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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리뷰 - 서른즈음의 혐오와 사랑

섬섬(27.124) 2018.08.19 11:10:50
조회 1157 추천 30 댓글 11
														

1화 서른즈음의 혐오와 사랑



서른즈음...가능할까


1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 등장인물의 소개와 각인물끼리 만남이 주내용이었어. 16부 동안 함께할 인물 및 관계가 시청자에게 단체인사를 올린 셈이지. 그중에서도 특히, 바른에 대해서는 직업과 직장, 가족 및 가정환경은 물론이고 휴일풍경(맞선, 피아노레슨), 직장내 친구, 국회의원과의 의전, 로펌 방문의 기억, 첫사랑 서사, 심지어...월급통장까지 보여줄 정도로 다양하고 자세했어. 그런 이유라면, 극중 나레이션을 담당하며 바른의 시선으로 진행된다는 측면이 있어서, 시청자와 빠르게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즉, 최대한 낯가림 없이 바른을 이해하면서 나레이션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내고, 그 공감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였지 않나 해.


여러 단면을 통해 느낀 바른에 대한 이해도를 정리하라면, 인생의 서른즈음이야. 학업과 취업, 꿈과 현실이 뒤엉켜 흐르다 한차례 숨을 고르는 인생의 그쯤, 그 나이대에 있는 것 같았어. 안방을 도배한 상장처럼 바르고 우수하게 자란 그는 엄마의 헌신을 바탕으로 판사임명장까지 무사히 받아냈으며, 맞선시장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노릇으로 헌신에 답하고 있어. 또, 판사라는 일도 적응을 마치고 이제 후임을 옆자리에 둘 위치에 다다랐지. 그렇다고 현실이 완전히 숨 돌릴 상태는 아니야. 부모와 사는 집은 평범에서 그 이하 같은데, 그마저도 오르는 전셋값을 대출로 감당해야할 처지야. 그런 집안 사정은 나 몰라라 하며 밖으로만 나도는 아버지 앞으론 오늘도 법원소환장이 도착했어. 결국, 월급이 들어와봤자 집안 뒤치다꺼리하기 바쁜 마이너스 통장의 인생을 못 벗어나고 있지. 그런데 그런 현실이 절박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맞선 상대에게 주제를 알아서 가족 앞가림이나 내 힘으로 하겠다는 말로 거절한 건, 가족 건사할 능력쯤은 있다는 의미지. 그리고 다단계 사기범 변호 같은 건 취향에 맞지 않다며 로펌을 뒤돌아나올 여유도 있는 거야. 마이너스 통장을 보며 절박하게 힘들다기보다는, 이기적인 새끼란 자조적인 독백 흘릴 정도의 여유와 능력을 갖고 있어. 아마 숨가쁘게 달려와 능력을 갖추고 얻어낸 약간의 여유, 숨 한번 돌리는 요즘에서 바른은 무얼 할까?



12년 9개월 10일. 바른이 정말 하루하루 꼽은 건 아니라고 봐, 정말 그랬다면 진짜 상사병 나서 어떻게 됐지 않았을까. 다만 요즘처럼 여유가 조금씩 있는 시기에선 한번씩 떠올리고 더 틈이 나면 날짜까지 계산해봤을 것 같아. 계속 좋아했다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을 잊지 않고 살아왔달까. 인생의 숨을 한번 고르는 바른이 하는 일이 그거지. 잊지 읺은, 잊히지 않는 그때의 감정....첫사랑을 떠올리는 일. 오늘도 출근하는 지하철안 바른의 머릿속에 그시절이 스쳐가고 있어. 도서관에서..비가 내리던 벤치에서..바른이 떠올리는 모습은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소녀'같은 영화문구가 딱 어울리는 느낌이야. 추억으로 미화되었을 수도 있지만 바른이 가진 기본적인 감성의 표출이라고 봐. (이 감성위에 지적인 느낌이 더해진 인문학적인 감성은 고백씬, 위로씬 등 바름이들의 관계에선 줄곧 이어졌고.)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든가 혹은 우연일 수도 있는데, 영화같은 기억속의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어! 하지만 더 이상 그시절의 모습이 아니야. 창가에서 책을 읽으며 싱그럽던 소녀는 쩍벌남을 쩍벌스트레칭으로 퇴치하고, 마음속 말을 꺼내기 힘들어 기어들어가던 목소리가 바우와우라며 산업화세대의 호연지기를 누를 정도로 달라졌거든. 오름의 첫등장 자체로만 본다면 지하철 민폐에 대한 시원한 사이다로 재밌기만 한데, 바른과 추억을 공유하고서 보니 그렇게 변한 오름이 놀라워서 더 재밌지. 말도 안 된다며 당황하는 건 바른일 뿐이고...


