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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Argos Ch.4 - 1

치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1.26 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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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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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os Ch.1 (텍본)

Argos Ch.3 - 1 (텍본)

Argos Ch.3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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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ulture

 


 

아렌델은 마법을 가진 국가 치고는 다른 여느 국가와 비슷했다. 좋은 이웃도 있었고, 나쁜 이웃도 있었다. 부유하고 번창한 지역도 있는 반면, 이리저리 훑어보는 사람, 잠자는 사자같은 폭력배, 역한 음식을 파는 불법 상점들로 가득한 흐리고 어두운 구역도 있다. 그런 곳에는 선량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피하는 지역이나, 도시 경찰관이 순찰 돌기를 꺼리는 구역이나, 모든 거주민이 침대에서 손이 닿는 곳에 조잡한 무기를 놓아두는 동네 등이 속했다.

 

 

보통, 이런 장소는 '독수리'가 '새'를 만나는 곳으로 쓰였다.

 

 

'Sinking Ship'은 퇴물과 악인들이 몰려드는 불쌍한 여관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곳 중 하나였다. 어느 갱단과 계약한 것은 아니었으나 단지 등급 낮은 살인자와 어느 경찰이 고용했을수도 있겠다 싶은 불량배들이 몰려들게 되었을 뿐이고, 그 덕에 침몰(sinking)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떠 있을 수 있었다. 맥주 맛은 더러웠고 빵은 딱딱했으며, 침대는 길거리 개보다도 벼룩이 많았고 고기 상태는 말 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냥 취하고 싶고 성병이 없길 바라는 매춘부나 만나길 원하는 길거리 깡패들에게는 'Sinking Ship'으로 족했다. 서비스는 별로 눈에 띄는 것은 없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았다) 단골 손님에게는 이가 나간 구리 동전 한 닢, 기분 좋은 날은 긁히고 피딱지가 말라붙은 청동 동전 한 닢을 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여관에도 어느 적정선이라는 건 있어서, 독수리는 오늘 변장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너무 깨끗하거나 품위 있는 복장은 시선을 너무 많이 끌었고, 그렇다고 또 너무 추잡하거나 더러우면 거지로 오해받아 이 좋은 건물에서 쫓겨나기 딱 좋았다.

 

 

그게 바로, 꼭 이날에 녹슨 갑옷에 낡은 망토를 걸치고 얼굴을 가리는 투구를 쓴 기사가 여유롭게 'Sinking Ship'으로 걸어들어온 이유였다. 몇몇 단골 손님이 그 기사에게 시선을 던졌지만 오래도록 쳐다보는 이는 없었다. 그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기사, 즉 전장에서 전장으로 떠돌아다니며 평범한 용병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의 기사를 많이도 보아왔다. 물론 몇몇 초라한 삼류 기사들이 대단한 영웅이나 무서운 전사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단 방금 막 들어온 기사는 그런 동료들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였다. 솔직히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가느다란 몸에 키도 작았고, 입은 갑옷으로 보아하니 근육도 없어보였다. 그나마 좀 위험해 보이는거라곤 벨트에 걸린 장검 뿐. 번쩍거리는 그 칼은 기사에게서 유일하게 깨끗한 물건이었다. 그 기사는 바텐더의 음습한 시선을 무시하고는 아무말 없이 여관 구석, 어둡고 사람이 없는 테이블로 향했다. 갑주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기사는 쿵 주저앉았고, 투구를 벗을 생각도 없이 철제 동전을 튕기기 시작했다.

 

 

