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지만 생각나는대로 써봄, 헉헉.
1.
연극 시작하기 전에 베니 인터뷰 보여준다. 10분쯤 되나? 길지는 않아.
오오~! 하면서 보는데 앞으로 끊임없이 사람들 지나간다.
그거 은근히 짜증남 ㅠㅠ
지각하지 말고 시간 맞춰가라. 쫌!
2.
연극 본편 러닝타임은 3시간이다.
짧은 인터뷰 + 1부 2시간 + 20분 휴식시간 + 2부 1시간
저녁 7시 반에 시작했는데 끝나고 불켜진 후에 시계보니까 11시더라.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상영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셔틀버스와 버스정류장을 향해 월1드 워Z처럼 달리더라.
무서웠음ㅋㅋㅋㅋㅋ
3.
주인공 버프 탓도 있지만 베니의 아우라는 참 남다르단 걸 또 한번 느낌.
아주 그냥 반짝반짝하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
베니가 가벼운 운동화 신고 공연 내내 팔랑팔랑 뛰댕긴다.
발랄한 베니 너무 좋았다.
그거 보면서 새삼스럽게 베니가 운동화 신었던 필모가 있었던가 생각해봤다.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아.
(이미테이션 조깅 장면이 있긴 한데 그건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잖아ㅠㅠㅠ)
무대가 넓은 편인데다 긴 계단이 있는 2층 구조인데
다른 인물에 비해 햄릿이 등장 분량도 제일 많고 동선도 제일 다이내믹함.
3시간동안 그렇게 움직이는게 보통일이 아니겠더라.
연기 도중에 대놓고 수건으로 땀 닦는다.
짤 줍다 보면 티셔츠 젖어있는 거 많이 봤을겨. 그거 분장 아니고 진짜 땀이었어ㅠㅠ
머리카락은 1부 내내 촉촉하게 젖어있고,
피부는 무슨 온양온천에서 막 나온것마냥 뽀얗고 그렇다.
그리고 베니가 반팔 티셔츠 입고 연기하는 것도 좋았어ㅠㅠㅠㅠ
편안한 반팔 티셔츠 입는 필모가 있는지도 생각해봐따.
금욕적이거나 안 평범한 캐릭터가 디폴트라...
어깨가 넓지도 않고 흉곽도 작아서, 역삼각형 이런거랑은 거리가 멀지만
몸이 참 이쁘다는 걸 또 한번 느꼈다.
땀에 젖은 얇은 티셧,,, 드러나는 윤곽,,, 울망울망하는 장면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막 이케이케 하고 싶고,,,,
그것이 나의,,,, 솔찍헌,,,, 심정,,,, 허허허허허,,,
4.
베니가 연기하는 햄릿은 막 우울하지는 않았어.
깐족대면서 어그로 끄는게 귀엽기까지함.
베니 필모 중에서 못보던 새로운 모습이어서 좋았음.
셰익스피어, 햄릿, 비극, 막 이런 선입견때문에
초반에는 각잡고 진지빨면서 봤는데 생각보다 웃음 포인트들이 꽤 있더라.
웃긴 대사 나오면 쫄지말고 그냥 웃어.
무슨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뻘하게 웃겼던 건
햄릿이 뒤로 손이 묶인 장면이 있는데
베니가 평소에 뒷짐지는 아재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손목을 묶고도 넘나 편해보이는 것ㅋㅋㅋ
5.
솔직히 난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감정을 건드리는 걸 느껴본 적이 별로 없거든.
400년 넘은 고전이니까 요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정서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어.
근데 내가 컴베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부분에서 현대극을 보는 것 같은 정서적 반응이 일더란 말이지.
내가 햄릿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죽느냐 사느냐가 이렇게 짠했던 적이 없었어ㅠㅠㅠㅠ
그동안 나한테 그 대사는 그냥 존나 유명한 대사일 뿐이었고, 햄릿의 고뇌는 별로 와닿지 않는 클리셰 정도였거든.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모질게 대하는 부분도
내가 봤던 몇개 안되는 햄릿 중에서 처음으로 '앵스트'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어.
그 장면은 카메라가 타이밍 맞춰서 햄릿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것 보니까 힘줘서 연출한 것 같더라.
그런데 전반적으로는 촬영이 너무 별로야.
대사하는 사람 위주로 보여주는데 급급해서 그 장면이 어떤 인물의 감정 위주로 흘러가는지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
그래서 몰입을 좀 방해하기도 하고, 햄릿의 연기를 뚝뚝 끊어먹기도 해.
햄릿 캐릭터 특성상 대사가 없을 때도 내적 갈등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걸 자꾸 놓치는게 너무 아까웠음.
보는 내내 베니 연기의 50% 정도밖에 못보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더라.
그래서 그런지 프랑켄이랑 자꾸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었어.
프랑켄때는 카메라가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 대해 궁금하거나 답답한 적이 없었거든.
그건 반대로 말하면 무대와 인물의 적재적소를 화면에 보여주고 있다는 거니까.
프랑켄은 햄릿보다 상대적으로 등장인물의 숫자가 적어서 촬영에 유리하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데니 보일이 촬영과 편집에 대해 익숙한 연출자라는 것이
연극을 영화처럼 상영하는 포맷에는 더 어울렸던 것 같아.
6.
공연실황이라는거 감안하더라도 음향은 좀 아쉬웠어.
레어티스 나오는 부분에서 마이크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그렇다고 대사가 안들린다던가 그런 정도는 아님.
7.
연극 끝나고 커튼콜까지 보여주는데
배우들이 인사하는 장면 나오니까, 국극 객석에서 누군가가 실제 공연 끝난것처럼 워후~! 외치면서 신나게 박수치더라.
덕분에 사람들 웃고 윾쾌!!!
나도 그 사람 따라하고 싶었는데 덕밍아웃할 용기가 없었다ㅠㅠㅠㅠ
내가 컴베다, 저 우주오이가 내 아내다, 왜 말을 모태...
여기저기서 소심하게 박수치는 사람들 있었던 걸 보면
나처럼 속으로 광광우는 컴베들이었을 거 같엌ㅋㅋㅋㅋㅋ
생각나는대로 주절거리다보니 내가 저걸 언제 봤나 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머리 속 지우갠가ㅠㅠㅠㅠㅠ
어쨋든 연극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컴베로서 베니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어.
보고나니까 바비칸에서 직접 원어를 이해하면서 본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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