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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썰?] 이웃집 가이드 - 7.7

벼와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20 06:19:17
조회 2226 추천 95 댓글 39
														

*센티넬 버스

*오랜만이야 유월부터 한가해질 줄알았는데 미친 두배로 바빠져서 도저히 생산적(?)인 덕질은 못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어

*미안해 연중임 약속대로 준비해둔 플롯을 올리고 연중할게

*근데 나도 플롯이 '이거임ㅇㅇ' 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안된 상태라 썰식으로 3~4편 정도 더 연재하게 될 거 같아

*그래서 이번화에서 지지리 안써졌으며 그만큼 노잼인 후반부 부터 썰식으로 문체?가 바뀔거임

*뭐암튼 3~4편 안에 썰식으로 완결내겠음

 

 

 <<이제까지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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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 엘사가 자신이 가이드란 사실을 모르는 안나에게 찝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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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찾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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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침

 

 

 

 

 

 

 

 


이웃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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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몽을 꿨다.
꿈 속의 엘사는 누군가로부터 혹은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고 있었다. 잡히면 죽고 말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발바닥이 터질 정도로 내달리는데 추격자와의 거리는 줄어들기만 하는 것이다. 잠시 몸을 숨기거나, 숨을 돌릴만한 곳 조차 없는 허허벌판이라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도 없이 휑해서 그저 달리는 것이 최선인 걸 알면서도 머리를 굴렸다. '어떡하지? 어떡 하면 좋아.' 생존본능이 전신의 왕좌를 빼앗고 의식 아래쪽에 가두어뒀던 피로감을 끌어올린 것이다. 게을러진 다리가 서로 엉키면서 엎어졌고, 추격자의 양 팔에 붙잡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접촉한 부위에서 아찔한 감각이 타고 흘러들어오면서 주변의 풍경이 어두워졌다. '차라리 잘됐어. 더 이상 달릴 힘도 없었으니까.' 체념이 안식을 몰고왔고 눈 앞이 아득해지면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뒤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 때문에 지탱할 곳을 잃은 다리만이 볼썽 사납게 동작할 뿐이었다.


걷어차인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악몽에서 깨어났다. 악몽은 언제나 절정 직전에 끝이 나고 안도의 한숨을 쉬자마자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다행이다. 꿈이었어. 그런데... 무슨 꿈이었지?' 꿈 속 장면을 더듬으며 자세를 고르다가 눕는 대신 앉는 쪽을 택했다. 꿈 속에서 퍼졌던 소름 끼치는 감각과 현실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야뇨증 환자마냥 매트리스를 더듬는 손에 지겨운 냉기가 얽혀왔다. 추위와 얼음이 엘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차라리 악몽을 꾸지. 엘사는 바닥으로 떨어졌던 담요의 '둔탁한' 소리를 상기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여름계절을 거스르는 '괴현상' 속에 고립되어 있었지만 당황하진 않았다. 그저 침착한 얼굴로 안나네 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주의한 것에 비해 너무 시끄러운 파열음이 났기 때문에, 한기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면서 안으로 걸어들어 갔다.

 


"안나, 자?"

 


자야할텐데. 가슴을 졸이며 안나를 찾는데, 불을 켜지 못하니 동작이 영 어설퍼서 살짝 넘어지고 말았다. 안나가 깨어날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엘사의 콧등에 온기가 스쳤다. 감각은 보드라웠고, 숨결이 가까운 곳에서 느껴졌다. 뺨인 듯 했다. 엘사는 뺨에 콧등을 댄채로 가만히, 안나를 살폈다. '이 정도면... 업어가도 모르겠다.'


안나는 깊은 잠에 빠졌는지 몹시 고르게 호흡했고 몸부림도 없어서 아예 그 옆에 몸을 누이는 것을 택했다. 각자의 팔뚝이 닿을 정도로 몸을 가깝게 붙였지만, 혹여 얼음이 녹지않을 까봐 겁이나서 안나의 손도 세게 잡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추위가 잦아들고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파 속에 감쳐줘있던 문제의 '로션냄새'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샴푸 냄새였을까?


