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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혼자 개고생하는 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39.116) 2016.11.05 01:11:40
조회 1072 추천 15 댓글 9

.....아아 썰이 길어진다 길어지면 안되는데

전편-'반갑다' 로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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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안나는 아까 주웠던 것을 꺼내봤어. 그건 아주 작은 종이조각이었는데, 맨들맨들하게 코팅이 되어 있었거든. 거기엔 네임펜으로 slip/fill/rotate/T 라고 적혀있었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지? 안나는 그걸 보며 고민에 빠졌음. 떨어졌다 채우다 교대하다... 그리고 의문의 T. 괴한이 누군가에게 보내려 했던 메시지임은 확실한데, 이게 대체 무얼 뜻하는 건지 모르겠음.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안되니 안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해독해봄. 일단 slip은 어떤 물 같은 것들이 떨어졌을때 쓰이는 단어로, 이를 통해 괴한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바닥났다는 가정을 유추해보겠지. 만약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fill은 떨어진 무언가를 채워달라는 뜻이겠고, rotate와 T는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일단 안나는 대충 납득할 만한 의미로 해독되어진 slip과 fill에 주목했지. 대체 괴한이 다시 달라고 한 건 무엇일까. 폭탄 같은 걸까. 그렇다면 과거 엘사가 더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계속 종이를 보며 고민에 빠져있던 안나는 순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지.

"괴한은 미래에 있는 자신의 배후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

사실 안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찾고 정리했던 파일을 미래로 보내기만 했을 뿐, 미래에서 오는 연락을 받을 수 없었지. 이유는 당연히 타임머신 시제품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그런데 괴한은 "아렌델의 극비인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도 모자라 그걸 이용해 미래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관찰이었지. 생각해보면 애초에 아렌델 사 내에서, 그 직접적인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는 엘사조차도 접근하지 못했던 타임머신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건,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게다가, 아렌델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안나조차도 받지 못했던 어떤 "지원"을 받고 있다는 건, ...젠장, 안나가 작게 욕을 읇조렸어.

이젠 어느 정도 이해가 됐지. 왜 괴한이 자꾸만 안나가 과거 엘사 앞에 몸을 드러내야 할 정도로 크게 일을 키웠는지. 그래, 괴한의 첫번째 목적은 물론 과거 엘사를 노리는 거겠지만, 동시에 아렌델 내부에서 눈을 떼게 만들 작정도 같이 있었던 거. 괴한의 "이상행동"으로 눈를 돌려서. 결과적으로 그건 지금까지 성공하고 있었고.

안나는 자신의 멍청함을 탓하며 욕을 내뱉었음. 일단 오늘 알아낸 것들을 당장이라도 보고해야 했지. 안나는 급하게 아무 노트나 손에 집어 휘갈겼음. [아렌델의 극비 문서-타임머신에 손을 댈 수 있을 정도의 지위를 가진 자가 엘사를 노리고 있음.] 해당 문서의 유출 경로를 파악할 것. 그리곤 그 장을 북 찢어 대충 접고 주머니에 쑤셔넣었지. 당장 이걸 미래로 보내야 해. 우득 소리가 나게 이를 갈면서.

밖으로 나온 안나는 앞뒤 잴 것 없이 계속 달림. 젠장, 젠장... 속에서는 계속 열불이 치솟았지. 그야 당연했어. 과거로 온 지 몇 주 동안 괴한과 그 배후가 원하는 대로 놀아난 꼴이었으니. 그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간 비밀장소에서, 안나는 괴한과 마주쳤어. 어떻게 저 자식이 비밀장소에? 당황한 안나는 눈을 크게 떴지만 정작 괴한 쪽은 별로 놀럽지 않은 듯 했음. 오히려 좀 의외라는 듯 어깨를 살짝 으쓱할 뿐. 그 와중에 괴한의 손에 들린 작은 종이조각을 발견한 안나가 괴한에게 뛰어들고, 괴한은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이번에도 종이조각은 안나의 손에 들어갔지. 하지만 괴한은 그래도 별 문제 없다는 듯 말했음.

"네가 벌써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생각 외로 똑똑한 구석이 있군."

안나는 당연히 딥빡. 저 말로 보건대 예전부터 자신이 정보를 숨겨놓는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었음이 분명함. 이걸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음. 배후는 안나가 미래에 정보를 보내는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비록 안나 자신은 아렌델 내부의 고위인사까지 알지는 못하니 그게 누구인지 딱 정의 내릴 수 없었지만.

안나는 손에 들고 있던,괴한에게 뺏은 종이조각을 슬쩍 보었지. 아까 자신이 주웠던 것과 똑같은 내용이 쓰여져 있지. 역시, 그건 미래로 보내는 쪽지임이 틀림없음. 그걸 꾹 쥐어 구겨버린 안나가 괴한에게 언제부터 여기를 알고 있었냐고 질문함. 물론 괴한은 낄낄 웃으며 안지 대락 한 달정도 되었다고 함. 안나는 속으로 울컥했음.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넘기려던 정보들은 저 괴한의 손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았지. 그렇다고 미래와 연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멋대로 장소를 바꿀 수도 없고. 결국 안나는 마지막 승부수로 괴한과의 정면 대결을 택함. 괴한이 이 쪽지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야하니, 주머니에 쪽지를 꾹 밀어넣고 괴한에게 돌진했지.





과거 안나는 부루퉁한 얼굴로 엘사를 따라나섬. 엘사가 작접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서도 중얼중얼 자기는 집이 제일 돟다고 불평하는 얼굴은 펴질 줄 몰랐음. 엘사가 과거 안나를 데리고 놀이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전까지.