바른은 오름을 먼저 아는 척하지 않았어, 첫눈에 알아봤으면서. 그 이유가 단순하게는 당황스럽도록 오름이 변했기 때문일 것 같았는데..그건 아닌 것 같아. 추행 소동에 오름이 휘말리자, 벌떡 일어나 방어하려 하고 경찰에게 명함도 건네며 같이 휘말렸어.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 걱정이 앞서는 마음 정도는 흐르는 것 같고, 달라진 모습이 당혹스러운 거지 감정 자체를 깨부순 건 아니야. 오히려 쉽게 부서지지 않는 마음이 아는 척 못한 이유 같아. 오름이 알아볼 때야 기억나는 척했지만 바로 전에 그 독서교실을 떠올렸고, 워낙 옛날이라며 태연한 척하는 그 속마음은 십년이 넘는 날짜를 순식간에 떠올리는...그런 숨긴 마음이 있거든. 숨긴 마음과 현재의 모습이 엉켜 어수선한 와중에 오름이 재회의 악수를 청한 거야. 바른은 어수선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듯 선뜻 악수에 응하지 못하지. 이렇게 바라보면 그때와 별다를바 없는 얼굴인데...가방으로 비를 막아주며 한없이 연약했던 넌, 연약한 남성을 운운하며 당차게 치한을 처리하는 네가 되었어. 이제 지난 내 감정은 불필요할까, 잊어야 하나? 아니면 여전한 네 미소를 보며 다시 흘러가는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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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이 잠시 마음 정리를 하는 동안, 이제 오름이 그시절을 떠올리고 있어. 감성 미화된 추억의 민낯같은 시각, 해맑게 재수없었던 원조싸가지의 면모와 쓸데없이 커튼과 싸우는 허당끼를 같이 보여줘. '그시절의 소년' 같았던 단순한 이미지 위에 귀여우면서도 인간적인 생동감 쌓이며, 어느새 바른이 친근해진 기분이야. 오름에겐 잘 알고 있는 친근함, 그때와 비슷한 느낌의 바른 같아. 지가 되게 잘난 줄 안다는 뒷담화와 달리 지켜보던 시선 들키자 우왕좌왕하던 인간적인 선배였고, 다시 만나서도 얼굴 확인하려 좀 다가서니 휙 물러나고 악수도 어물쩍거리고 있는 그시절의 오빠 그대로지. 여자를 개무시했다는 카더라에서 시청자는 쉽게 가늠대는 바른의 마음을 오름은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난 기쁨만을 전할 뿐이야. 어머, 세상에, 바른 오빠. (흔한 픽션의 선입견으로 오름도 좋아했다고 판단했다간 6화에서 큰코다쳐서 안 됌, 너그럽게 판단해도 확실치 않은..?정도의 오름의 마음.)


