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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리뷰 - 과거가 젊음에게, 과거가 나에게

섬섬(27.124) 2018.08.03 18:11:19
조회 1116 추천 28 댓글 7
														

16화 과거가 젊음에게, 과거가 나에게



다큐 N일 - 44부 사람들


이 드라마는 장르물이지, 그중에서도 법정물이고. 근데 난 법원 일상물이라 부르고 싶더라. 10화에서 감부장 사건으로 판이 커지는 게 아니라 오름의 자아성찰모드로 진입할 때, 이 일상물이란 생각이 처음 떠올랐어. 판이 커지지 않으면서 재미로는 확실히 손해 같지만, 그래서 내겐 괜찮은 드라마야. 보통은 그냥 재미로 보고 그 틈에서 한번씩 괜찮은, 맘에 드는 드라마가 생기는데 10화가 그 역할을 했지. 그후 다소 병렬식 같았던 흐름이 14,15화에서 좋게 나쁘게 아귀 딱딱 맞춰 휘몰아치고, 휘몰아친 사건 속 감정과 감동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날 발견하면서 인생드라마로 도장 콱! 그래서 16화는 어떤 아귀로 몰아치려나, 아무래도 세상이 중심이겠지..했거늘, 음...재판이 중심이고 일하느라 바쁜 일상이야. 엔딩임을 고려해 세상의 투쟁이든, 재벌3세의 개입이든, 바름이들 진도빼기든, 자극적인 흐름을 타지 않고, 법정물이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서 맘에 들었어. 괜찮은 인생드라마로 도장 쾅!


44부의 마지막 일상은 국민참여재판이고, 이 과정의 일부분은 정보전달을 하는 교양프로 같기도 해. 그래서, 배심원은 10명인데 추첨으로 뽑고 그중 예비배심원 한명을 또 추첨하며, 검사와 변호사가 특정 배심원은 기피할 수 있다 등 국민참여재판의 상당한 지식을 알게 됐고, 그게 흥미로워. 쉽게 접근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드라마 전체가 수십일에 걸쳐 44부의 일상을 따라다니며 보여주는 다큐 같기도 해.


그렇다고 진짜 다큐는 아니므로 극의 흥미요소가 있어야지, 바로 1번 배심원 김갑돌, 우렁찬 선서로 좌중을 웃긴. 김갑돌은 12화에서 여성에 대한 편향적인 시선과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지. 그 점을 바른이 알고 있어서, 예비배심원으로 빠질 땐 안도하고 다시 복귀할 땐 염려하는 모습이야. 난 바른과 비슷한 심정이면서도 약간의 기대감이 생기더라. 김갑돌의 작은 서사에는 수렁속의 그 동네에 살고 있다는 점도 있어서, 누구보다 삶의 바닥을 잘 알 것 같아서 말야. 불륜을 저지른 여자란 편향적인 시선에 사로잡힐지, 매 맞는 아내의 바닥 같은 심정을 이해할지, 내게 이번 재판의 흥미요소는 이거였어.


김갑돌은 바른의 염려에는 반전이고 나의 기대에 부응해주었어. 가진 것, 배운 것 없이 늘 맞고 살면서는 제정신일 수 없는 피고의 입장을 헤아렸고, 군홧발에 죽도록 걷어차였던 자신의 경험을 일깨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이니 힘닿는데까지 토론하자며 배심원의 도리를 다했어. 그 결과, 만장일치로 무죄, 매 맞는 아내의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배심원 평결이야. 이 평결은 현실 뉴스에서 접하는 정당방위의 인정과는 괴리감이 좀 있지. 세상도 대법원에서는 정당방위를 좁게 인정하고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했고. 그럼에도 무죄 선고로 결말을 맺는 건 단순한 감동코드를 넘은 무언가가 다가오는데... 1화에도 나온 바른의 독백이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에 나와,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 살갗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 독백과 감동을 엮으면, 법이 오래된 타성을 벗고 우리 살갗안으로 들어와 현실을 반영해주길 바라는 희망 아닐까. 그 희망을 위해, 과거가 어땠든 판례는 바뀌니까 깨지더라도 새로운 의견을 올려야 한다며 44부가 애쓴 것이고. 거창하게는 법이 나아가야할 미래를 보여주는 결말, 작게는 현실의 정당방위 인정범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감동코드라고 생각함.



