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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la vie en rose 6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0.21 06: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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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NvnAp



La vie en rose [la vi ɑ̃ ʀoːz] 장밋빛 인생

 

 

<2015 9, 테네리페>

 

뭐야, 지금?”

이네스는 저도 모르게 떨려 나오는 목소리를 겨우 가다듬는다.

 

뭐가?” 태연하게 묻는 민준.

 

방금,,, 뭐 한 거야?”

귓속말...”

 

하아.. 귓속말?”

내일부터는 애인처럼 스킨십을 해야 된다며? 예행 연습 한번 해본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민준은 휙 몸을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이없는 얼굴로 굳게 닫힌 그의 방문을 바라보는 이네스.

 

그가 눈 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기다렸다는 듯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며 뛰기 시작한다.

 

-----------------------------------------------------------------------

 

코 끝에 아직도 그 여자의 달콤한 숨결이 남아있는 듯 하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창가에 서는 민준.

팔짱을 낀 채 바깥을 향하고 있는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도민준은 이런 장난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작전을 수행 중인 요원에게 스킨십이나 잠자리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런 건 그냥 작전에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다.

감정없이.

무감각하게.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가슴이 뛸 필요도 없었다.

스킨십의 예행 연습이라는 말장난 따위는 애초에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꾸 저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그는 골똘히 생각에 빠져든다.

 

-----------------------------------------------------------------------------

 

잠이 도저히 오지 않는다.

이네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거실로 걸어 나온다.

 

그 남자가 자고 있는 방에 잠시 시선을 두고 있던 이네스는 천천히 걸어 베란다로 나간다.

늦은 밤의 서늘한 바람이 이네스의 뺨에 훅 와 닿자 그녀는 잠시 몸을 떨며 제 팔을 감싸 안는다,

검게 빛나고 있는 대서양을 막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네스는 오래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던 민준은 이네스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조용히 걸어 나온 그 여자는 거실의 어디쯤에 잠시 멈춰 서있다가 금세 베란다로 나가버렸다.

베란다의 그녀에게선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민준은 이네스의 숨소리를 듣고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녀.

그 여자가 침대에 누워 편안히 잠드는 순간까지 아마 민준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매일 밤 그 여자의 고른 숨소리를 들은 후에야 잠이 드는 것이 이제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

 

이네스는 제 뺨과 입술을 번갈아 만져본다.

 

하아... 도민준...

 

둘 밖에 없는 집에서 굳이 귓속말을 할 필요가 있었나?

그럴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귓속말을 하기 위해 그녀의 귀로 얼굴을 가져갈 때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스칠 일은 더더욱 없었다.

 

당당하게 스킨십의 예행 연습을 했을 뿐 이라던 민준.

이네스가 뭐라 반박할 새도 없이 그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주먹을 꼭 쥐며 한숨을 내쉬는 이네스.

뭐라 반박할 새가 없었다는 건 핑계일 뿐.

그 자의 명치를 가격하거나 어깨를 내리칠 시간이 없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아주 짧게 제 입술을 스치고 지나가던 그의 입술.

그 찰나의 느낌.

저도 모르게 그녀는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입술을 쓸어본다.

 

그녀의 마음이 급해진다.

이번 작전은 빨리 끝낼수록 좋다.

 

그 남자의 말처럼 작전과 현실을 구분하기 싫어지는 날이 오기 전에.

이 기묘한 예감이 실제가 되어 버리기 전에.

 

----------------------------------------------------------------------

 

그 여자는 이제야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이불을 끌어덮는 소리,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그의 귀에 들려온다.

가만히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는 오늘 밤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이네스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 동안 민준도 잠들지 못하고 몇 번이나 돌아눕는다.

깨어있는 내내 민준의 귀는 그 여자를 향해 열려있다.

왜 그러는지 민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 여자는 작전의 파트너일 뿐이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여자.

도민준, 너는 지금 작전 중이야!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드디어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민준도 서서히 잠에 빠져든다.

 

----------------------------------------------------------------------------

 

<테네리페 해변가>

 

오늘은 부드러운 모래로 뒤덮인 해변으로왔다,

이네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해변가 남자들의 시선이 함께 따라 움직인다.

남자들은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쭉 빠진 그녀의 몸을 대놓고 힐끔거린다.