오름이 잠시 추억 여행을 한 동안, 마음을 추스른 바른이 손을 짧게 잡아왔어. 스치는 듯한 악수가 인간적으로 서운한 오름이고, 진심을 담아 손을 잡기엔 마음이 오래전부터 진심이라 곤란한 바른일까. 다시 만난 악수가 서운하고 곤란한 이들이 정리한 관계는 박판사님, 임판사님이야. 이 관계의 정리는 바른이 주도했어. 오름은 바른 오빠라며 재회의 기쁨을 이어가고픈데 바른은 완고하게 거부하지, 법원에서의 오빠오빠는 부적절하다고. 그 말을 하는 표정이 꽤나 진지하고 정색한 것 같기도 해서, 안으로 품고 있는 감성과 달리 공적인 일관계에서의 이 남자 만만찮겠다는 인상이야. 좋아하는 여자의 오빠란 호칭에 정색으로 철벽치는 대한민국 희귀동물을 발견한 인상적인 기쁨이랄까..? 이렇게, 첫사랑 서사가 다시 만나자마자 일관계로 정리되는 희귀한 출발점에서 둘은 출근을 서두르고 있어. 첫출근길에서 아는 오빠를 만나 더 신난 오름의 경쾌한 발걸음과 공적인 관계에 아래로 숨긴 마음이 들키기라도 할까봐 옆으로 주춤 물러나는 바른의 허당미를 보여주며. (마음과 달리 호칭에서 명확히 선긋는 바른이 호감이라 이 시점에서 이미 허당끼가 허당미로 승격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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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서른 즈음, 추억이 아닌 바쁜 출근길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일하느라 바쁜 일상일까, 그때의 감정을 되살릴 여유가 가능할까. 특히, 누군가에겐 첫사랑이었다면...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인간 혐오 vs 다시 사랑

표면적으로는 일관계일 뿐인 임판사, 박판사는 서로에게 좌배석, 우배석이란 위치야. 이 위치의 역할은 세상이 잘 설명해주었어. 초여름까지는 사람 구실할 수 있도록 빨리 적응해야하는 초임 좌배석에게 우배석은 걸음걸이부터 싹 다 배워야할 하나님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해. 그리고 우직할 정도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지. 저글링처럼 돌고 도는 판결 납품과 합의의 기본 업무를 설명하면, 가방도 풀지 않은 채 메모하기 바빠. 법원이 아름다울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준 법원투어의 끝에서 신인법관 티타임 일정을 알려주면, 다소 냉소적인 이유에 그다지 수긍하는 것 같지 않지만 다음일정까지 챙겨줌에 배꼽인사로 고마움을 전하지. (이런 과정은 판사의 업무와 법원 풍경이 낯선 시청자도 같이 설명듣고 투어를 한 기분이야.) 그리고 조금은 묘한 우직함으로 다시 만난 첫날을 마무리해. 이미 늦은 시간인데 혼자 퇴근하려니 신경쓰이고, 지하철 동영상 껀으로 부장에게 한소리 들은 게 또 신경쓰여 우배석의 발걸음이 미적대거든. 그래서 악의는 없이 승질만 불같은 사람이란 보왕의 정보를 토대로,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는데 튀는 사람의 물의를 보호해주지 않은 조직이란 현실적인 몇마디를 전하지. 그에, 그보단 나은 조직인 알았다는 씁쓸함이 앞서지만 오늘하루 마음써준 고마움을 전하는 좌배석의 미소에야 걸음이 움직였어. 아직은 우직한 걸음과 미소..


오름은 정말 걸음걸이부터 배우려는 듯, 바른의 책상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그림과 조각상을 장식했어. 그러면서 둘의 책상은 닮은 듯 다른, 명확한 대비를 이루지. 구체적인 인간의 표정을 어두운 분위기로 담은 그림과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듯한 추상적인 형태의 채도 높은 그림, 눈을 가린 무표정으로 저울과 칼을 내밀고 있는 조각상과 자애로움 가득한 팔이 수많은 조각상. 그리고 각자의 책상 풍경과 닮은 듯한 생각이 격렬하게 맞붙었어. 첫날 하루 우직하게 서로 적응하는가 싶더니 둘째날부터는 각자 얄짤없지, 첫사랑이란 감정이 아무 상관없고 하나님같은 우배석이래도 거칠 것 없어.