44부의 마지막 일상의 마지막은 세상의 떠남이야. 아무런 낌새없이 일만 하더니, 오늘이 내 마지막 재판이라는 세상. 15화에선 그리 수심 가득 드라마 찍으시곤 왜 갑자기 다큐같이 그러시는지... 그 갑작스러움에 오름은 법원에 사는 딸래미마냥 '부장님! 안 돼요!'를 외치고, 바른은 감정을 눌러보려하지만 눈물이 자꾸만 고이고 있어. 그런 둘의 반응에 세상은 어떤 다독임이나 미사여구 없이, 전관예우나 해달라며 악수를 청할 뿐이야. 그리고 담담한 인사, 고생 많았다와 수고하셨다. 배경음악과 감정만 조금 정제한다면 다큐의 끝자락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이지. 그런 정도의 악수와 인사였어. 이런 다큐같은 진정성이 있어서 세상의 마지막 인사가 감동으로 다가왔어. 정말 저런 판사가 존재하다가 그만두며, 허리 깊숙이 숙여 보내는 인사 같아서, 법과 주권자와 법원 가족을 향해. 그리고...많은 다큐의 필수요소인 나레이션이 도연을 통해 흐르며 44부의 법원 다큐가 끝을 맺어.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있는 우리들의 영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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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영광시대


평소 내가 생각한 법원 이미지는 부장판사의 모습이었어. 그래서 배석들이 생각보다 젊어서 좀 놀라기도 했는데 주인공이라 그런가 하고 넘어갔지. 근데 16화에서 보니 법원에도 배석 숫자만큼의 많은 젊음이 있지만, 여느 조직과 비슷하게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위치에 있을 뿐이었어. 그리 보면 자신들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 뿜어내는 오름에게 영향을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 오름에게서 크고 작게 영향받은 젊은 판사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국민참여재판과 번갈아 나오며 16화를 이끌었어.


이 젊음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터져나왔어, 나부터 징계하라며. 함부로 던지는 반말은 거부하며, 독립한 판사로서 박판사에 대한 징계는 잘못이라고 목소리의 힘을 모았어, 아직은 3명에 불과하지만. 그러면서, 조직을 향해 쓴 호통소리를 뱉은 세상보단 조직을 향한 젊음의 이의제기쪽으로 중심이 넘어가는 느낌이었어. 중심에서 밀려나며 조용히 일로서 은퇴 준비를 한 세상이라 할 수 있고, 수석부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표현..그들이 미래고 자신은 과거임을 새삼 느낀 세상이겠지. 과거로 밀려난 세상은 서운했을까? 섭섭했을까?


아니, 세상은 눈부시다 했어. 과거 판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소신을 힘껏 펼치는 바른과 오름을 보며, 그래서 은퇴 결심을 잘했다고 여기지. 세상의 원래 의중은 쓴소리로 논란을 만들어 자신의 징계로 오름의 징계를 덮고, 그 사태를 책임지며 물러나려던 그림 아니었을까 해. 하지만 젊은 피들이 들고 일어나니 직접 나설 필요는 없고, 그 뒤를 봐주며 조용히 사표를 제출하지. 그놈의 조직 논리에 맞춰 내가 책임자로 물러나니 우리 박판사 임판사 지켜달라던 말에는, 오름의 징계를 철회하고 연판장 돌리고 있는 그들을 너그러이 지켜봐달라는 거래를 암묵적으로 전했을 거야. 과거가 미래에게 양보하는 게 섭리란 의미에는,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의 자리를 통통 튀면서도 미래를 향할 줄 아는 젊은 판사에게 양보하고픈 미덕이 숨어있을 것이며. 배석에 대한 미안함과, 시대와 세대에 대한 무능력함을, 사표 하나에 모두 녹여낸 연륜의 절치부심이 다가왔어, 세상의 현실주의가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며. 그래서 수석부장이 올리는 차 한잔을 받는 순간이 세상의 영광시대의 정점 같았고, 앗 뜨거라며 호로록 마시는 모습은 왠지 눈부시더라!


조직의 무사안전을 위해 그때그때 다른 얼굴을 보이는 수석부장은 세상의 섭리를 점잖게 알아듣고 거래를 받아들였어. 오름의 징계를 철회하는 대신 성공충의 징계절차를 시작하지. 마지막에 좋은 얼굴 보여준 수석부장에겐 매번 얼굴이 달라질 필요 없도록 적극적인 조직관리를 최대한 우아하게 권해드림. 그리고, 징계를 통보받은 성공충은 열심히 일했을 뿐인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몰라. 어느새 젊은 피를 착취하는 탐관오리같이 변한 자신을, 그렇게 흘러간 세월을.



