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송 회전러라면 그리고 오늘 본 관객이라면
오늘 많은 횽들이 엘송이 어땠는지 기억하길 바랄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봐

작년 올 해 늘마를 위주로 보고있는데
가장 큰 차이가 안소니를 대하는 늘마가 아닐까 싶어

작년엔 이렇게 물고뜯고 하는 행동은 내 기억에 거의 없었어
근데 올 해 늘마는 온갖 희노애락을 안소니를 통해서 표현해
그 점이 너무 가슴아파

자신의 기분과 생각들을 입으로 말하고
눈으로 마주보고 교류 할 상대가 마이클에게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아마도 거의 없었겠지
태어날때부터 외로운 아이는 8살에 뭔가 달라질거란 희망을 품고 안소니란 아이를 만났어
그 매개체는 부모였지만 그저 그뿐.

세상에 안소니와 마이클밖에는 없었을거야
살아있는 생물은 아니지만 마이클에겐 안소니는
유일한 친구이자 부모이고
결국은 안소니는 자신이고
단순히,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애착인형이 아니라
안소니란 인형안에 자신의 세계가 다 들어있다고 느꼈어
그래서 더 사랑하고, 미우면 물어뜯고 화나면 잡아뜯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안소니를 꼭 껴안고
자기는 감추고 ...
늘마가 안소니의 귀를 잡고 눈물을 훔치는 것도
자신을 숨기는 것만 같고
안소니 코를 잡고 마치 자기가 코끼리인것 마냥
안소니안에 그냥 숨어버리는 행동을 보여줄때마다
도대체 마이클은 평생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준적이 있을까 싶었어
그게 로렌스였을까 아님 피터슨이였을까
둘 다 아니였을것 같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와 별개로 말이지,,,
누구보다 똑똑한 늘마지만
외롭고 고독해야만 한다고 스스로 느꼈을 아이

그래서 결말이 바뀌지 않는 꿈을 매일 꾸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아이에게
자유란 이미 정해져 있던 건 아닐까
사랑하지만 죽음이 더 간절한 아이
마지막까지 피터슨에게 안소니안에 숨어서 사랑을 얘기하는 마이클

스스로를 안소니안에 가둬두고 떠나는 마이클이 아프고
그래서 늘마의 안소니가 변해가는 게
참 좋았어(?)
커튼콜이 끝나고 늘 관객에게 안녕~~하 듯
앉아있는 안소니가 마이클 같았고(늘마는 작년에도 저렇게 앉혀놓고 갔었지ㅠㅠ)
코도 삐뚤어지고 색도 바래고 때도 타고,
형체도 예전처럼 빵빵하진 않지만
8살부터 함께한 안소니가
이제 저렇게 남아있구나 진짜로 가버렸구나 싶고
항상 덩그라니 남겨진 안소니를 보며 감정을 추스리곤 했는데

이제 진짜 얼마 없구나

작년의 늘마를 보면서도 드럽게 잘한다 생각하고
늘 외롭고 아프고 맨날 찐빵되고 그랬는데
올해 생각지도 못하게 돌아온 늘마는
잘한다 못한다 이런생각조차 안들게
등장부터 마이클로 서있었어
그냥 따라가게 만드는

그리고 앵콜부터 지금의 재연까지 늘마의 모습 중
가장 좋은 지점은 커튼콜의 마지막까지 마이클로 있다는 것
항상 안소니와 함께 인사하고
안소니에게 마지막 애정을 듬뿍 전하고
천천히 고갤 들고 어깨를 피고
암전 직전에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짓는 늘마 ㅠㅠ
늘마는 언제나 진심으로 좋았다
오히려 남겨진 이들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거든

이제 세번이다
매일 붕어가 되어 나오겠지
그래서 좋고 아쉽고 그렇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