앞으로 쭉 이어질 논쟁, 언쟁, 내생각 니생각 배틀의 첫주제는 의료과오 사건으로 시작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원칙과 소신으로 이어졌어. 이런 각자의 소신과 원칙, 오름이 지하철 소동으로 다소 코믹하게 보여주었다면, 바른은 국회의원과 만남에서 꽤 진지하게 보여줬어. 흔히 권력과 권력은 붙어먹을 거란 선입견을 깨고, 바른은 작은 정치권력에 맞서 누구씨 더 노력해서 법복 벗겨보라며 사법권력의 당당함을 자랑했지. 그래서 어떤 권력도 냉정한 인공지능처럼 대하는 원칙이라면 더 시궁창이 되지 않게 세상을 지키겠다는 말을 믿어보고 싶고, 로펌 영입을 거절하며 가진 능력이라면 굽신거리지 않고 먹고살려 판사 됐다는 말에 무게감도 실리지. 여러 면모를 보여준 탓인지, 차갑고 다소 염세적인 바른의 시각이 쉽게 와닿았어. 대신, 만약 내 가족이 의료사고를 당했다는 가정을 떠올리면 시스템대로 승복하라는 말은 진저리칠 것 같은 매정함이지. 그 매정함에 비명을 지르는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소신을 밝히는 사람이 바로 오름이야. 지하철 여학생이나 1인시위 할머니에겐 천수관음보살의 손마냥 든든하겠지만, 보통 무탈하게 사는 우리에겐 교과서의 정의나 도덕같은 뜬구름처럼 다가오기도 해. 바른도 그런 함정에 빠진 시선으로 오름을 바라봤어, 노블레스 오빌리주라며. 그시절의 단편적인 모습과 피아노과임을 알게 되자 상류사회 출신 운운하는 건, 국회의원 청탁 하나에 새삼 인간혐오를 한가득 흘러내던 나레이션과 닮아있어. 상류사회와 인간에 대한 삐딱한 시선. 냉정한 척해도 바른도 편견을 가진 한 인간이고, 오름은 그 냉정한 편견에 대한 반박을 바른의 말을 삐딱하게 꼬아서 전하지. 어설프게 오바하며서 시궁창에 빠진 사람부터 꺼내겠다고.

생각이 삐딱하게 맞지 않아서 기분까지 상하는 대화의 끝. 십여년만에 다시 만났다는 의미는 여기쯤에서 제대로 출발한다고 봐. 단순하게 튀는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첫사랑, 그때와 별다를 것 없는 줄 알았더니 실은 저리 매정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시절 선배. 이런 간극의 생각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감정은 또 별개로 흘러가야하는 것이 다시 만난 이들의 할 일이지. 1화에 나온 먹고산다는 의미를 15화에서나 제대로 전하며 감정 또한 완성했으니 아주 느리고 긴 여정이며.

긴 여정의 두번째 걸음은 두번째 퇴근길이야. 1인시위 할머니와 오름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바른은 이 할머니 정상 아니라며 다급하게 오름을 일으켰는데... 바른의 입장에선 상식적으로 행동했어, 나름 도움을 전한 말에 대뜸 뺨을 때리는 할머니가 정상으로 보일 리는 없으니. 하지만 오름은 완전히 할머니의 입장이 되어, 거센 눈물과 항의를 바른에게 쏟아내. 생때같은 자식이 주검이 된 애미가 제정신이면 정상이냐고. 정상이란 한 마디에 대한 너무 다른 접근, 이번에 바른은 아무런 반박없이 오름을 바라보며 생각이 많은 얼굴이야. 반박할 틈을 주지 않은 눈물과 언어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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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퇴근길의 한산한 지하철, 바른은 며칠째 들고다닌 책의 한 구절을 나레이션으로 들려줘.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걸어다녀야 한다고. 왜 이때 이 문구인가는...순차적으로는, 뒤잇는 맞선 회상에서 바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 어떤 아버지를 두고 왜 허황된 야심 없는지, 먹고산다는 의미의 깊이를 말야. 반대로, 앞장면과 연결하면 바른이 오름을 한차례 이해하는 근거가 되는 문구 같기도 해. 정말 할머니의 살갗으로 들어가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 듯한 오름이었으니까. 오름의 생각에 동조하는 것도 지지하는 것도 아직은 아니지만, 상류사회의 허울좋은 선의란 시선을 지우는 계기는 되지 않았을까. 여리기만 했던 그때의 넌, 우리가 함께 읽은 이 책의 주인공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이해. 

