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 날씨가 추워서 오늘은 닭쪼가리 말고 사람다운 음식이 먹고싶더라

문득 생각난건 찬장 속 쳐박혀있던 이번 여름휴가때 사온 푸팟퐁커리 소스

저녁메뉴는 푸팟퐁커리로 정하고 오다가 장을 봐 왔다.

재료는 존나 간단하다. 대파, 양파, 부추, 다진마늘, 청양고추, 우유, 로보 푸팟퐁커리 소스, *그리고 계란

사실 이게 있어야 10분만에 음식이 된다.
방콕갔을 때 쇼핑몰 푸드코트 돌아다니다가 왕창 사왔는데, 하나에 한국돈으로 1300원정도 했던것같다

뒷면엔 친절하게 영어로 조리법이 써 있다.

우리네 카레 만드는 방법이랑 똑같네.

근데 저 Chinese Celery가 미나리인지 고수인지 모르겠다. 미나리던 고수던 둘 다 내 취향은 아니니 그냥 빼자.

청양고추는 씨 제거해서 다지고, 나머지는 적당히 썬다. 사실 이걸로 준비 끝임.

아까 그 카레의 내용물이다. 생긴건 피똥같은데 냄새는 존나 향긋하다. 그대로 밥에 비벼먹고싶어져.

푸팟퐁커리에 게 들어가는거 다 알지?
애석하게도 나는 돈이 없어서 게가 아니라 크레미 썼다. 돈이 있다면 게를 사 넣어라.

어차피 이따 볶으면 게살 다 으깨지니까 수고롭게 손으로 찢어넣는 헛짓은 하지 말자.

나는 밥하다가도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집어 먹는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데 이런 씨발 아침에 부쳐먹은 후라이가 집에 있던 마지막 계란이었던 걸 왜 잊었을까.
소스에 계란 풀어서 섞어야 되는데... 없으면 카레 존나 묽어진다

계란을 사러 다시 슈퍼에 가자.

노팬티라 고추 존나 시원했다.

아까 그 소스에 계란과 물 약간을 풀어넣어준다. 물은 한 컵 정도. 벌써 영롱하네

팬에 기름 두르고 다진마늘과 청양고추 먼저 볶아 준다.

준비된 나머지 재료들 다 때려박고 볶는다.

내가 말한대로 크레미는 이 과정에서 다 부서지는데 잠시 후 니가 먹고싶은게 개죽이 아니라면
손으로 찢어넣지 말던가 크레미를 조금 늦게 넣던가 해라.

중불에 볶으면서 후추 좀 뿌려주고 기다리자.

준비된 양념도 때려박는다. 계란이 풀려있어서 넣자마자 부풀어 오를텐데
뭉치지 않게 몽글몽글 잘 저어주자.

소스 넣은 후 우유를 넣고 조금 끓이다가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해주면 완성.

배고팠던지라 플레이팅 샷은 없다. 맛있게 잘 먹었다.

맛있지만 솔직히 밖에서 사먹던 거 하곤 짜파게티와 중국집 간짜장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일단 게가 들어가지 않았다. 게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향이 카레의 향과 어우러져야 하는데,
카레 자체에 입혀진 게 향으론 아무래도 부족하다.

태국에서도 가게마다 달랐지만 게를 살짝 튀겨서 soft shell로 요리한 곳이 있었는데, 굳이 크레미로 정성을 들인다면
크레미도 한번 살짝 튀겨서 넣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코코넛밀크가 아닌 일반 우유를 쓴 점, 코코넛밀크가 있다면 꼭 코코넛밀크 써라. 맛이 많이 달라진다.

다음에는 chinese celery의 정체를 밝혀서 미나리인지 고수인지도 넣어봐야겠다.

소스 어디서 사냐고 묻지 마라. 난 직접 사왔다. 방콕 시암쪽 왠만한 쇼핑몰들엔 다 있더라.

여튼 저녁 잘 먹었다. 내일 저녁엔 열라면 끓여먹으련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