자신들을 착취하는 성공충을 향한 이의제기의 목소리가 점차 늘어났어, 더 이상 3명에 불과하지 않아. 그 숫자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어. 이번엔 부끄럽게 숨지 않겠다며 당당하게 메일을 돌리고 수석부장을 찾아가는 홍은지, 온라인에선 자기 의견을 쉽게 내놓으며 홍은지를 지지하는 요즘세대의 배석들, 나대서 재수는 없지만 좀 안 된 것 같아서 슬쩍 동참하기도 하는 중도의 입장, 나의 영광시대는 지금이라는 고전만화의 대사로 꼰대 따돌리는 보왕이, 지금이란 말이 멋있어 눈에서 하트 나오는 보왕의 좌배석 등. 동료를 위하고 나의 권리를 찾는 투쟁이라 할 수 있지만 과거의 어느 모습처럼 너무 진지하고 무겁지만은 않아. 통통 튀는 감각이 있어 심각하지 않게 볼 수 있어 좋았어. 나름 즐거운 젊음의 행보에 더 즐거운 승전보 소식이 들려와, 오름의 징계가 철회됐다며. 투쟁의 최고 순간, 그 영광의 순간에 보왕과 성훈(소변즈 걔)은 힘찬 하이파이브로 감격을 나눴어, 마치 그 고전만화의 두 주인공처럼. (대본집을 보니 강백호와 서태웅의 패러디가 맞음ㅋ)


빛나는 젊음의 행보에는 다인도 있어. 복지재단 출범식을 당연한 경영승계로 슬쩍 넘어가려는 용준에게 다인이 질문을 퍼붓지, 아무도 하지 않지만 해낸다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질문을. 그 질문세례에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의 민낯을 동생에게 들키고, 어디 감히 찍냐는 교만이 까발려졌어. 계란까지 맞으며 용준에겐 최고의 굴욕이었을 순간이, 그 하찮음을 줄곧 원했던 내겐 최고의 영광시대♬ 그리고, 다인의 행보가 처음에는 결국 장외투쟁이 답인가해서 석연찮았어. 근데 좀 더 생각하니...장외가 아닌 본래의 자리이고, 그 자리에서 할 말을 하고 그 말이 소통되었다면 구태여 법정까지 갈 필요 없지 않을까. 침묵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질문을 했다면, 구태여 오름이 변호사냐는 지적질을 받으면서까지 많은 질문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 불의를 향한 질문, 부당함에 대한 이의제기를 침묵하지 말자, 특히 젊음이라면 그런 것을 특권으로 누려보길 바라는 작가님의 당부 같기도 한데....생존이 우선인 N포 세대에겐 많이 낯선 특권일지도 몰라서, 이마저 고색창연으로 비치지 않길 바랄 뿐. 먹고살기 바쁜 우리의 영광시대는 대체 어디쯤 오고 있을까 혹은 그 와중에도 스스로 찾아야하는 나의 영광시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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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에게 보내는 주먹인사


바름이들 서사는 15화에서 완성됐다 할 수 있어서, 16화에서의 모습은 에필로그 같은 느낌을 줬어. 그래서 좀 자유롭게 해석 해볼라고. 뭐 원래 맘대로 갖다붙여 짜맞추고 했는데 더 그럴 것 같다는 걱정을 우선 던지며, 마지막 바름이들 만나러...


'저부터 징계하십시오' 이거 완전 박차오르는 임바른 아냐? 입바른 소리의 지원사격이나 걱정이 앞선 챙김 정도가 아니라 주체로서 상황에, 조직에 당당하게 맞섰지. 그 당당함은 정당한 문제제기를 힘으로 누른다면 힘을 모아 맞서겠다는 임바른식 Mr.함무라비. 그런 바른을 지켜보는 오름은 마음이 한뼘 넓어지고 있어. 불의만 보면 불나방같이 달려들던 자신을 지켜보던 바른의 심정, 불안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무슨 일을 당하든 우리의 일이란 주체의식으로 도와주려는 마음들은 은혜같이 다가올 정도로 고마워. 그렇다고 해서 완전 정반대의 모습으로 서로 바뀐 건 아냐, 각자의 소신과 신념의 기본 틀은 변함없다고.


