, 운 좋게도 자리를 하나 차지한다. 짧은 스커트의 여자는 내심 부러운 듯 나를 내려다본다. 눈을 감고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에 집중한다. 얼마나 잤을까? 버스는 여전히 강변북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이 시간에 차가 막혔을리는 없는데... 
  버스 안 TV에선 '풍선껌 크게 불기' 세계 신기록 영상이 나온다. 안경을 쓴 중년의 아저씨도, 손을 꼭 잡은 젊은 연인도, 야하게 입은 저 여자도, 모두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나는 풍선껌이 터져버리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같은 노래만 나오고 있다. MP3의 설정이 한곡반복으로 되어있었다. 한동안 차창 밖을 쳐다본다. 내일은 비가 올까? 우산을 챙겨야겠다. 
  결국 풍선껌을 불던 남자는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다. 화면 속에선 다들 환호하고 있다. 저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문득 오늘 입은 가디건에 눈길이 간다. 분명 올해 샀는데, 어느새 낡아있다. 앞으로는 손빨래를 해야겠다. 가디건에서 긴 머리카락을 발견한다. 누구 머리카락일까? 최근에 여자와 잔 기억은 없는데... 머리카락을 떼어내 버스 창에 붙여본다. 
  짧은 스커트의 여자는 선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다시 눈을 감는다.

여기까지 쓴 후, 기지개를 쭈욱 켠다. 종아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는다. K의 문자로 인해 LED 라이트가 반짝이고 있다. 분명 계약금을 받았으니 한 턱 쏜다는 내용의 문자일테지. 내일은 K와 취하도록 마셔야겠다. 아침까지는 빨래도 마를테니, 가볍게 가디건을 입어도 되겠다. 문득 철 지난 밴드의 데뷔곡이 듣고 싶어졌다. 한곡반복으로 설정한 후 눈을 감는다. 내가 알람을 맞췄었나? 그냥 자야겠다.

02
  남자는 풍선껌을 씹기 시작한다. 하나, 둘 입에 넣던게 어느새 열 개를 넘겼다. 목에 비해 유난히 각진 턱은 이 기록을 위해 그가 얼마나 오랜 기간 연습을 했는지 보여준다.
  풍선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겹으로 풍선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크기를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풍선껌을 씹을 수 있는 턱과 천천히 풍선을 불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실 그는 오늘 새로운 기록을 세울 자신이 없다. 지난 밤 연습에서 조차, 미국의 "체드 펠"이 세웠던 50.8cm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협찬사인 풍선껌 회사에서는 그가 벌써부터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운 듯 홍보에 여념이 없다. 
  여러 대의 카메라는 그의 불안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뒷편에 걸린 풍선껌 회사의 광고 사진 속 웃고 있는 그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의 턱은 기계적으로 상하운동을 한다.풍선이 천천히 커지기 시작한다.

TV 화면이 바뀐다. K는 리모컨을 연주해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박자로 채널을 바꾼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K는 뉴스에 채널을 고정한 후 리모컨을 집어던진다. 한참 후, K는 스마트폰을 통해 계좌의 잔액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계약금은 기일을 넘기지 않고 무사히 입금됐다. 적어도 당분간은 담배 살 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랜만에 거하게 마셔야겠다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 뒤, 계약서를 살펴본다. 특별히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무난한 내용이다. 분명히 그랬다.
  TV에서는 지구촌 소식을 마지막으로 마감뉴스가 끝나고 있다. 한 남자가 풍선껌 크게 불기 세계기록 도전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참 별걸 다 한다는 생각을 하며 TV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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