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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X덕만 3日 上편

ㅁㄴㅇㄹ(61.99) 2014.05.11 22:41:45
조회 1904 추천 12 댓글 1





옛날에 써놨던거 5년이 지난 후에야 올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오글거려도 그냥 올려봄....


내용은 선덕 막방에 비담 죽고, 선덕 쓰러질 때 3일 자고 일어나잖아? 그 3일 동안의 얘기를 써본거임.


내용은 상중하로 나눠져있고 중은 나중에 올림....








비담X덕만 



3日 










“ 덕만…아, 덕…만아… ”





누군가를 부르는 슬픈 목 소리에 무겁게 내려앉았던 여왕의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 귀를 의심할 필요 없이 이 목 소리는 그의 것이었다. 따듯하지만, 슬픔이 가득히 깃들어있는 목 소리.


눈을 감아도, 귀를 닫아도 분명히 비담이었다. 그럼 이 곳은 저승이란 말인가. 덕만은 그의 형체를 찾으려 몸을 일으켰다.





‘ 비담… 비담!! ’





이번엔 덕만이 그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아무리 애타게 부르고 기다려봐도 비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림자 조차도. 


덕만은 그제서야 현실을 깨닳았다는 듯,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있던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래, 널 만나러간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니더냐. …넌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더냐… 나를… 이리도 비정(非情)한 나를, 만나주지 않는 것 또한 당연지사가 아니겠느냐. 


덕만은 씁쓸한 마음을 애써 꾹꾹 눌러담았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또 다시 그의 이름을 속삭이듯 마음에 담았다.

 

 


비담… 




얼마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란 말인가… 이승에서는 담을 수 없었던 그의 이름을 입술에 담아내니, 이젠 그를 만나고 싶어졌다.


염치가 없지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기가 저승이라면, 널 이리도 아프게 만든 죄를 받고있는 거라면…


마지막으로… 널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구나, 비담. 직접 만나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미워도 다시 한 번만 기회를 다오.





“ 공주님!!! ”





여왕의 염원이 그의 마음에 와닿았던 것일까? 저 멀리서 그리 애타게 찾아해매던 비담이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에게로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덕만은 믿기지 않다는 듯 가까워지는 거리를 의식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의 얼굴만 요목조목 뜯어보고, 또 뜯어봤다.


훤칠한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하며, 작은 얼굴. 오똑한 코에, 바라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짙은 눈, 그리고 붉은 입술. 


정말로 비담이었다. 정말, 그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그가 덕만의 앞까지 왔다. 여전히 그는 햇빛처럼 따스했다.





“ 공주님! 어찌… 그러십니까? 어디 안 좋으십니까? ” 


“ 비담… 네가 정녕 비담이 맞는 것이냐? ”


“ 예? 공주님… 정말로 어디가 안 좋으신겁니까?  ”





맞구나, 비담… 덕만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드디어 그를 만났다. 비록 이승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저승에서라도 이루어지리라. 그의 모습은 10년이 지난 사량부 수장, 더 나아가 신라 최고의 관직인 상대등(上大等)의 자태가 아니라 


10년 전, 무명지도의 화랑이자 국선(國仙) 문노의 제자였었던 비담의 모습이었다.





“ 고맙다, 비담. ”


“ …예? 무엇이요? ”


“ 나를 만나러 와주어서.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주님께선 제 주군이 아니시옵니까? ”


“ 비담. ”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공주님...!!! ”




순식간이었다. 비담의 고사리같은 길고 긴 손이 덕만의 하얀 이마로 향한 것은. 순간 놀란 덕만의 몸은 빳빳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비담은 혹시라도 공주의 건강에 적색불이 뜬 것은 아닌지 저어되어 손길로나마 체온을 느껴본 것 뿐인데, 그녀의 심장이 빠른 속도로


두근대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만져주었던 너의 손길. 어느 날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와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던 그 손길.


어째서 그 땐, 너의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였을까. 덕만은 뒤늦은 후회가 물이 밀려오 듯, 밀려왔지만 애써 털어내고는


오직 당신만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비담의 손을 꼬옥 잡으며 당황해하는 비담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 잠깐만… 이러고 있자. ”


“ … … ”


“ 그래야 내가 안심이 되어서 그런다. ”




이 손을 놓치면… 널… 다신 볼 수 없을까봐. 널 또 잃게 되는 건 아닌 지 불안하여서 그래. 그런 그녀의 말에 제 손을 놓으려는 비담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잡아보는 덕만의 손이었지만, 언제나 그녀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래서인지 비담은


항상 떨고 있던 그녀의 손을 보면 따스히 감싸주고 싶었다. 제 마음 또 한, 얼음보다 더 차가웠지만. 그녀 앞이라면 불꽃이 일렁였으니까.