이해의 마음을 한번 가지고 나면 피아노과의 다른 의미가 머릿속에서 흘러가지. 어느 소녀의 파반느의 선율을 듣던 순간, 시공이 멈춘 것 같았던 감정의 동요를. 그 선율과 동요를 좀처럼 잊지 못한 요즘이라 피아노도 띵똥띵똥 배우기 시작했을까. 서른쯤의 바른이 요즘 열심히 하는 일, 피아노를 배우고 그애의 기억을 놓지 않은. 어쩌면 그래서 인간혐오에 시달린다 해도 돼. 지난 첫사랑이 아닌 현실의 절박함을 앞세워, 맞선시장에 몸과 영혼을 받쳐 뛰어들고, 청탁에 결탁해 작은 권력 하나 움켜쥐고는, 보왕처럼 출세를 위한 의전활동에 열을 올린다면 딱히 혐오할 필요없지, 그 자신도 동족이니까. 그치만 성공이나 탐욕에 별 관심없는 개인주의 원칙주의자는 여유를 택했고, 감성 가득한 선율과 기억 한 토막이면 지친 퇴근길에서 잔잔히 미소를 지을 수 있어.

퇴근길의 미소에서 다른 상황의 미소가 생각났어. 인간들이 싫다는 한창 나레이션을 깔고 있던 중 오름이 들어오자 자연스레 흘러나오던 바른의 미소 말야. 그냥 오름의 밝은 에너지가 주는 환기효과 같은데...조금 의미를 부여하자면. 좀, 아니, 많이 튀긴 하는 에너지에 조금씩 영향을 받고, 삐딱한 시선을 한번 지운 것처럼 오름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면, 탐욕스럽고 어리석다는 인간에 대한 다른 시선이 천천히 싹트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인간혐오와 함께 평생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독백의 답이 오름의 등장과 그에 따른 바른의 미소라고 생각해. 그렇게 보면, 퇴근길의 미소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일 거야. 기억과 많이 다른 현재의 만남이 그시절을 감정을 망치진 않았고, 아직은 우배석의 자리에서 우직한 상태지만 추억이 맴도는 감성이 멈추지 않아서,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해. 나와 다른 생각에는 한걸음 먼저 이해하고, 지난 감정과 현재의 감성이 몇발짝 앞서는 것 같은 바른이 두번의 미소로 답한 거야, 서른즈음의 혐오와 사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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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까지만 해도 바른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 않는데 엔딩에서 마침표를 찍어주더라. 인공지능치곤 꽤 말랑한 감성, 보왕피셜 아니면 잘 모르겠는 법원 싸가지의 면모, 개인주의치곤 오름에게 신경 많이 씀, 그 할머니 모질게 뿌리치지 못하고 뺨 맞던 봉변 등. 바른의 여러 설정 중 원칙주의 빼고는 확연하지 않아서 자잘하게 떠돌던 의문을 상장 하나가 단박에 날려버렸어. 그 상이 의문을 모두 의미하는 건 아닐지라도 모든 의미를 부여해도 괜찮을 심성이 담겼거든. 나라초등하교 6학년 7반 임바른은 착한어린이였던 거야! 그리고 구태여 표창장을 떼고 착한어린상을 붙이는 아버지의 술 취한 대사, 그렇지 않은 판사와 더 나은 세상이 필요하단 말에는 안타까움이 떠오르지. 그런 심성을 어쩌면 당신이 제대로 돌보지 않은 탓에 혐오와 냉정을 두른 원칙주의 판사가 되었을지도 몰라서. 자잘한 의문이 풀리고 안타까움이 다가오면 마치 바른의 살갗 안으로 들어선 기분 같아. 그래서 앞으로 어떤 나레이션을 흘려도 다 이해하고, 네 입장에서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처 생겨나네...고작 1화만에.