오름은 약자에 대한 기본 선의를 갖고 재판에 임하여, 누구도 하지 않던 약자를 향한 질문들을 이어갔어. 그 질문의 원천에는 가족이 준 상처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거리를 두는 맷집도 포함되어있어. 그렇게 여러모로 단단해진 맷집으로 여론의 후폭풍은 상관치 않고, 사람이 맞아 죽어야될 이유는 없다는 소신을 판례로 빚어내기 위해 애쓰지. 이를테면, 시스템안의 이상주의, 법의 상처받은 치유자가 된 오름. 반면, 바른은 판례만 줄줄 읊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한차례 벗어냈어. 사람의 마음으로 사건으로 들여다보며, 살기 위해 반격한 행위를 살인죄로 판단하는 법의 모순된 엄격함에 의문을 품었어. 그래서 기존 판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의문을 새로운 판례로 구축하려는 첫걸음을 옮겨가. 이를테면, 착한어린이 본성을 되찾은 인공지능, 정의로운 원칙주의자가 된 바른.


서로 좋게좋게 영향받은 모습을 각자의 책상을 장식한 그림과 조각상으로 과잉해석 하자면.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에 냉정해진 마음을 눈 가리지 않은 정의의 여신이 돌아보게 만들어 원칙의 다른 가능성을 깨친 과정이고, 즐거운 기억이어야할 가족이 준 상처를 끌어안은 장외 선의가 천수관음보살의 한결같은 보살핌을 받아 제도에 정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 또한, 이들의 선의와 원칙은 진보의 배려와 보수의 공정함을 닮아있고, 하필이면 좌/우배석이라서 말야...좌우로 치우친 사상이 왼쪽에서 한발, 오른쪽 한발, 꾸준히 발걸음을 내디뎌 딱 중간지점에서 만난 거야. 중간지대에서 만나 원칙 따르는 이상, 이상 품은 원칙으로 각자의 사상을 완성하는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서 눈부셨던 건 당연할지 몰라. 거기에, 이 지점에서 만나기까지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이 녹아있기 때문에 괜찮은, 보기 드문 플라토닉을 완성했어. 흔한 첫사랑의 순수한 플라토닉이 아닌, 사상과 감정의 플라토닉.



그래서, 플라토닉이라면, 풋풋하게 시작한 에로스는 어디로 갔냐고?? 응, 어디 안 가고 귀엽게 흐르고 있어. 머리 산발하고 츄리닝 입은 오름이 귀엽긴 했는데 바른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그렇게 흐트러진 외모는 처음일텐데 좀 놀란만도 하거늘. 그리고 오름도 뭐, 어때라는 느낌으로 머리 한번 매만질 뿐 너무 의식 안 해. 이런,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가능할 모습이 뽀뽀 한번 한 사이에 벌써 가능하다니... 소위 깬다는 개념이 바름이들한텐 없어. 한번씩 철딱서니없이 부리는 싸가지가 상관없고 산발을 하고 나대도 상관없는, 상대방의 본질을 좋아하는 거지. 역시 얘네들은 44차원 감정이야. 그런 같은 차원이라 오름은 어느새 마음의 소리도 잘 읽어내더라. 오름은 마지막 된대도 상관없이 재판만 생각하겠다는 의연한 마음인데, 바른은 나는 그게 잘 안된다는 걱정을 속으로 되뇌거든. 그 걱정이 오름은 들리는 듯, 어딜 가든 같이 갈 우배석 있으니까 걱정 없다고 바른을 의연하게 다독여주지. 마음의 소리가 들릴 관계이면서 늘상 같이 지내는 건 한번씩 심장에 안 좋다는 감정을 살짝 덧붙여서. 그 다독임과 감정에 픽..웃으며 던지는 한 마디, 귀엽네. 이거 에로스 맞잖아, 설마 오름의 사상이나 소신이 귀엽겠어? 산발하고 있는 모습도 귀여울 정도로 콩깍지 낀 마음이지, 서서히 반응이 오는 오름의 심장에 견줄. 그냥 뭐...에필로그 쯤이니 귀엽네 한 마디에 만족해야지. (대본집에 없는 이 한마디, 디렉팅인지 애드립인지 몰라도 무한히 감사함. 귀엽네도 없었다면 울었을지도 모르는 심정은 그저 이들의 청춘청춘한 케미 때문, 극의 서사구조에 적당하게 맞물려 흐른 이들의 로맨스 자체엔 큰 불만 없음.)