한 편, 덕만은 그의 손과 마주하자 비로소 제 손에 온기가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 그저, 덕만이라고 불러 줘. ” 


“ …공주님. ”


“ 나는 이제 공주가 아니야.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주님께서 공주가 아니라니요… 허면… ”


“ 나는 그저 덕만이야. 신라의 공주도, 왕위를 이어받을 왕녀 또 한 아니야. ”




오로지 너만을 위해 사는 여인이 될꺼야. 여기에서만큼은. 너를 위한, 오로지 너만을 위해 살아가는 여인 덕만… 그게 나야.


덕만은 제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비담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고마움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인해 얻은 지존의 자리었지만 비담이 없었더라면 여왕의 자리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처음의 꿈도, 그리고 마지막도


전부 비담으로 인해 이룰 수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그에 비해 자신은 비담에게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 늘 미안했다.




“ 내 마지막 꿈이 무엇인지 알아? ”


“ …마지막 꿈? 그 것은 삼한일통의 대의를… ”


“ 아니, 아니야. ”


“ 그럼… ”


“ 선위를 하고, 연모하는 이와 함께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것. ”




덕만의 말에 비담의 눈빛이 일렁였다. 공주가 연모하는 이라 하면, 유신이었다. 그렇다면… 유신과 마지막을 보낸다는 뜻인가?


그의 모든 것이 그녀의 말 한 마디로 복잡해지는 순간, 덕만은 피식 입 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며 비담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 너와 함께 보내고 싶다, 비담. ”


“ … …!!! ”


“ 내가, 우리가 이 곳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만… ”


“ … …. ”


“ 그래도, 내 몸의 뼈가 잔해가 되어 바람에 날려 없어질 때 까지 너와 함께하고 싶어. ”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선택은 유신이 아니라 제 자신이었다. 




“ 이 곳… 참 오랫만이네. ”


“ 난 지금도 여기서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쯤 어떻게 됐을까- 이런 생각을 해. ”


“ …나 또한 그래. ”




두 사람의 발길이 닿은 것은 첫 만남 장소였던 양짓골이었다. 당시엔, 유신과 함께였었는데 그 때 까지만 해도 그녀가 제 어머니인


미실에게 쫓겨 다녔던 처지에 남장을 하고 있었던 터라 전혀 계집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비담이었다. 물론, 나아가 그녀를 


연모하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말이다. 두 사람은 동굴 안에 앉아 아련한 추억에 잠긴 듯 옛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 덕만아. ”


“ 왜? ”


“ 언젠가 내가 미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


“ 무슨 말? ”


“ 처음 미실을 만났을 쩍에, 나한테 물었었어 ”


“ 무얼 물어봤는데? ”




비담은 덕만이 제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 쑥스러워 알게 모르게 제 몸을 비틀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덕만은 비담의 이러한 


사정을 몰랐지만, 연모하는 이에게 관심을 받는다. 라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이렇게 포근하고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하늘과 교통하는 자라면 네 운명을 잘 알지 않겠느냐 하더라, 그러면서 물었어. 언제 죽을 것 같느냐고. ”


“ …무어? 그래서? ”


“ 신국의 임금이신 폐하보다… 3일 모자른 운명이라… ”


“ … …!! ”


“ 그리 답했어. ”




신국의 임금보다 3일 모자른 운명… 그렇다면… 나의 명운은 비담이 죽고 나면 3일 후에 죽을 운명이란 뜻?…




“ 아직, 3일 안지났어. ”


“ … …!! ”


“ 그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일인 것 같다, 덕만아. ”


“ 비담… 너… ”


“ 대의(大意)를 이룬 후에… 이제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을 때… 그 때 와도 늦지 않아. ”


“ … …. ”



비담이 웃었다. 여느 때와 같은 밝은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며.




“ 이렇게 먼저 가서 미안해. 너를 너무 연모하여서… 이 행복이 쉬이 끊어질까 두려웠다고 말 한다면 믿어줄래? ”


“ …비담. ”


“ 널 만나 처음으로 측은지심을 느꼈고, 고맙다는 말을 들었고, 연모의 감정을 느꼈고… 날 길러주신 것은 스승님이었지만 세상으로


   나아가게 해준 건 덕만, 바로 너야. 이승에서는 우리, 어긋났지만… 잠시 뿐이지만 이렇게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 ”


“ 비담…. ”


“ 비록 3일이지만… 나 비담. 당신의 정인으로 살고싶어. ”




그렇게… 해도 될까? 비담이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여왕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던 덕만의 눈에선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래도 되는 걸까. 내가 감히, 그에게 준 것이라고는 상처 뿐인 내가, 저 사람의 손을 잡아도 되는 걸까…


잠시 망설이던 덕만이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와 그녀의 손이 겹쳐지자 덕만의 눈에선 눈물이 한 줄기 떨어졌다.




“ 연모한다 비담… ”


“ … …. ”


“ 그동안 네 마음, 온전히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


“ 괜찮아…. 이렇게라도 날 찾아와줬잖아. 그 걸로 됐어. ”




그러니까 울지 마. 나의 여왕님. 나의 여인 덕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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