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별자리 여행) 릴레이 소설 3

J(175.214) 2015.06.19 10:14:54
조회 122 추천 4 댓글 2

 

  무라카미 하루키를 밟고, 레이먼드를 카버를 밟고, 기욤 뮈소(레이먼드 카버리의 옆자리에 있기엔 너무나 과분한 녀석이었다)를 밟고 파티션을 뛰어 넘었다. 파티션 반대편에서 김연수를 사뿐히 밟은 나는 미끄러지듯 그녀의 위로 날아들었다. 롤랜드 고릴라 같이 듬직한 그녀는 나를 아주 가볍게 받아들었다. 나로서는, 꽤 우아하게 책들의 우주를 건넜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CCTV를 들여다보니 우아함보다는 토요일 저녁 시간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몸짓이었다. 나는 책더미 위를 개헤엄치듯 허우적거리며 파티션을 낑낑거리며 넘으려다 그만 발이 걸려서 반대편으로 데굴데굴 떨어져 그녀의 품에 안겼다. 기억과 기록은 그렇게나 다른 것이다. 아무튼 더 말하면 나만 부끄러우니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자. 이 부장. 그 새끼는 언제나 봐도 혐오스러운 녀석이지만, 가끔씩 옳은 말을 할 때가 있었다. 오늘 오후 세 시 때 나한테 호통친 것도 생각해보면 옳은 말이었다.

  ㅡ요점만 말해, 요점만!

  나는 그의 호통을 가슴에 담고 나를 안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ㅡ안녕하세요, 혹시 전화 번호 좀 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당황한 것 같았다. 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눈썹이 개미떼마냥 살짝 꿈틀댄 것을 나는 볼 수 있었다. 0.01초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0.01초 후에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그녀의 고개가 만든 바람이 내 눈썹을 휘날리게 만들었다)내게 말했다.

  ㅡ지금은 때가 안 좋네요.

  그러더니 그녀는 나를 천장으로 힘껏 집어던졌다. 그녀 덕분에 나는 잠시 중력을 잊을 수 있었다. 천장을 부실하게 지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힘이 과분했는지 나는 가뿐히 서점의 지붕을 뚫고 하늘 위로 날아갔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건 현실이었다. 상승이 완전히 멈췄을 때, 나는 가까스로 한 마디 내뱉을 수 있었다.

  ㅡ이부장 개새끼.

 

추천 비추천

4

고정닉 0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89349 근데 오미타불아 [4] ㅇㅇ(175.223) 15.06.22 117 1
89348 ㅎㅇ [3] 카스트로(183.108) 15.06.22 59 0
89342 오미타불이 김성재 흉내내면서 겨울잠자리라고 한거냐? [7] ㅇㅇ(223.62) 15.06.22 123 0
89337 세상 모든 걸 이해해야만 하는 나 자신에게 분노를 느낀다 [5] Outersi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109 0
89336 넌 날 무너트릴 수 없어 왠지 알아? [5] 103(1.249) 15.06.22 103 0
89334 103... 103아... [2] 103(1.249) 15.06.22 74 0
89333 그래 마 내가 다 했다 [16] 103(1.249) 15.06.22 130 0
89330 문갤 물갈이 시나리오는 실패다 103(1.249) 15.06.22 70 0
89329 정식 글에는 보통 따음표를 세개나 일곱개 이렇게만 써? [3] 아보카도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95 0
89328 결국 이렇게 들켜버린 것인가 후후 [13] ㅇㅇ(1.249) 15.06.22 163 0
89327 沙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68 0
89326 탈갤 [4] 카스트로(183.108) 15.06.22 132 8
89323 그를 내버려둬 ㅇㅇ(1.249) 15.06.22 46 0
89322 고닉 쓰고 싶은데 [1] 카스트로(175.223) 15.06.22 44 0
89319 아하, 인생은 이슬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씀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51 0
89318 글을 써오면서 느낀 것. [2] ㅇㅇ(211.36) 15.06.22 67 0
89316 근데 진짜 궁금한거있음 [2] ㅇㅇ(175.223) 15.06.22 56 0
89315 문갤러 연예인 비유 남자편 [2] ㅇㅇ(175.223) 15.06.22 428 8
89313 문청40이 덧없다 [7] ㄹㅎ(1.249) 15.06.22 110 0
89311 외면 백프로(182.214) 15.06.22 54 3
89310 맞짱까자 이년아 [2] ㅇㅇ(1.249) 15.06.22 84 0
89309 공ㅁㄴㅇㄹ 달의 하루로 상 탔냐? [4] 카스트로(183.108) 15.06.22 119 0
89306 절곤이의 고민 [2]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171 3
89303 절곤이는 항상 감사를 하며 양말도 일주일씩 신지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59 0
89301 대화문에 ! 느낌표 몇개씩 들어가면 안되냐? [6] 아보카도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107 0
89299 기본 제공 반찬 김치, 밥, 계란 질려서 목구멍 위로 치밀어 오를 때는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69 2
89297 방구석에 앉아서 [1]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59 2
89292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ㅇㅇ(112.214) 15.06.22 70 0
89290 ㄹㅎ=홍동지/ [1] ㅇㅇ(1.249) 15.06.22 86 0
89289 보리차=asd/ [4] (183.99) 15.06.22 97 1
89287 문갤 병신 몰아내기 캠페인 [1] ㅇㅇ(1.249) 15.06.22 93 1
89285 당뇨가 두려우나 [6] ㅇㅇ(1.249) 15.06.22 80 0
89283 나 태어나 가장 완벽한 시를 ㅀ은 이거라 본다 [3] (183.99) 15.06.22 119 0
89275 현대시작법 빌리려고 [9] ㅇㅇ(1.209) 15.06.22 172 0
89273 시- 달의 하루... 문장 주간 우수작으로. [3] ㅇㅇ(1.209) 15.06.22 110 0
89267 창작의 괴로움 [3] (182.172) 15.06.22 149 4
89266 가시밭길 [5] 백프로(182.214) 15.06.22 77 0
89265 문갤, 아니 인터넷의 참 이상한 분위기 [4] ㅇㅇ(39.7) 15.06.22 208 8
89263 술배가 흉할망정 [6] (183.99) 15.06.22 101 0
89260 성재 나한테 복날의 개 처럼 두들겨 맞고 이제 새 사람됨 [3] ㅇㅇ(178.62) 15.06.22 96 2
89258 인간의 자아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74 0
89257 행복했으면조켓서여 [1] 응가(110.14) 15.06.22 66 0
89255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1]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70 1
89254 이 시로 무형문화재 등록될수 있는지 평가좀 [3] ㅁㄴㅇㄹ(220.117) 15.06.22 101 0
89250 이 시로 모던클래식 거장 반열에 오를수 있는지 평가좀 [2] ㅁㄴㅇㄹ(220.117) 15.06.22 54 0
89248 이 시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한지 평가좀 [3] ㅁㄴㅇㄹ(220.117) 15.06.22 93 0
89247 이 시로 이상문학상 수상 가능한지 평가좀 [2] ㅁㄴㅇㄹ(220.117) 15.06.22 99 0
89246 이 시로 등단 가능한지 평가좀 [2] ㅁㄴㅇㄹ(220.117) 15.06.22 125 0
89244 오늘 아침의 고통을 표현한 시 하나 공개함 [2] ㅁㄴㅇㄹ(220.117) 15.06.22 92 1
89242 남자 vs 여자 [1] 절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22 8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