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하나만 그려 줘."

"뭐?"

"트로피 하나만 그려 줘."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눈을 비비고 보니 아주 어깨가 처진 이상한 꼬마가 나를 점잖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진은 그 당시에 그린건데 정말 '어'린 왕자보다 예쁘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여섯 살 때 어른들 때문에 화가가 되는 걸 그만 두고 벙커밖에 그려본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동그래진 눈으로 이 꼬마를 보았다 일반 관중은 올라 올 수 없는 것인데 꼬마는 기쁜 표정도 없고 감격한 모습도 없었다

"그런데 넌 거기서 뭘 하고 있니?"

아이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한듯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저 트로피 하나만 그려 줘."

사람은 아주 신비스러운 일을 당하면 저절로 따르게 되는 법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냇다.

그러나 나는 트로피의 모습은 본 적이 없어서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괜찮아. 트로피 하나만 그려줘."

나는 그림이라고는 그려 본 적 없기때문에 내가 그릴줄 아는 속이 안보이는 벙커를 그려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놀랍게도 이렇게 말했다.

"아니, 벙커속에 들어있는 마린 말고, 벙커는 너무 위험하고 마린은 너무 강해, 트로피 하나만 그려 줘."

그래서 나는 트로피를 그렷다. 꼬마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아냐, 이 트로피는 이미 망해버린 음악채널 트로피인걸."

나는 다시 그렷다.

"이건 롤밖에 안하는 방송사 트로피잖아 지금은 스투 중계도 안한다고."

나는 다시 그렸다.

"이 트로피는 2티어대회잖아, ㅆ1발년아 좆같앟네."

나는 서둘러 막차를 타야했기에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그려놓고 말햇다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하는 트로피는 이안에 있어."

그러자 뜻밖에도 소년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이건 내가 갖고 싶었던거야! 이 트로피는 어디다가 키스를 해야 할까?"

"왜?"

"트로피에 키스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그렇게 어린 윤수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