'발작증상'이 거의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때였다. 안나한테서 뭔가 좋은 향기가 났다. 엘사는 그 향기의 정체가 궁금해 안나의 품에 코를 묻었다. 로션? 샴푸? 바디 클렌져? 그냥 이불에서 나는 세제 냄샌가.


이상한 일이었다.
향기를 좇는 것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안나를 깨울만한 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만 것이다. 엘사는 저도 모르게 안나 위로 몸을 겹쳐가며 향을 탐했다. 어떻게 그렇게 조심성 없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대체 왜 그런 정신나간 짓을 저질렀을까.

 


"뭐야."

 


말하자면, 정말로 정신이 나갔었기 때문이었다. 저도 모르게 안나 위로 몸을 포갠 엘사는, 아랫배에서 들끓어 오르는 낯선 열기 때문에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은 있었다. 눈도 뜨고 있었고, 그 때의 감각도 분명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의식, 혼, 판단, 인지능력 같은 모둔 종류의 이성적인 것들이 몸 밖으로 스르르 빠져나가면서 힘이 쭈욱 빠지는 것이다. 생전 처음 겪는 감각에 멍하니 있는데, 그 다음으로는 무서울정도로 강력하고도 이상스러운 허기가 몸을 달구었다. 이 또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허기와는 달랐는데, 거의 허기와 같았다. 어떻게던 몸 속을 채우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으니까. 무엇이든 씹거나 삼키거나 해서 몸 속에 우겨 넣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나로 속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아니. 주린 속을 채워야 한다면 그건 '안나여야만 한다'는 강박이 엘사를 지배했다. 그래서 안나의 목을 깨물고 세게 빨았다. 하지만 흡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에, 모자라다는 생각에 몸이 떨렸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질이 났다. 좀 더 많은 안나가 필요했다. 좀 더 많은 안나를 그 보다 나은 방식으로 취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다면 몸속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안나의 허벅지를 빨았다, 빨았던 것 같다. 이 시점 부터는 기억이 흐릿하다. 엘사는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정신을 차렸을 땐 침대 아래에 고꾸라져 있었다. 정수리와 등이 맞은 것 처럼 아팠고 멀리서 쿵쿵거리는 걸음 소리와 불을 찾는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한거냐고."

 


안나가 재차 물었지만, 엘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안나의 표정이 너무 나빴다. 엘사는 이 표정을 알고 있다. 눈빛에 서린 과장스러울 정도의 경멸과, 굳게 닫혀 일직선을 유지하는 입매에서 느껴지는 분노. 엘사는 안나의 얼굴과 자신을 줄곧 꾸짖던 부친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안나는 질문을 했지만, 어떤 대답도 설득도 허용치 않겠다는 결심이 서린 얼굴 앞에서 '네 곁에 누워있다보니 어쩌다 그런... 성폭행스러운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건, 말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순도 높은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궁색한 변명 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안나의 용서를 살 수 있지?
거짓말을 꾸며내야했다. 하지만, 그럴 싸한 거짓말을 지어내기엔 몸상태가 너무 좋지 못했다. 아까 겪었던 이성의 이탈감, 허기의 잔재가 엘사의 몸에 남아 감돌고 있었다. 열이 어찌나 심한지 허벅지가 후들후들 떨렸고 머리가 아파 눈앞이 흐렸다. 속은 꼭 썩은 생선을 먹은 것 처럼 메스꺼운게 금방이라도 신물이 역류할 것 같았다.

 


"욱..."