무거운 갑옷 속에 두꺼운 가죽 튜닉과 해진 외투를 입은 카야는 이마에서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이 변장은 효과가 있지만 미칠 정도로 성가시다고 카야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소한 뇌물을 잔뜩 받아오다 죽음을 맞이한 경비병에게서 가져온 이 갑옷은 카야에게는 사이즈가 많이 남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입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넝마 몇 개를 걸쳐야만 했다. 가슴 역시 적당한 크기였지만 근육 없는 경비병의 흉부에 맞는 갑옷이었기에 가슴이 녹슨 갑옷 내부에 쓸리지 않기 위해서 단단히 감아두어야 했다. 부츠는 1~2인치정도 높도록 고쳤지만, 카야의 신장 자체가 작았던 탓에 평균적인 키를 가진 기사로 보이길 원했던 카야는 그냥 난쟁이 기사 정도가 되었다. 강철 투구는 얼굴을 가리기에 적합했지만 엄청나게 답답했고, 후텁지근한 숨까지 더해져 미칠 지경이었다. 한가로울 시간에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건 카야의 취미가 아니었지만, 아지트에서 거리 여섯 개 정도 떨어진 이곳까지 이 차림으로 와야만 했고, 둔부에 가해지는 강철의 무게는 그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장 문제인 건 오랫동안 남장해본 적이 없어서 목소리 흉내가 미숙하다는 점이었다. 즉, 누군가 카야에게 말을 걸어서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 위엄넘치는 기사가 내는 목소리는 대장 갑옷을 입고 행진하는 어린 십대 종자에 불과할 거란 얘기였다.

 

 

이래서 자신이 바깥 활동을 싫어하는 거라고 카야는 결론을 내렸다. 피나 독극물도, 감시도, 목 뒤로 계속해서 느껴지는 위험 신호도 아닌 변장 때문이었다. 카야가 여왕의 시종이란 건 위장일 거라고 의심해본 사람이 20년 넘게 한 명도 없는 걸 보면 카야가 흠 잡을 데 없는 배우란 건 확실했지만, 문제가 되는 변장은 따로 있었다. 그 변장들은 대담하고 위험한 데다, 끽해야 한두 번 할 변장에 몇 시간을 날려야 한다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지만, 불편하단 이유로 대충 일을 처리하기에는 맡은 일이 너무나 막중했다. 그래서 카야는 왕궁을 나설 때마다 변장하는 습관을 들였다. 고통스러웠지만, 카야는 첩보대장이었기에 예방책이 꼭 필요했다.

 

 

'독수리'로 활동한 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야는 오른이 독수리로 활동하기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 자리를 맡은 건 잘못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곤 했다. 한편으로는 그 판단이 적절했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 새 한 마리조차 새장에 간수를 못 하는 녀석은 첩보대장에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카야와 다른 새들이 토르스턴의 죽음을 목격했고, 더군다나 토르스턴이 탈출하면서 훔친 것들은 다른 새들의 존재를 노출시키기까지 했다. 독수리가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될 실수였다.

 

 

어느 새가 자신이 독수리의 유일한 계승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그 새는 경쟁자를 죽여버리고 다른 새가 뽑히기 전에 독수리라는 명칭을 따내야 한다고 결심하게 될 뿐이다. 카야는 그걸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누가 이기느냐가 문제였을 뿐. 오른을 제외하고 어떤 새가 오른을 마침내 끌어내리기 위해 조사하고 계획을 세우는 지 알아내는 건 위험한 싸움이었다. 운이 좋게도, 경쟁자들의 신원을 먼저 파악한 카야는 경쟁자들을 조용히 하나하나 제거하러 다닐 수 있었다. 카야는 죽이는 데는 별 흥미가 없지만, 독이 몸을 태워가는 동안 라스무스가 자신 앞의 바닥에서 목을 감싸쥐고 박박 긁어대는 모습을 보자니 안도감과 쾌감이 은근히 찾아들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빼앗은 것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할 때면, 자신이 독수리의 자리에 얼마나 안 맞다고 느껴지든 간에 적어도 라스무스보다는, 그 조심성 없고 강단 없고 주먹만 휘두르는 바보 녀석보다는 자기가 나을 거라고 카야는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아무튼… 한 손에 맥주를 들고 바를 빠져나오는 사내가 카야의 눈에 띄었다. 우람한 몸집, 큼직한 근육과 공격성을 지닌 사내였다. 누구든지 그 사내를 보면 금방 그 사내가 선원이며 개중에서도 거친 녀석일 거라고 금방 파악할 수 있을 듯 했다. 배가 닻을 내리는 항구마다 한창 말싸움을 벌이고 있을 녀석이었다. 사내의 반다나는 짙은 감색으로 번들거렸으며 은빛 머리칼은 머리 뒤에서 헝클어진 채 포니테일로 묶여 있었다. 불뚝거리는 한 쪽 이두근에는 닻모양 문신이 그려져 있었고, 사내가 술을 벌컥벌컥 들이킬 때 카야는 노란색 검은색으로 변색된 치아를 훔쳐볼 수 있었다. 사내가 바에서 뒤돌아 섰을 때 왼쪽 눈에 해진 천을 감고 있는 게 보였으나, 뜨거운 부지깽이로 눈구멍을 지진 것처럼 죽어버린 피부를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다.