엘사는 앞에서도 말했듯 바깥 활동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과거 안나가 나가는 걸 싫어하니까 몇 주간 조용히 집에서만 지내서 좀이 쑤셨음. 그러던 차에 마침 놀이공원에서 매달 하는 퍼레이드 소식을 듣고 과거 안나를 어떻게든 꼬여내 온 거. 과거 안나는 시끌벅적한 놀이공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기 때문에 몇 주간 집에만 있던 엘사가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걸 보며 차에서 내린 후부터는 묵묵히 가자는 대로 따라갔지. 이거 사줄까 저거 타볼래 하며 물어오는 엘사에겐 진땀을 흘리며 거절하긴 했지만.

엘사도 마냥 혼자 즐기고 있는 건 아니었어. 같이 놀러온 과거 안나의 모습이 자꾸 신경쓰였지. 이것저것 권유해도 거절하기만 하고. 그렇게나 집이 좋은가, 싶다가도 제가 괜히 싫다는 애를 데려와 고생시키는 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맞음). 이 아이는 안나가 아닌데 말이지.

어쨌던 엘사는 과거 안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책임을 지기로 했음. 중간중간 불편한 건 아닌지 살피며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만을 골라 다니는 엘사에게, 처음엔 자기는 괜찮다며 타고 싶은 거 타고 오라고 떠밀던 과거 안나도 곧 자기는 혼자 놀고 싶은 게 아니라 같이 놀고 싶은 거라고 말하는 엘사에게 이끌려 놀이공원을 서서히 즐기게 됨. 비록 여전히 놀이기구는 사양했지만 말이지.

그렇게 실컷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고 퍼레이드가 시작함. 오늘은 조금 일찍 시작한 탓에 아직 하늘엔 빨갛고 노란 구름들이 떠 있고. 안나와 엘사는 사람이 우글거리는 퍼레이드 근처를 피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솜사탕을 각각 하나씩 사 먹고 있었지. 과거 안나는 엘사를 보며 오늘 이것저것 재밌던 일들을 말하며 재잘댔지. 이런 때에 보면 천상 어린애인데, 또 그 모습이 자신과 같이 데이트하던 안나의 모습과 겹쳐졌지. 아, 그래서였을 거야. 내리쬐는 발간 빛과 아득히 들려오는 퍼레이드 행진곡 사이에서, 입술이 잠깐 동안 따듯하게 맞부딪히는 느낌을 과거 안나가 기억하게 되었던 건.




괴한은 꽤 끈질겼지. 안나의 선공이 잠시 방심한 틈을 보였으면서도 지금까지 그 빌어먹을 마스크를 사수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그렇지만 오랜 시간 계속된 몸싸움에 안나도 괴한도 지쳐가고 있었어. 그렇지만 안나의 목적은 어쨌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미래로 전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젖 먹던 힘을 다해서 괴한을 밀어 넘어뜨림. 넘어진 괴한이 컥컥대며 괴로워하는 틈을 타 쪽지를 땅에 파묻고, 괴한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안나가 그의 두 손을 묶고 있었지. 괴한은 벌떡 일어나 달려가려 했지만 다리가 풀린 듯 두어 걸음만에 풀썩 주저앉고. 안나는 허튼 짓 하지 말라며 날카롭게 괴한을 노려봤음. 마침내 움직이는 걸 포기한 괴한의 마스크를 벗겨낸 안나는 충격으로 뒷걸음질 쳤어. 그는 크리스토프였거든. 크리스토프는 한스의 절친한 친구였고, 안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아렌델의 후계 구도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아렌델 내에서의 암묵적인 다음 후계자는 엘사였지만, 공식적으로는 두 명의 후계자가 존재함. 바로 엘사와, 그의 사촌 한스. 사실 한스의 세력은 아렌델 내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였는데, 그 이유는 그가 바로 아렌델의 전자 관련 사업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지. 그는 상당한 야심가였고, 사업가로서의 수완도 대단했어. 엘사 역시 사업 쪽으로의 재능은 가지고 있었지만 단순히 재능으로만 따진다면 둘 중엔 한스가 조금 더 우세했지. 그러나 그의 소름끼치도록 냉정한 판단력은 그를 사업에 미친 야심가로 불리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사후에 대거 정리될 이들을 걱정한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엘사를 점 찍은 거였지.



크리스토프는 포기한 채 모든 걸 불었어.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지. 한스와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안나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번 자신에게 총을 쏘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인가. 안나가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어. 그럼 이 정보들을 아렌델로 보내면 되는 건가. 이제 드디어 엘사에게로 돌아갈 수 있어! 기쁨과 일이 모두 해결되었다는 해방감으로 휩싸인 안나가 크리스토프에게 다시고개를 돌렸을 때, 허탈한 목소리가 안나의 생각을 부정했어.

"...나 말고, 과거로 올 인물은 한 명 더 있어. 나는 단지 그의 수족에 지나지 않아. 그는... 나와는 달리 냉철해. 난 실패했지만... 그라면 정말 엘사의 목숨을 빼앗고 말 거라고...!"

그리고 그 말을 마친 크리스토프는 안나가 무슨 말이냐며 반문하기도 전에 땅으로 풀썩 쓰러져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지.





왜... 길어지지...왜..... +)저번 편 내가 봐도 읽기 힘들어서 띄어쓰기 돔 해봄.

아 근데 그냥 웹으로 하면 폰노트에서 글씨 굵게한 거랑 비스듬히 한 거 적용 안 되는구나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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