 


아니, 역류했다. 엘사는 기어코 토했다. 계속해서 토했다. 다섯 번째로 토했을 때는 나올 게 없어서 거의 헛구역질이었고 대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엘사 뿐만이 아니었다.
가엾은 금색 짐승을 바라보던 안나는 관망으로 매듭지었던 팔짱이 흐늘흐늘 풀어져버릴 것 같아서 애가탔다. 엘사에게 눈길을 준 것은 실수였다.
세월에 닳지 못한 눈은 그만큼이나 영롱했지만, 딱 그만큼 철이 없는 소녀의 것이라 분별력 없이 '미'를 쫓는데 지금이 꼭 그렇다. 안나는 이따금 아름다운 것들에게 초월적으로 설득당하곤 한다. 서사적 완성도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연애영화나, 오락영화 몇가지들이 그녀의 기억주머니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 영화 속 주연들이 '평균 미만'의 얼굴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로맨틱한 장면, 멋스러운 장면... 그 모든 씬들이 흡입력을 잃을 것이고 생명을 잃은 영화는 관람자로 부터 아무런 응원도 동감도 사지 못한 채, 앤딩을 향해 달리겠지.
미를 상실하면 외로워진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를 갖춘 것은 무조건적인 호응을 살 수 있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 촌스럽고 얼간이같은 의상과 소품, 주연의 개연성 없는 행동이 미를 거치면 어쩐지 신비한 대사, 세련된 패션, 매력적인 행동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안나는 결국, 속을 게우는 추행조차 가련미로 완결시켜버리는─빼어난 조형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엘사도 미안해 하고있을거야.' 엘사에 대한 증오가 희미해지고,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안쓰러움은 엘사를 두둔했다. 혐오 섞인 의문은 보류되고, 막연한 결론이 섰다. '아무리 날 좋아한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아니지, 날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 짓을 한 걸지도 몰라.'
물론 엘사가 저지른 행동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다할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데다 잘 타이르고 다그쳐서 깨끗하게 마무리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까부터 구역질을 하는 엘사가 몹시 힘겨워 보였다. 그건 모든 인과와 책임, 선과 악 같은 것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했다. 안나는 일단 엘사를 부축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말을 자존심과 이성이 그 판단에 제동을 걸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엘사가 쓰레기처럼 굴었다고해서, 나까지 쓰레기처럼 굴 필요는 없지. 하는 고고한 생각과 함께 같은 '종'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연민이 안나를 움직이게 했다.

 


"괜찮아?"

 


안나는 엘사를 부축했다. 최대한 퉁명스런 말투로 말했지만, 한꺼풀 아래엔 동정이 가득했다.
─초조하게 흔들대는 푸른눈동자가 자신의 허벅지를 훑고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그 어리석은 동정은 지속될 수도 있었다.
낯익은 실망감이 밀려들어오고, 표출을 보류했던 혐오감이 얼굴 근육을 경직시킨다. 안나는 황급한 손길로 말려올라간 바짓단을 끌어내려 허벅지를 가렸다.

 


"어, 괜찮아."

 


안나가 보인 호의에 정신이 팔린 엘사는 자신의 불온한 시선이 안나의 기분을 망쳤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수돗물을 틀어 입가를 씻은 뒤 씨익 웃어보였다. 안나가 호의를 보인다는 건, 대화를 통해 상황을 잘 풀어볼 수도 있겠다는 걸 의미했다. 희망이 보이자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이 나왔다.

 


"자주 있는 일이니깐."
"뭐?"
"아니, 아니. 이런 일이 자주 있다는 게 아니라. 몽유병 증세가 좀 있거든. 과민성 복통같은 걸 동반한... 특이하지?"
"몽유병?"
"걱정마. 일촌 중에 몽유병을 앓았던 사람이 있으면 몽유병을 경험할 확률이 열 배 정도 높아진다던데. 우리 부모님은 몽유병 없으시거든. 또 이런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걱정말고 다시 자면 될 거야."