 


선원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여관 뒤쪽으로 향할 때, 카야는 제 수련생의 솜씨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알바트로스'는 충동적이고 성질이 더러워 독수리가 되기에는 완전히 글러먹었지만, 변장은 정말 감쪽같았다. 끔찍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분장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준 건 카야 자신이긴 했지만, 안대처럼 보이는 것 주위로 보이는 흉터가 진짜처럼 보인다는 데 탄복한 것이다. 게다가 저 덩치는 갱단과 접촉하여 대신 미행하게 하는 데 써먹을 수 있었다.

 

 

소렌은 카야의 옆 테이블에 있는 의자에 그 덩치를 집어넣었다. 커다란 컵에 담긴 술을 들이키며 카야에게서 뒤돌아 앉긴 했으나 그렇다고 누군가를 향한것도 아니었고, 소렌은 아예 누가 있든지 관심이 없었다. 카야는 계속해서 동전을 튕겼다. 알바트로스는 그걸 알아차렸으나, 알바트로스가 카야 옆에 앉는 바로 그 순간에 이게 신호라는 걸 알려주지는 않았다.

 

 

덩치 큰 사내는 커다란 컵를 탁자에 쾅 내려놓으며 나태한 선원이라던가 인색한 선장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 날의 불평거리들을 맥주에다 화난 듯이 쏟아대는 한 편 몸집에 가려진 다른 한 손을 카야의 왼쪽 다리 위에 슬그머니 올려놓는 것이었다. 험담을 끊임없이 뱉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사내의 무딘 손가락은 카야의 다리를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고, 두드렸다 미끄러뜨렸다 멈췄다하며 암호를 입력했다. 'Fisherman's Wharf'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에 카야가 가르쳐 준 암호였다.

 

 

"당신입니까?" 손가락이 물었다.

 

 

카야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적어도, 눈에 띄게끔은. 녹슨 갑옷을 입은 기사는 동전을 튕기는 걸 멈추고 동전을 탁자에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래." 금속이 나무에 짧게 부딪치는 것으로 동전이 대답했다.

 

 

소렌은 바다 위에서 긴긴 한 주를 보낸 이야기를 계속 중얼중얼거리면서도 크고 거칠한 손가락으로 카야의 다리를 두드려 암호를 전달했다. 다른 행동을 하는 척 하면서 몰래 암호를 전달하는 기술을 소렌이 정말 힘들게 수련했다는 걸 카야는 기억해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렌은 어릴 때부터 의지가 굳은 소년이었고, 카야에게는 깃털이 필요했으며, 소렌을 포기하고 출중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까 하는 카야의 고민은 소렌이 조그만 의지를 불태우게 하기에 충분했다. 독수리의 자리를 넘겨받았을 때 카야는 소렌을 자신의 새로 포함시켜도 되겠다고 확신했다. 소렌은 마지막까지 독수리가 되지 못하겠지만, 카야는 소렌의 능력만은 인정했다.

 

 

"다빈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내용은?" 동전이 물었다.

 

 

"악셀이란 간사가 여왕과 공주에 대해 알게 됐답니다." 그 대답으로 손가락이 스타카토로 빠르게 움직이는 바람에 문장을 빠르게 이해하긴 힘들었다.

 

 

새로운 전개에 카야가 잠시 생각하는 동안 동전이 탁자 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딱 1초 동안이었다.

 

 

"의미없는 이야기다.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다빈에겐 증거가 없어."

 

 

"증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알바트로스가 대답했다. "다빈이 공주에게 전달했던, 왕실 봉인이 찍힌 편지를 악셀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동전이 딱 멈추었다. 갑옷 안에 갇힌 채로 카야는 자신이 이를 빠득거렸음을 깨달았다. 카야는 곧장 그 행동을 멈추고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게 놔둔 자신을 속으로 꾸중했다. 평소라면 이보다는 더 잘 통제할 수 있을 터였다.