 

생수를 사러 bar에 간 이네스를 매력적인 미소로 맞는 미남 바텐더.

Bar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남자들은 그녀가 해변가에 애인과 동행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마침 혼자 나타난 그녀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경쟁적으로 그녀 주위로 모여든다.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이네스를 보며 민준을 툭툭 치는 쟈코모.

선베드에서 몸을 일으키며 호들갑을 떤다.

 

이네스는 요즘 이 해변가의 스타야!! 세상에... 저 남자애들 표정 좀 봐!! ... 민준, 질투 나지 않아?”

쟈코모가 짓궂게 웃으며 민준의 옆구리를 건드린다.

 

질투는 무슨....”

어우, 쿨한 척 하기는!! !!! 니 얼굴에 다 써 있는데 왜 이래?”

내 얼굴에 뭐가?”

이네스 몸을 힐끔대는 남자들 보는 니 얼굴이 어떤 줄 알아?”

어떤데?”

큭큭... 꼭 죽일 것 같애! 아우 웃겨! 무슨 전문 킬러 삘이 나!!!”

 

킬러라는 말에 멈칫한 민준은 굳어있던 표정을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 본다.

 

그만 좀 놀려!”

노우, 나 놀리는 거 아냐! 하긴 이네스 같은 애인을 가진 남자로서 이 정도는 뭐 감수해야지 어쩌겠어?”

 

쟈코모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제 옆의 민준과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이 쪽으로 걸어오는 이네스를 번갈아 바라본다.

하지만 걸어오던 이네스는 그녀의 앞을 막아서는 남자 두 명 때문에 다시 발걸음을 멈춘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멋진 몸의 남자들이 매력적인 미소를 날리며 이네스에게 무언가 말을 건다.

 

미간을 찌푸리며 귀를 기울여 보는 민준.

하지만 바에서 틀어놓은 음악이 크게 해변가에 울려 퍼지고 있어 온갖 소리들이 혼합이 된 채 어지럽다.

다시 한 번 귀에 모든 감각을 집중해 보는 민준.

갖가지 소음과 커다란 음악 소리를 걷어내고 그 여자의 목소리를 잡아낸다.

이네스의 명랑한 음성과 두 남자의 멋진 보이스.

하지만 그들은 민준이 모르는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젠장할...

여기는 엄연히 스페인령이고,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도 민준의 인상이 구겨진다.

 

아니 무슨 여자가 아무 남자한테나 저렇게 대꾸도 잘 해주고 장단을 맞춰주는지!!

저 것도 작전인가??

 

민준은 저도 모르게 선베드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다.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이네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민준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쟈코모.

 

빨리 안 오고 뭐해?”

화난 표정의 민준이 갑자기 나타나자 두 남자와 이네스가 일제히 그를 쳐다본다.

 

, 지금 이 사람들이...”

가자!”

 

이네스의 말을 끊어버린 민준은 그녀의 허리를 확 낚아채며 돌아선다.

멍하니 보고 있는 남자들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두근 두근 두근....

이네스와 민준의 심장이 동시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민준의 커다란 손은 가느다란 이네스의 허리를 움켜잡고 있다.

 

손 아래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녀의 몸.

탱탱한 이네스의 허리에 맞닿아 있는 그의 손이 불에 데인 듯 뜨겁게 달아오른다.

 

침을 꿀꺽 삼키며 시선을 앞에 두고 걷는 민준.

또 다시 심장이 툭 떨어져 내리는 느낌을 겨우 참아내며 이네스도 말없이 민준을 따라 걷는다.

 

제 허리와 골반뼈를 한꺼번에 감싸쥐고 있는 그의 손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배꼽 근처가 야릇하게 간질거려서 배에 힘을 주는 이네스.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자리로 도착한 두 사람을 쟈코모가 기다렸다는 듯 놀리기 시작한다.

 

와우, 민준 화났다!! 그럼 그럼!! 화나는 게 당연하지!!”

화난 거 아냐!”

, 뭐 아니면 말고!! 근데 이네스는 또 표정이 왜 그래?

그나저나 민준!  이네스를 어떻게 지키지? 가는데 마다 남자들이 저 난리를 치니 참.... “

 

킥킥 웃으며 일어선 쟈코모는 눈을 찡긋하고는 bar로 가버린다.