 


허. 기가 차서 뱉은 탄식은, 따라 붙는 엘사의 웃음 소리와 비슷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늘어놓는 궁색한 거짓말은 안나를 질리게했다. 안나는 예상 밖으로 뻔뻔하게 구는 엘사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한 방 갈겨주고 싶을 만큼 역겨운 미소는 무슨 생각으로 짓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엘사는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웃음을 유지한 채로 몇 번 쯤 눈을 깜빡였다.

 


"글쎄, 내가 우리집에서 두 다리 뻗고 자려면 언니가 나가줘야 할 것 같은데."
"뭐?"
"나가."

 


엘사의 낯짝에 퓨즈가 나가버린 안나는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이면서 낯빛을 바꿨다. 생전 내본 적 없는 저음의 목소리였고 지어본 적 없는 공격적인 표정이었다. 안나는 무섭도록 매서운 스스로에게 약간 놀랐고 엘사 역시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그 점이 안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그간 엘사에게 바쳤던 인내의 미소와 자잘한 관용들이, 이런 때에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자신을 한심하게 만드는 엘사가 싫었다.

 


"나가라고. 소리 지를까?"
"...문 닫아."

 


발을 쿵쿵 굴러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반쯤 열고 거의 소리지르기 직전의 톤으로 말했다. 엘사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이 혹여나 그 목소리를 들을까 안달이 났기 때문에 쪼르르 쫓아가 도로 문을 닫으며 침착하게 안나를 타일렀다. 제대로 설명할테니까, 이리와.


시계의 시침이 숫자 5를 지표하는 새벽.
초유의 정전 사태를 맞은 도시는 새벽 속에서 잠을 잤지만 아렌델네 부엌만은 훤하게 깨어있었다. 식탁 중앙에 세워진 촛불 덕분이었다. 안나와 엘사는 대화하기 위해서, 그 불빛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하지만 어느 한 명도 입을 떼진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표정을 추격하면서 상대를 압도할 방법을 구상중이었다.
엘사는 성난 안나를 설득하고 타이를 수 있도록 최선의 거짓말을, 안나는 엘사의 입에서 그 어떤 말이 나오던 내칠 수있도록 단호함을 다지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엘사는 '병' 얘기를, 안나는 '가방을 훔쳐봤다는 사실'을 심연 아래에 묻었다. 각자의 입장에 강력한 당위성을 실어줄 수 있는 진실이었지만, 죄책감과 엉켜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입밖에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안나가 날 계속해서 싫어한다면...'
'하지만, 엘사가 끝까지 안하무인으로 나온다면...'

최후의 카드로서, 그 진실을 활용해야할 것이다.
그럴 일은 없어야해. 각오를 세운 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나, 들어봐. 난 요즘 진짜로 힘들었어. 입시 문제에, 다른 여러 문제가 겹쳐서 부모님하고 싸우기도 엄청 싸우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니까 가끔 몽유병 증세가 있었다고... 너한테 무슨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야."

 


그래, 악의가 아니라 다른 감정이 있었겠지.
안나는 계속해서 몽유병이 어쩌니 하며 책임을 무르는 엘사에게 예의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보란듯이 혀끝을 차며 반격했다. (이 아래부터 썰식으로 품▼)

 


"언니가 진짜로 몽유병 증세가 있는 거면 미안한데, 난 솔직히... 하나도 안믿기거든."
"진짜 있어 몽유병. 그게 아니면, 내가 뭐 너한테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있기는 해?"
"언니."

 


안나는 자기 팔을 의도적으로 찍어누르던 손길에 소름끼쳐하면서 이를 뿌득거리고 한숨 쉼.
안나는 비장의 카드를 쓰기로함.
언니가 나한테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다 안다고 인생계획 봐서 다안다고.
그렇게 진실을 다 얘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듬. 반성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으면서 둘러대는 엘사의 태도에 비하면 남의 가방과 남의 메모를 몰래 훔쳐보는 행동의 부덕함은 귀여운 축에 든단 생각이 들음.


 

"나 다 알거든."