 

 

거기다 평소 카야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거나 남들같이 어리석었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았다. 깃털이나 들이 자신을 실패하게 했을 때도 카야는 침착과 이성을 유지했으며, 손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감정을 절제했다. 하지만 그 때는 부하들이 지시를 따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지, 조심하라는 충고를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여왕과 공주는 서로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모두로부터 감추려고 애를 썼다. 재앙같은 대관식으로부터 몇달 후 여왕과 공주의 관계는 자매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 몇 달 하고 이 주 정도가 지난 후에 카야가 둘의 밀회를 눈치채버렸다.

 

 

카야는 여왕에게 비밀리에 알현하기를 요청했다. 여왕과 직접적으로 대면한지는 겨우 네 번째 될 때였을 것이다. 왕실 회의에서조차 카야는 얼굴이 많이 알려진 자신의 새 '수리'를 대신 보냈으며, 거의 모두가 '수리'를 독수리라고 믿었다. 오직 '깃털', '새', 그리고 여왕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카야는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놔두었다.

 


이는 카야가 여왕에게 그 어리석은 환상을 내려놓으라고 말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만약 여왕과 공주의 관계가 폭로된다면 왕실의 붕괴로 이어져 엘사 여왕과 안나 공주가 추방당할 것임이 분명한 것도 사실이나, 카야는 자신의 역할 역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게 더더욱 걱정이었다. 그래서 왕궁에서 벌어지는 자매의 사랑행각을 숨기는 게 첩보대장으로서의 의무였고, 누군가 사실을 밝히고 공공에 퍼뜨리게 된다면 그 결과로 자신의 조직망이 붕괴되리라는 것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자신의 새들이 서로의 존재를 깨닫게 될 것이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 폭로가 반란을 이끌어낼 것임이 분명했다. 새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카야는 새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걸 가지고 있다고 자신해왔지만 자신의 신원이 노출된 후의 허세는 부질없는 것이다. 모든 게 까발려진 첩보대장은 곧 시체로 발견될 게 분명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카야는 엘사 여왕에게 이성을 되찾고 공주와의 이루지 못할 관계는 끊으라고 요구해 온 것이다. 솔직히 카야는 여왕과 공주의 사랑이 근친상간이라는 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미 오랜 세월동안 왕실은 친척들과 떡방아를 찧어오지 않았는가) 왕국에다 자신까지 감수해야할 위험이 너무 커서 두 사람이 성 곳곳에다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이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순 없었던 것이다.

 

 

슬프게도, 평소에는 아주 지혜롭고 이성적이고 책임감 넘치는 여왕 엘사가, 싫은 소리를 들었을 때 모든 군주가 하던 짓을 저질렀다. 엘사가 첩보대장의 충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워해머마냥 휘둘러 카야에게 자신의 충성스런 시종으로서 자신의 비밀을 지키는 걸 도와달라고 강요한 것이다. 그 때 카야는 엘사에게 무슨 사고라도 나게 하는 걸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건 크나큰 비극임에 틀림없었고, 엘사가 자라는 걸 지켜봐 온 카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었지만 자신의 안보가 먼저였으니말이다. 여왕의 마법을 고려했을 때, 카야는 여왕을 제거할 수 있는 암살자나 독극물이 존재할 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방정식에서 안나 공주를 빼먹는 것도 물론 불가능했다. 그 젋은 아가씨는 이바가 독수리가 아니라 단지 새일 뿐이란 걸 몰랐으며, 안나 공주에게 카야가 맞선다면 안나보다 훨씬 강력한 언니가 등장할 터였다. 그래서, 코너에 몰린 카야는 두 자매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비밀에 부치는 데 선택권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험에 카야가 어마어마한 자원을 쏟아부어 소모했는데도 (지시를 따르지 못하도록 위협받은 깃털을 뽑아버려야 했던 일도 포함해서) 올라온 보고는 이따위였다. 투구 안에서 씩씩대고 탁자 위로 동전을 마구 굴려대며 탁자에 새겨진 나뭇결을 노려보았다.