 

이거 좀 놔!” 아직도 제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민준의 손을 내려다 보는 이네스.

 

그때서야 민준은 제가 아직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애인인데 허리 좀 안고 있는게 어때서 그래?”

?”

충실히 하기로 했잖아, 애인 행세?”

 

민준이 그녀의 허리를 더 끌어당기자 이네스의 몸이 휘청이며 그의 품 안으로 안겨 든다.

그녀를 안은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 민준은 제 가슴에 안겨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바로 눈 앞에 있는 하얀 얼굴.

두 사람은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을 홀린 듯 들여다 본다.

한 손은 여전히 이네스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그의 다른 손이 가만히 그녀의 턱을 들어올린다.

 

무심한 듯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이네스의 얼굴.

민준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로 옮겨간다.

 

이 여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손 놔...” 정적을 깨며 들려오는 단호한 이네스의 음성.

 

싫은데..?” 덤덤하게 대답하는 민준.

 

싫어? ... 키스라도 할래, 그럼?”

... 못할 것도 없지...”

 

그의 얼굴은 이제 그녀의 얼굴과 거의 맞닿을 듯 가까워져 있다.

 

해봐, 그럼!”

당차게 내뱉는 그녀의 커다란 갈색 눈동자를 말없이 응시하는 민준.

 

키스건 스킨십이건 이 여자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겠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의 일부겠지.

 

내가 그런 것처럼.

너도..

그렇겠지.

 

나는 지금 망설이는 중이다.

 

정말 너한테 키스 해볼까?

라비앙 로즈가 곧 흘러나올 것 같은 이 입술에.

 

민준의 눈동자가 조금씩 가라앉으며 깊어진다.

 

더 이상 너한테 다가가면 안 될것 같아서.

나는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도민준 답지않게.

이네스 청, 니 까짓게 뭐라고.

 

민준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 준다.

 

제 몸에 밀착되어 있는 이네스의 몸을 풀어주는 민준,

 

이네스는 냉랭한 표정으로 잡지를 집어 들며 선 베드에 몸을 눕힌다..

평온한 겉모습과 달리 온 몸의 피가 미친 듯 끓어올라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

 

<테네리페 2 주일 후, 디에고의 거실>

 

, 상형 문자에도 관심이 있었어?” 포커를 치다말고 놀라운 얼굴로 묻는 디에고.

 

, 관심이 아주 많아! 고대의 상형 문자는 정말 흥미있거든..”

카드를 뒤집으며 무심한 척 대답하는 민준의 신경이 사실은 예리하게 곤두서며 노교수를 살피고 있다.

처음으로 화제에 오른 상형 문자라는 단어에 이네스의 눈빛도 날카롭게 빛난다.

 

상형문자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분야지! 그 경이로운 상형 문자를 알아가는 재미에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웠는지...”

반색을 하는 디에고의 표정에 이네스는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진행시켜 본다.

 

나도 그래! 난 특히 암호로 쓰이던 상형문자에 관심이 많아!”

, 맞아 이네스! 상형문자 암호들이야 말로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것들이지!!

앗시리아 왕실과 군대에서 쓰던 암호 상형문자 들어봤나?”

 

신이 난 디에고는 카드를 아예 내려놓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민준과 이네스는 흥미 있는 얼굴로 한참 동안 노교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 너무 재미있어!! 상형 문자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데?” 민준의 능청스러운 감탄.

 

디에고, 우리 상형 문자 좀 가르쳐줘! 하루에 한 시간씩 어때??” 눈을 반짝이며 묻는 이네스.

 

이런... 바닷가에 휴가와서 상형 문자 수업을 하라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싫지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디에고를 설득해

시간 나는 대로 암호 상형문자를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주고 받는다.

 

내일은 일단 오늘 말했던 앗시리아의 암호에 대한 얘기를 계속해 주지!”

오케이!! 정말 고마워 디에고!”

 

어휴 무슨 공부들을 하겠다는 거야, 여기까지 와서....”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쟈코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럼 이만 가볼게!” 카드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두 사람.

 

굿나잇, 민준, 이네스!!”

현관문까지 따라 나오며 인사하는 디에고와 자코모에게 두 사람도 손을 흔든다.