 

 

나 다알거든. 이 한마디가 벼락소리 처럼 느껴져.
엘사는 의연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함 근데 머릿속은 막 헐... 뭔소리야? 다 안다고? 뭘 다안다는 거지? 어디까지 알아낸거지? 아니야, 알 리가 없어 막 이런 생각으로 뒤죽박죽 혼돈의 도가니탕임. 떠보는걸까? 싶어서 안나의 표정을 살피는데 뭔가 확신에 차보여.

 

 

안나는 엘사의 한방 먹은 듯한 얼굴이 묘하게 통쾌하면서 약간 미안함.
빨리 상황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중이었지.


 

"언니가 솔직하게 다 말했으면 좋겠고. 사과 받고, 끝내고 싶어."
"...뭘."

 


근데 엘사가 계속 뻣대.
안나는 빡쳐서 호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인생계획을 집어던짐.
그걸 펼쳐보는 엘사의 얼굴이 종이 색처럼 하얗게 질려.
안나는 인생계획 몰래 본게 새삼 미안함.

 


"아니, 나도 장난으로 보다가 너무 진지한 내용 같아서... 다 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대충 파악은 다 되더라."

 


이만하면 어쨌건 할 몫은 다한 거겠지. 복잡한 감정이 담긴 한숨을 쉬는데
엘사는 미친 계속 지 허벅지만 보는거야 안나는 또 바지를 끌어내림.

 


"그럼, 전부 다 알고 있었던거야?"
"어."
"내 병도?"

 


병? 레즈비언 병?
안나는 자신 없게 고개를 끄덕임.

 

 

"신고할 거야?"
"뭐?"
"신고할 거냐고."

 


안나 졸라 황당함
갑자기 태도 바꾸고 심지어 '설마 신고할거냐'는 식으로 세게 나오는 엘사가 약간 무섭기도함

 


"...할말이 그거 뿐이야? 사과나 뭐... 그런 건 없어? 내가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진짜 미안. 용서해주면 안될까?"
"알았어, 사과 받을게. 근데..."

 


신고당할까봐 무서운거지, 나한테 진짜로 미안한 마음은 없는거네.
이러케 판단한 안나는 엘사가 너무 괘씸함.


 

"용서는 못할 것 같아."

 


그래서 저렇게 말하고 돌아섬.

 


"안나."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 내일 부턴 얼굴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안나, 제발. 나 진짜 너 없음 안돼."

 


안나는 태연자악하게 저딴 대사를 날리는 엘사를 지긋한 개썅년이라고 욕하면서(속으로) 자기 방을 향해 걷는데
손에 얼얼한 감각이 느껴짐


엘사가 손을 뻗어서 안나의 팔목을 잡아야해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센티넬 능력으로 실현되서 얼음빔이 안나의 손을 쳐버린거임.


안나는 손을 들어올려서 살핌.
뭔가 축축하고 딱딱한 얼음가루 같은게 손에서 투툭 떨어짐.
안나는 이게 뭔지 몰라서 ??? 하고있음.


둘사이에 정적이 흐름.
엘사는 자기도 모르게 얼밍아웃 한게 진짜 당황스러운데
속시원함 같은게 맘 한켠에서 밀려옴.

안나가 자기 병 있는거도 다 '기억하고' 있었고, 얼밍아웃도 해버렸고. 이왕 이렇게 된거 안나한테 걍 같이 다녀줄 수 없느냐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한 엘사는 안나를 향해 걸어감.

 


"이것봐, 너 없음 안된다니까."

 


발걸음 옮길 때마다 바닥이 쩌억쩌억 소리 내면서 얼어붙음.
안나는 존나 그게 너무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다 쿠당탕 넘어짐.
엘사는 안나의 태도로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득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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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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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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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7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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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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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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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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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4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8 0
1123575 오늘 유익한 악몽을 꿈 [2] ㅇㅇ(211.234) 05.29 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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