덤1. 내가 제일 잘 나가는 44부

배석들이 첫인사 왔는데 서류만 들여다보며 쳐다볼 생각도 않고, 동영상이 찍힌 전후사정은 들을 생각도 않고는 첫날부터 사고라며 소리만 댑따 질러대는 세상. 이렇게 모습만 묘사하면 세상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아. 근데 자세히 들여다봐도 그래. 사고친 오름에서 뜬금으로 동영상 속 여학생에게로 화살이 돌리곤, 옷차림이 그래서 일이 생긴다느니, 여자는 여자로 만들어진다느니. 완전 꽉 막힌 아재꼰대 같은 발상이야. 게다가 여자로 만들어진다는 보부아르의 말은 태어난 대로가 아닌 만들어지는 차별을 받는다는...세상의 문맥과는 반대의 의미래. 논점 이탈에 모순된 비유, 막말 중 막말인 거지. 그런데도 희한하게 세상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고 막말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도 않았어. 그 이유는 아마 코믹과 애드립같은 킬링포인트가 잘 섞여있어서 그런 것 같아. 법정에서는 위태위태하다는 막말들도, 초장! 조직 누가? 울대 확~ 이런 한마디가 치명적으로 웃겨서 별로 위태로운지 모르겠거든. 비슷하게, 안 갔네..이런 옷은 어디서 사..이런 킬링포인트를 승질의 끝에서 중얼거리면, 피시식 웃음이 삐져나오며 꼬장꼬장했던 막말이 잘 기억 안 나더라고. 그니까 거칠지 않은, 유쾌한 막말의 1인자, 그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한세상 부장이지.

노력을 해야 여자다운 여자 어쩌고 하는 세상의 말에 내 반응이 오름처럼 녜??이랬거든. 지켜보는 3자와 혼나고 있는 당사자가 똑같은 반응이란 건, 오름은 어떤 상황에서도 참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세상이 나가라고 하는데도 안 나간 거야, 아직 반박해야할 말이 한가득 남아있어서. 바른이 이끄는 손에 어쩔 수 없이 나가며 참아야했던 반박을 그다음날 아주 공들여서 돌려주었어. 돌려주는 김에, 불평하기보단 부딪히겠다, 벽에 부딪히는 계란이 되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마음 가득 채워, 옷을 세벌식이나 준비한 거야. 누구와 다르게 논점 이탈 없이, 판사로서 가당키나 한 차림이냐는 말에 윤리강령, 조직법을 끌어와 문제없는 치마길이임을 알려주고, 음란하게 맨살을 내놓으면 되냐며 소매을 마구 끌어당기는 모습으로 여자여자거린 말의 모순을 온몸으로 보여주었지. 그에 세상은 공진단을 찾아 황급히 사라지니, 복수 성공?! 그리고 그렇게 공들인 복수가 재밌지 않았냐며 바른에게 날리는 윙크까지. 참지 않고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게 재밌는 또라이력 1등, 그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는 또라이 좌배석 박차오름!