이제, 에필로그의 에필로그. 바름이들의 주먹인사. 오래전 스쳐간 세상과의 인연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며 시간 순서가 좀 이상해졌지? 6화의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끝났다는 바른의 독백 때문에 이들 인연이 아예 끝난 줄 알았잖아. 근데 그 후 바른은 나름 고발장을 쓰기도 하며 오름을 계속 만나고 있었어. 이 엉킴을 주먹인사로 해석하자면,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감정의 순서 같아. 그러니까 힘든 오름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을 한차례 접은 것 같아. 열병같이 순수했던 그 감정은 시작도 못하고 끝냈고, 대신 주먹인사를 건네는 편한 선배로 다가선 거지. 남자친구냐는 질문에 그런 건 아니라고 의기소침해지는 정도로 한발 물러선 감정. 6화 리뷰에서 빗속 바른의 표정이 그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무력감이라 표현했는데, 그에 맞추면...힘든 그애에게 처음으로 해준 일이 내 감정을 한번 지워내는 일...


감정을 한번 지운 대가로 많이도 둘러가야했지. 독서교실이 끝나면서는 더 만날 구실이 없어 자연스레 헤어졌을 것이고, 12년이 넘어 다시 만나서는 그때의 편한 선배가 걸림돌이 되어 고백을 거절당하지. 이번엔 거절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 담담히 받아주었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애 곁을 지킨 결과, 이제야 주먹이 아닌 두 손을 마주잡게 되었어. 오랜 바른의 마음 서사를 또 과잉해석 해대면, 그 주먹인사는 미래의 바른에게 보내는 것일지도 몰라. 지금의 나는 한발 물러나 주먹인사를 건네지만, 언젠가의 나는 물러난 이 감정을 다시 시작해주길 바라며. 12년 9개월 10일은 오름과 헤어진 시간인 동시에 미래의 나를 기다린 시간이기도 해, 내딛지 못한 첫걸음을 한발 내디뎌줄 그 날을.


오름에겐 그런 주먹인사를 건네는 편한 존재가 있어, 주먹을 꽉 쥐는 용기를 한번 낼 수 있었을 거야. 다시 만나서도 뒤늦게 깨달았지만 주먹인사처럼 맴돈 걱정과 챙김이 있어 버틸 수 있었고, 이제 심장이 반응하기 시작하는 점에 비추면...너의 심장을 향해 끝없이 보낸 인사이기도 하지, 한발 물러서서도,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너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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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서로의 책임과 완성 44부

오름이 주먹을 쥐게 한 힘의 일부는 바른이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건 오로지 세상이야. 그러니까 바른과 세상이 오늘날 미스 함무라비의 싹을 틔운 거지. 반대로 44부의 세상을 만든 건 바른과 오름이라 할 수 있어. 자리를 옮겨가다 떨어뜨린 책엔 바른에게 아는 척해댄 취득시효가 나오고, 그게 2차시험에 한동안 안 나왔는데 이번에 혹시..라고 세상이 중얼대거든. 느낌상 그 시효문제 때문에 턱걸이로 사시합격한 것 같아서....둘을 만난 덕에 막말판사가 탄생한 거야. 한번의 인연으로 서로가 서로를 탄생시킨 꼴이니 서로 책임져야지. (우리 바른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꽃미모를 자랑하니 스스로 책임지고.) 진짜 책임지듯 다시 만난 44부 안에서 각자의 현실주의, 원칙주의, 이상주의를 완성해냈지. 44부의 완성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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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이네, 일단 끝내서 속시원해ㅋㅋ

첨엔 써넣고도 너무 나갔다 싶은 건 추려내고 하다가 점차 그 과정을 덜 하게 되더라..
원래 덜어내는 게 더 귀찮으니까ㅋㅋ

근데 이번엔 마지막이란 핑계로 추려내는 거 없이 그냥 다 썼어ㅋㅋ
그래서 쓰긴 좀 수월했는데...올리려니 또 망설여진다ㅠㅠ
늘 그렇듯 적당히 읽어줘!

덤으로, 끝난 드라마 붙들고 쓰는 나도 이상한 인간이지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참 신기해! 물론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겠지ㅋㅋ
더운 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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