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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뷰>죄의식과 트라우마를 걷어내고 , 이제는 직진이다.(린산)

0000(116.39) 2017.09.03 10:00:02
조회 1831 추천 127 댓글 27

트라우마와 죄의식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돌덩이 하나쯤은 넣어 가지고 다닙니다.'

 그저 선머슴같던 여자아이의 흔한 특징인 듯 보였던 산이의 형편없는 요리 실력과 술사랑은 의외로 깊은 사연을 담고 있었다. 엄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모든 좋고 행복한 것들을 거부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벌하기로 결정한 아이의 깊은 슬픔이 담겨 있는 것이다. 슬프거나 괴로울 때 찾는 음식인 술 맛만 유일하게 제대로 아는 산이는 어머니의 당부 세가지 중 웃고 달리는 것은 할 수 있었지만 미워하지 말라는 것 만큼은 결코 지킬 수가 없었다. 맛난 거 맛나 하지 않고 좋은 사람 좋아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스스로를 벌한 그녀는 홀로 온전히 살아남았던 그 날이후 , 그 숲속, 그 시간속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 살아 본적이 없었다. 

 

 누구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문제였다. 트라우마란 과거의 상처가 너무도 커서 현재와 미래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과거의 그 한 순간으로 모든 시간을 수렴시킨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원이 전해지지 않는 마음때문에 고민하고 린이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방황할 때, 모두들 산의 입만 쳐다보던 그 애매한 시간동안,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었던 산은 사랑이냐, 우정이냐의 문제 이전에 먼저 자기 가슴 속,이 돌덩이를 치워야 한다는 자각을 분명이 하고 있었던 듯하다. 끝내야 시작할 수 있다고, 그래야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고 좋은 것 좋아하면서 사랑하며 살 수 있다고 누구보다 간절하게 그날의 사건이 끝을 맺기를 바랬다.

 

 그저 세 사람과 주변인물들을 엮는 것으로만 기능할 줄 알았던 성죽재 사건은 삼각관계의 종말을 위해서 그리고 산의 온전한 사랑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다시 등장한다. 사실, 성죽재 사건은 산이 뿐만 아니라, 원과 린 두사람에게도 상처였다. 원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느라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 린은 자신의 형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진상을 알리지 않았다는 죄책감으로 세사람 모두에게 뿌리깊은 죄의식으로 남아있었다.

 

 원,린,산의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 죄의식과 트라우마, 모두를 걷어내야 한다. 원이 어쩌다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린 성죽재 사건은 린과 원에게, 산을 향하는 길을 막고 서 있는 돌덩이들을 치워버릴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였다. 문제는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에 린의 형이, 린의 가문이, 린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원과 린의 입장은 안타깝게도 갈라진다.

 

딜레마 혹은 딜레마 아닌..

 

 원에게 성죽재 사건의 해결은 산의 치유와 린의 안전이 동전의 양면처럼 선택의 극단에 서 있었다. 그래서 원은 왕전이 아니라 그 뒤, 송인을 잡으려 했고 그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선택하는 일 자체를 유예하는 동안 원은 린이 왕전의 개입사실을 고백하려는 것도 가능한 피하려고 했고, 아예 거지커플의 증언 자체를 왜곡시켜 산이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했을 뿐더러 린이 알고 있던 진실까지 헷갈리도록 만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장의의 질문에 대답조차 어려워 할 만큼 원은 산과 린을 두고 딜레마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린에게 이 상황은 딜레마가 아니었다. 밤새 산을 끌고 다니며  오히려 산이 만류해야 할만큼 거침없이 증인들을 찾아 다녔던 린은 가문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산의 가슴 속 돌덩이만 생각했다. 송인의 무리를 잡겠다고 혼자 나서려 하는 산의 안위만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보다 이르게, 원성의 계략에 의해 린이 끌려가게 되면서 원의 딜레마는 이제 산의 딜레마가 된다. 


추국장, 드러나는 진심 

   

 " 그 아이가 왕린을 보는 눈을 봤습니다, 왕린이 그 아이를 보는 눈을 봤어요 "

 추국장에 증언을 위해 들어선 산은 차마 린을 보지 못한다. 오랜 세월 바래왔던 복수와 응징의 순간을 앞에 두고 모두가 산의 결정적인 한마디를 기다릴 때 비로소 산은 린을 돌아 본다. 그 순간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산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나는 괜찮으니 어서 마음 속 돌덩이를 치우라고. 다 끝내고 이제부턴 맛난 거 맛나하고 좋은 사람 좋아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라고. 격려와 위로 그리고 한 없는 사랑을 담은 눈빛을 보낸다. 

 바로 직전까지도 원과 각을 세워가며 복수를 다짐했던 산이지만 린이 와 주었던 그 따뜻하고 설레었던 구원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넘어지면 잡아주고 잡혀있으면 구하러 와주며 울면 기다려 주던 린은 그 순간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산에게 이 상황은 딜레마가 아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그날, 그 곳에서의 린과 산은 가문의 악연으로 고통받는 완벽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고통속에 아파하던 두 연인의 애절한 눈빛을 모두가 보았다. 원성도, 은영백도, 원마저도... 

 

 결국, 산은 복수 대신 린을 선택했지만 또한 용서 대신 이별을 택한다. 산은 차가웠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옆에 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언하고 린은 그 이별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용서받지 못하는것 보다 산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린에게 더 큰 형벌이라는 걸 산은 알기라도 했던걸까. 그러나 린에게서 돌아선 후 흘렸던, 시청자는 보지 못했던 그 서러운 눈물은  그 이별선언이 린뿐 아니라 복수를 포기한 자신에게도 내리는 형벌이라는 걸 보여준다.

 

은영백의 죽음 그리고 린의 각성

 

지독히도 아팠지만, 린과 산 사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어쨌든 사라졌다. 적어도 성죽재 사건에서의 왕전에 관한 진실은 드러났기에 산을 향하는 길에 남은 건 린의 마음 속 돌덩이다. 주군의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죄책감. 벗을 배신하고 있다는 미안함. 하지만 은영백의 죽음은 린의 각성을 부를 것이다. 죄책감보다 미안함보다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산의 안전이다. 산을 지키기 위해서 린은 모든 죄책감과 미안함을 걷어내고 오직 산을 향해, 산을 위해 나아 갈 것이다. 

 

돌덩이들은 이미 다 치웠다. 이제는 직진이다.

 

 




출처: 왕은 사랑한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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