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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끝났다

운영자 2009.06.04 17:19:35
조회 105 추천 0 댓글 2

1월 30일  하늘은 높고 맑다


시루떡과 풍선이 아니었다면 오전 10시의 중앙당사는 생일 맞은 집안이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차분했다.
흥분도 감격도 소란도 없었다.
마치 날마다 창당기념식을 치르는 사람들처럼 담담하게 모이고 있었다.


수험생이 시험 전날 맞은 자신의 생일 대하듯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아직 웃을 때가 아니다.
뒤를 돌아보기에도 이르다.
가야할 길은 멀고 큰 전투는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천영세 선대위원장이 창당 4주년 기념사의 마지막 단락을 낭독할 때, 억누른 감격과 소회가 눈물처럼 핑돈다.


<우리는 그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걸어가는 개척자들입니다.
애초에 길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면서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낸 이 길을 따라서 이 땅의 4천만 민중이 걸어올 것이고, 나아가 7천만 민족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있을 것입니다>


떡을 자르고 난 후 선대위원장이 창당 4주년 기념시계를 상근자를 대표해서 나선 임동현부장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이뤄낸 성과의 뒷면에는 이선근본부장의 집념과 임동현부장의 번득이는 창의력이 새겨져 있다. 순금으로 된 시계도 임부장의 노고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풍선다발이 하늘로 올라간다.
<경축 민주노동당 창당 4주년  4.15 총선승리>라 씌여진 플래카드를 달고서.
대보름 달을 보듯 빌고 또 빈다.
민주노동당이여 만세무강 하소서.
10시 29분.
풍선은 하늘에 닿았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권영길대표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에 이미 두 번이나 상경한 터라 창원을 지구당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권대표의 일정을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중앙당의 승률은 50%에 불과하다.


문화일보와 프레시안이 창당 4주년 기사를 크게 다루었다.
내일자 조선일보 가판도 전례 없는 크기로 실었다.
대변인실은 내일 조간에 사설로 뜨기를 조심스레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은 창당 4주년과 관련하여 오늘 하루동안 무려 3개의 기사를 실었다.
김민웅기획위원은 당에 값진 충고를 한다. 원칙과 유연함.
이것은 지난 4년간 성공의 비결이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더욱 복잡한 상황 속에서 당이 더욱 힘겹게 견지해야 할 덕목이다.
최서영기자는 스케치 기사를 썼다.


박태견 편집국장의 <데스크 칼럼>은 머리기사로 내걸렸다.
얼마 전 김종인박사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그가 열변을 토하던 내용 그대로이다.
영남벨트만으론 안되니 수도권 돌풍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최근 그의 지론이다.
술자리에선 박찬욱감독의 지역구로 강남을 강력 추천하기도 했다.


<진보정치> 윤재설기자의 창당 4주년 기념 칼럼 원고독촉이 심하다.
<실험은 끝났다>는 제호로 서둘러 써서 건네주었다.


충주에 사는 임종헌당원이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백두대간을 타며 전국을 주유하던 그의 모습이 허준처럼 그려진다.
겹경사의 날이다.


                         <실험은 끝났다>


창당 4주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은 이제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다.


4년 전, 창당을 앞둔 민주노동당의 앞날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았다.
노동현장의 준비가 부족한 점, 더 많은 세력을 포괄하지 못한 점, 편협한 당명, 현실정치의 높은 장벽, 석 달 앞으로 임박한 총선 결과의 불투명성 등.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50년이나 늦은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30년이 넘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적통을 잇는 것이었다.
특히 1980년 이래의 변혁적 반외세 민중운동의 21세기 전형으로 제시되었다.
수 십 년에 걸친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대중운동의 성과 위에서 민주노동당은 창당되었다.

민주노동당의 출범은 반세기 넘게 지속된 보수정치 독점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사건이었다.
외세와 대자본의 앞잡이에 불과한 낡은 정치세력들이 지역패권과 정경유착으로 유지하던 권력을 피와 땀과 고통만으로 살아가는 민중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엄숙한 선언이었다.


지난 4년 간 성공리에 진행된 민주노동당의 실험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정치사의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첫째, 당내 민주주의와 진성당원제 등 조직운영과 재정에 있어서 진보정당 특유의 원칙을 처음부터 관철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 노동자, 농민 등 서민대중의 이해에 기반을 둔 차별화된 정책활동과 당의 주객관적 조건에 철저하게 조응한 선거전략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셋째, 계급대중의 생존권투쟁에의 결합과 지역 주민을 파고드는 지속적인 일상활동을 병행한 결과였다.
그리하여 민주노동당의 창당 2년만에 제 3당이 되었으며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서민의 정책정당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이 창당 4년만에 실험을 끝내고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함에 따라 한국정치의 낡은 지형은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의 보수정치 세력은 3김 정치의 종식과 함께 군웅할거, 이합집산의 불안정한 과도기에 들어섰다. 여기에 한편으론 민주노동당의 거센 도전과 다른 한편으론 지역패권주의, 부패정치, 붕당정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제 한국정치는 낡은세력, 낡은 방식이 발붙이기 힘들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의 실험이 끝남과 동시에 기득권 정치세력들만의 리그 역시 끝났다.
이제부터 한국정치는 진보와 보수, 자주통일과 외세의존, 땀흘려 일하는 사람과 재벌의 대립이 일상적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투쟁의 장이 되었다.


창당 4주년, 실험을 끝낸 민주노동당의 과제는 무겁고 크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구체적인 집권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10년 안에 집권할 수 있는 로드맵 없이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성격과 궁극적인 목표를 재확인해야 할 때가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만들 세상이 어떤 사회인지, 어떤 경로와 무슨 방법으로 그것을 이뤄낼 것인지를 확정하고 이를 광명천지에 밝혀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민주노동당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민주노동당의 집권도 이를 위한 고지의 선점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자신을 길러낸 토양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대중조직의 질서를 재편하고 강화하는 데 민주노동당도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그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걸어가는 개척자들입니다.
애초에 길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면서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낸 이 길을 따라서 이 땅의 4천만 민중이 걸어올 것이고, 나아가 7천만 민족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있을 것입니다 ."
(창당 4주년 기념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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