 

 

소렌은 끈기있게 기다렸다. 맥주를 마셔대는 건 이미 그만두었다. 얼큰하게 취하면 기밀을 흘리기 시작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만 소렌이 제대로 배우기만 했어도 (카야는 소렌이 제대로 배웠다고 확신하지만) 카야가 손수 제작한 알약을 맥주에 몰래 넣어두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알약을 넣었더라면 알콜이 희석되어 취할 때까지 7리터는 거뜬하게 마실 수 있을 터였다.

 

 

마침내 카야는 탁자에 동전을 한번 더 두드렸다, 번뜩이는 두뇌 덕에 대책은 이미 마련되었다.

 

 

"알았다. 그게 전부인가?"

 

 

"더 이상 보고는 없습니다."

 

 

"좋다. 실패한 다빈은 강등시켜. 죽이지는 말고. 다빈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 하지만 다빈에게 처벌은 내려 둬. 또, 대사들이 마상 경기에 참가하러 오는 시기는 이 주 후가 아니라 삼 주 후다. 폭풍 때문에 연기되었으니까."

 

 

"알았습니다. 제 부하한테 거래소에 좀더 남아 있으라고 말해두겠습니다. 하지만 감시용 장비가 거기 생선 통에 담겨 있어서 그렇게 오래 기다린다면 장비가 손상될겁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난 결과만 받아. 내가 하던 것처럼 대처해. 독수리처럼 대책을 세우지는 못하는 건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카야는 소렌이 자극받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카야가 소렌을 아이 시절부터 가르쳐 왔기 때문에, 남들은 못한다 해도 카야는 소렌의 퓨즈가 언제 끊어지는지 짚어낼 수 있었다.

 

 

만족스럽게도 소렌은 통제하기 어렵게 되기 전에 빠르게 분노를 꺼뜨렸다. 알바트로스는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듯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다 처리할테니까요. 다른 지시는 없습니까?"

 

 

"없다. 그게 다야. 'Twofinger' 갱단의 상황에 생긴 변화는 일주일마다 나에게 보고해라. 너무 조용해서 불안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만남은 끝이 났다. 인사도, 배웅도 없이. 사소한 매너에 쓸 시간은 없었다. 해야할 일이 있었다.

 

 

동전을 벨트에 걸린 파우치에 넣으며 카야가 먼저 일어났다. 술에 취한 손님들을 밀치고 'Sinking Ship'에서 빠져나가면서 녹슨 갑옷과 갑주가 서로 긁히며 절꺽댔다. 소렌은 카야가 가르친 대로 카야가 떠날 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으며 나가는 걸 확인하지도 않았다. 카야가 가르친 대로라면 소렌은 사십 분은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소렌이 정말 독수리가 될 자질이 있었더라면, 소렌은 다른 임무를 하는데도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이십 분이면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카야는 소렌이 지금까지 그것들을 배웠기를 바랐다. (몇가지 현실과 속임수들도) 소렌이 언젠가 진짜로 독수리가 될 거라고 카야가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거리의 부랑아가 자라서 된 사내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고, 언젠가 새들이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카야의 뒤를 잇기 위해 서로를 죽이기 시작할 때, 소렌은 적어도 고결하게 죽었으면 하는 첩보대장의 바람 때문이었다.

















* 독수리(vulture)와 수리(eagle)에 관하여


내가 몰랐던 거라 첨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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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대개 독수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위 사진인데, 사실 위 사진은 엄연히 말해서 '독수리'는 아님. 수리(Eagle)라고 불러야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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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독수리(Vulture).

독수리에서 독(禿)자가 대머리라는 의미다.


다음 파트에 언급되겠지만, 독수리는 사냥 능력 없이 진짜 시체만 찾아다니는 청소부이고, 사냥하러 다니는 포식자는 수리임

자세한 내용은 직접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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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 번역이 좀 부실하다 ㅈㅅ


아직 절반도 채 안왔음
근데 엘산나 분량 없음죄
다음 파트에 엘사는 나온다

읽어줘서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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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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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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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8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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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8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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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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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4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8 0
1123575 오늘 유익한 악몽을 꿈 [2] ㅇㅇ(211.234) 05.29 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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