그 들 앞에서 민준의 팔이 자연스럽게 이네스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굿나잇, 쟈코모!” “굿나잇, 디에고!”

떠들썩한 인사를 나눈 후 민준과 이네스는 계단을 올라 한 층 위의 집으로 돌아간다.

 

팔 내려, 이제..” 계단을 오르자마자 칼같이 내뱉는 이네스.

 

민준은 못 들은 척 여전히 그녀의 어깨를 안고 있다.

현관 문을 열 때까지 민준이 팔을 풀지 않자 이네스는 요원답게 간결한 동작으로 그의 팔을 떼어 낸다.

 

----------------------------------------------------------------------

 

<베란다>

 

왜 안 자고 여기 나와 있는 거야?”

 

달빛이 쏟아지는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던 이네스는 제 옆에 와서 서는 민준을 힐끗 바라본다.

 

남이야 자든 말든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자!”

 

신경이 쓰여, 빌어먹을!

니가 잠들기 전엔 나도 잠을 못 자거든.

너의 숨소리를 듣고, 너의 허밍을 듣고 ... 니 모든 소리를 따라다니느라 나도 잠을 못 잔다고!

 

빨리 들어가서 자! 나 오늘 피곤해...”

니가 피곤한 거랑 내가 자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너나 먼저 자!”

그럴 이유가 있어! 어서 들어가, 이제!”

 

위협하듯 낮아지는 그의 목소리에서 싸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이네스도 지지않고 민준을 노려보는 그 순간 무언가가 휙, 하고 두 사람 머리 위를 날아간다.

 

!

조그만 새 한마리가 날아오르며 떨군 새똥이 민준의 얼굴에 정통으로 떨어진다.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이던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우스꽝스러운 만화 주인공처럼 변모했다.

그 검은 눈동자 아래 찍혀있는 하얗고 동그란 새똥이 마치 어릿광대의 얼굴 같다.

 

아우 뭐야 이거??? 이런 젠장!!!”

민준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 나옴과 동시에 이네스의 웃음보가 터진다.

그 쿨한 도민준의 얼굴에 동전처럼 얼룩진 하얀 새똥을 보며 배를 잡고 웃는 이네스.

 

손 등으로 얼굴에 묻은 새똥을 닦고 있던 민준은 까르르 웃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본다.

맑게 퍼지는 그 여자의 웃음 소리가 그의 심장을 후벼파듯 치고 들어온다.

작전을 수행하느라 노련한 배우처럼 웃던 이네스가 아니었다.

들판의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

 

무방비로 웃고 있던 이네스는 제 몸을 뚫어버릴 듯한 그의 시선을 느끼자 한 순간에 웃음을 멈춘다.

웃음기를 말끔히 거둔 얼굴로 저를 보는 그녀를 잠시 마주 보다가 몸을 돌리는 민준.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한 그는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까르르 밝게 웃던 그 여자의 얼굴이 거울 속의 제 얼굴위로 환영처럼 겹쳐진다.

 

---------------------------------------------------------------------------

 

그가 세수를 말끔히 마치고 나올 때까지 그녀는 베란다에 선 채 밤바다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제 옆에 다가오는 그의 기척을 느끼자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이네스.

 

민준의 눈동자는 제가 보고있던 밤의 대서양만큼이나 검고 깊다.

 

하필이면 얼굴에 응가를 하고 갈 건 뭐야?”

자꾸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듯이 이네스는 가볍게 농담을 건넨다.

 

“............”

그녀의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아무런 대꾸도 없는 민준.

 

너 오늘 보니.... 참 예쁘게 생겼더라!”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뜬금없이 내뱉는다.

 

??”

니가 그렇게 이쁜 줄은 정말 몰랐어..”

차아... 무슨 소리야, 지금?”

 

기가 막힌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로 민준의 커다란 손이 다가온다,

이네스의 하얀 뺨을 천천히 쓰다듬는 민준.

 

그의 길다란 손가락이 단지 얼굴을 만지고 있을 뿐인데.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열에 달뜬 것 마냥 뜨거워진다.

 

우리... 애인 행세 이제 그만 하고...”

 

막막한 바다같은 그의 눈이 이네스의 얼굴로 성큼 다가온다.

 

그냥... 애인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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