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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럽라후기) 몇몇 갤러들이 원하는 도경 시점이야

럽라덬(118.37) 2018.02.11 10:00:02
조회 1940 추천 74 댓글 19





주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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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안. 그 이름 세 글자만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나의 일상은 그 누구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모두가 원하는 지위에 올라왔고, 모두가 탐내는 뒷 배경을 지니며 살아왔다. 




꿈 같은 거 없어도 충분히 꿈결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고, 먼 훗날에 내가 가지고 싶어할 모든 것들까지 내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저 멀리 맥주 몇 캔에 취해 엎어져 있는, 저 여자.


저 여자가 자꾸 내 모든 것에 대한 혼란을 주고,


 마치 자신이 그에 대한 답을 지니고 있다는 듯이 홀려댄다.




“서지안 사원!”


저 여자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온갖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간다. 



여자가,


처음 내 차를 긁고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을 짓는다. 한 걸음.


죽어도 돈을 받지 않겠다며 독기를 뿜어낸다. 두 걸음.


정원에서 마주치자 얼빠진 표정으로 서있다. 세 걸음.


어느 순간부터 모두를 따돌리고 미친 듯이 일만한다. 네 걸음. 


동공이 흔들리는 채로 나는 은석이가 아니에요. 토하듯이 내 뱉는다. 다섯 걸음.




 저 부서질 듯한 독기, 그리고 연약함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왜 이런 쓰라린 기억들만 떠오르는 건지. 온통 저 여자를 보내줄 수 없는 이유들뿐이다.




“서지안 사원”


내가 한 번 더 부르자.



술에 취했는지 약간 꼬부라진 목소리로 칭얼댄다. 


평소의 냉기와 불안함이 가득 흐르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애교가 가득 들어가 있다. 


도대체 스스로를 얼마나 봉인하며 살아온건지.



아니 어쩌면 강하게 봉인된 건 저 여자를 사랑하는 내 마음일지도. 



 아이같은 눈 깜박임, 취해서 발그레진 볼가, 오물거리는 입술. 심지어 까진 무릎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나로 하여금 그녀를 미친 듯이 갈망하게 만든다. 


 눈, 볼, 입술. 무릎에 차례로 입 맞추고 싶어지게 만든다. 


  단순한 욕정이라고 하기엔 이 감정이 너무도 강렬하고 아프다.




그녀와 나 사이에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간다.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는데 하는 말 한 마디 마디가 내 심장을 찌른다.


도저히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너란 사람은.




“저 잘했죠?”


“저 잘했다고 전해주세요...”




(나 지금 너무 무서워요. 이젠 좀 괜찮아질까요?)




당장 저 침이 가득 고인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저 여자가 원하는 대답만 골라 무심히 내뱉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말 한마디를 머금고 가까이 다가간다.


이번엔 여자를 사랑하게 된 순간들을 걸음, 걸음에 담는다.




여자가,


맥주 몇 캔을 시원하게 들이키며 나의 꿈을 물어본다. 한 걸음.


얼굴에 검댕이를 묻힌 채 태양보다 눈부시게 웃는다. 두 걸음.




무릎까지 끓고 보니 조막만한 두상이 손이 닿을 거리에 놓여진다.


가방을 꼭 움켜쥐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할게, 오늘 너 정말 잘했다고 너무 고생 많았다고,


 오늘만 아니라 오늘까지 너무 잘했고 정말 고생 많았어.



서지안” 아껴둔 뒷마디를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정말요?” 여자가 고개를 든다. 캄캄한 어둠 속에 내려진 동아줄을 바라보는 간절한 눈빛, 혹은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는 듯 아리송한 눈빛. 둘 중 어느 쪽을 암시하는 걸까. 



나는 확신을 주기 위해 조용히 끄덕인다.



이어진 짧은 침묵을 옹알거림이 깨고 들어온다.   



“맞아요, 오늘 난 지인짜 잘했어요.” 



여자가 한 번도 본적 없는 맑고 순진한 표정을 짓는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잘했어”


최대한 목소리의 떨림이 들리지 않도록 숨죽여 말한다. 


아마 지금 내 동공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겠지. 


차라리 이럴 때면 여자가 술에 취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엄청 잘했죠?”


여자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앙탈부리듯이 보챈다. 


고욕이다. 애달픈 내 마음은 하나도 읽지 못 하는구나



당장이라도 손이 그녀를 만지고 싶어서 움찔거린다.


도저히 주체할 수 없어 머리를 쓰다듬고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너무 잘했어” 목소리도 최대한 부드럽게, 감미롭게. 


지금 내 마음 속 불쑥 튀어 오르는 감정들을 짓누르고 있다.


감정의 원인도 형체도 알 수가 없다.



이게 동정인지 단순한 욕정인지 아니면 지독한 사랑인지. 


 

그 셋 중 어느 것이든지, 아니 그 셋 모든 감정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이더라도 이미 우리 관계는 내일이 없어.


모레도 없어. 


영원히 존재할 수 없어. 


그냥 나는 저 여자의 인생에 잠시 스쳐지나갔던 인연이여야만 해  


 

여자가 내 부드러운 미소 끝에 매달린 떫은 감정을 읽었나보다. 



 절대 잊을 수 없을 그 강인하고도 연약한 눈빛. 


나를 속속들이 흝는 것 같다가도 금세 자취를 감추는 모호한 눈빛. 


사람 미치게 하는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이전의 천진난만함이 모습을 감추고 평소의 서지안으로 돌아왔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지금은 진짜 오빠같다. 오빠였을 때 참 좋았는데 


이제 닷새 뒤면 끝이네요. 그날은 인사 못할 것 같으니까 지금 할게요. 


미안했어요. 고마웠어요. 잘 지내세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짙은 눈물이 흐른다. 나까지 젖는 것만 같다. 


눈물이 주룩 흐른다. 여자의 말 때문이 아니다. 눈빛 때문이다. 늘 언제나 모호했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사랑해서 더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알게 된 진심이 내 가슴을 찢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말간 여자의 얼굴에는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지금 내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마치 거울을 보듯이 여자의 표정에서 내 모든 것이 읽힌다.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얼마나 나를 내려놓았는지.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다시는.”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다. 



제발 이루어지지 않기를. 멈출 수 없는 나의 사랑이 보낼 수 없으니까. 


 

여자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픈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상황에서조차 예뻐서 죽을 것 같다. 


눈물에 젖은 얼굴이,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길 잃은 강아지처럼 처연한 눈빛이, 



그리고 늘 갖고 싶었던 입술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이끌리듯이 키스한다. 여자가 순순히 응해준다. 이후의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입맞춤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




 그러니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꿈을 지금 꾸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내일이면 완전히 잊혀질 꿈.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꿈.   


그냥 꿈. 



출처: 황금빛 내인생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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