막말과 또라이와 비해 싸가지력은 큰 힘을 발휘 못한 1화지. 이유라면 초여름까지 사람 만들어야하는 좌배석 보필하느라 등골이 휘어서라고 해볼까?! 좌배석 사고치면 같이 불려가서 혼나고, 할 말 가득한 얼굴로 버팅기고 있을 땐 끌고나와 나갈 타이밍을 아는 사람 만들어야하고, 튀는 사람이 버티기 힘든 조직이라 조언했더니 튈 바엔 확실히 튀어보겠다는 의지엔 행운도 빌어줘야하거든. 행운만 빌며 지켜보기엔 너무 튀어서 가방으로 이리저리 가려주는 호위무사 노릇도 잠시 했고, 니 좌배석 옷차림 뭐냐는 세상의 눈초리와 쟤 옷을 몇개씩 가져다니냐는 질문의 화살받이가 되기도 했어. 아니, 셋 다 어제 만난 사이인데 바른이 뭘 더 알겠냐고! 그런 와중에도 심상찮은 낌새는 있었어. 똑똑한 인공지능이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잘못 쓰인 걸 알았거든. 그래서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라며 입바른 소리를 하려고 했나봐, 부장에게 첫날부터 대차게 깨지고 있는 그 상황에서도. 또, 니캅를 입고 나타난 오름을 보며 뱉었던 마음의 소리도 심상찮았지. 이 인간 생각한 거보다 훨씬 더 또라이래. 그래도 명색이 첫사랑인데, 이 인간이란 지칭에 '더' 또라이라니...그러면 이미 또라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잖아!! 어쩌면 지하철에서 본 순간 또라이라 여겼을지도?? 슬슬 입이 풀려서 상황이나 상대 가리지 않고 입바른 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하면, 왜 싸가지라 불리는지 알게 되겠지. 잠재적인 싸가지력 만땅, 곧 제일 잘 나갈 예정인 원조싸가지 우배석 임바른이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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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2. 알고 보면 우리 순한데 (※주의-대본집 스포가 있음!!)

대본집이랑 같이 보는 중인데, 1화엔 대본집의 내용이 생략된 부분이 좀 있어. 생략된 내용을 보면 바른의 싸가지 기질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원조싸가지란 설정은 곧잘 이해가 가는데...한편으론, 드라마의 바른보단 냉소적이란 느낌이 있더라. 그래서 난 싸가지가 덜 장착된 드라마의 바른이 적당하게 다가와. 어느 정도 바른에게 이입해야 나레이션에 공감갈 건데 자칫 냉소의 찬기운이 방해물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불어, 배우와 연출이 바른의 냉기를 더 누그러뜨린 것 같아. 예를 들어, 대본에서는 첫출근의 감격에 다시 나갔다 들어오려는 오름에게 약간의 짜증으로 박판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끝이거든. 그런데 극에서는 갑시다라고 덧붙였어. 이때, 보조개가 폭 생겨서 오름을 바라보며 눈을 한번 깜빡이는 바른은 꽤 순한 인상이야. 짜증나게 불렀는지 헷갈릴 정도로. 원조싸가지가 청순가련한 미모에 보조개까지 장착했으리라고 누가 상상했겠어! 또, 대본위에 연기와 연출이 더해진 오름이는 귀여움? 사랑스러움?이 한스푼 추가된 느낌이야. 첫출근의 감격에 못 이겨 나폴거리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오름을 얼마나 귀엽게 만들게! 전화벨이 울리고 끝인 대본과 달리 엄마 깜짝이야, 누가 나한테 전화하죠라는 오름은 뭔가 사랑스러워, 천연덕스런 똘기와 달리 법원 물정 모르는 순진함이 다가온달까. 보조개 패이는 청순가련 싸가지, 귀엽고 사랑스런 또라이, 대본에 비하면 순둥하게 탄생한 것 같은 바름이들을 만난 1화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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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직 어딘가에 정착을 못 하고 있어서 써봤어ㅜ
나처럼 떠도는 증인들 있으면 봐주라ㅜㅜ
늘 그렇듯 주관적인 시선 가득한 글이니 적당히 읽어주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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