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은 어제 공연이 자첫이었음
동규가 밀정이라는 것과 결말은 알고 갔어
자첫이라 놓친 부분은 좀 있을 것 같은데
후기라기보단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쭉 정리해놓고 싶어서 쓰는 글ㅇㅇ

지동규 마늘팔도 홍나팔 찬민혜란 뉴청천

- 지동규
사실 밀정이란 걸 알고 보니까 초반에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야.
처음부터 학교의 위치, 참여한 자들의 이름 다 적을 정도로 밀정의 역할에 충실해 보였어.
그런데 또 친구들과 함께 이곳이 신흥무관학교다~ 노래를 부를 땐 밀정 그게 뭐야 싶을 정도로 밝고 적극적인거야.
편지를 쓸 때도 팔도가 자꾸 끼어들잖아,
밀정으로서 보내는 편진데 옆에서 그렇게 관심보이면 불편해하고 피할 것 같은데 그때도 팔도 장난을 다 받아줘.
물론 종이를 찢기도 하고, 몇번 털어놓으려고 하고 그런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서 쟤는 밀정이면서 친구들을 대할 때 왜 이렇게 불편해하는 게 없는 것 같지... 혼자만의 고민에 잠깐 빠짐.

오히려 나중에 동규가 사실은 밀정이고, 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밝혀지고 난 이후는 더 편하게 볼 수 있었어.
친구들에 대한 자책, 밀정과 신흥무관학교 학생이란 두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 잘 보여서 후반부의 감정선은 좋았음.
차라리 밀정인 걸 모르고 봤으면 전과 후의 감정 변화가 커서 오히려 반전인 게 더 잘 다가왔을 수도?

특히 동규의 결말을 \'불꽃놀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참 좋았음.
금란보를 쓸 때 생일을 모르는 팔도에게 동규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묻잖아.
팔도가 불꽃놀이처럼 꽃이 팡팡 터지는 봄을 좋아한다고 대답하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팔도를 만나고, 고민하고, 변화하게 되었다는 게 잘 표현되어서 좋았던 것 같아.


- 마늘팔도
아무것도 모르는 마냥 해맑은 아이에서 신흥무관학교와 친구들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이 가장 뚜렷한 캐릭터라고 생각해.
동규의 시에 관심이 많았지만 몰래 주운 종이를 읽지 못 하고 궁금해만 하던 초반부터 동규가 밀정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이제 그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된 후반까지... 그래서 \'사랑하는 친구들, 예쁘다\'란 문장을 읽었을 때 넘 슬펐음.
그리고 동규와 주고받는 감정 뿐만 아니라 교관님과 서사가 쌓여서 팔도의 결말이 더 설득력있었던 것 같아.
첫 칭찬, 목도리나 호루라기...
그래서 개인적으로 극 전체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팔도의 마지막임.
지붕 위에서의 연기 진짜 섬세하고 좋더라.


자첫인데도 동규 팔도 합이 좋다는 건 확실히 보였음
먼저 툭 하고 던지면 옆에서 탁 하고 잘 받아치는 느낌
관객 반응보면 애드립도 많은 것 같았는데
근데 처음 본 거라 이거 애드립인가? 짐작만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다는 게 함정...


- 홍나팔
우선 피지컬이 좋아서 지붕 위에서나 선봉에서 나팔불 때 확 주목되는 느낌이 살아서 좋았음
동규팔도랑 셋이 있을 때 진짜 친구같고.
그런데 머리 자르기 전에 나는 나팔수가 일부러 은옥이한테 나팔을 쥐어준 거라고 봤거든, 총을 안 잡았으면 하는 마음에.
홍범도부대 찾아갔을 때 바로 돌아가라고 한 것도 그렇고.
근데 신흥 출신인거 밝히자마자 환영하길래 내가 첨부터 잘못 이해한건가... 이 부분은 좀 헷갈림ㅠㅠ


- 찬민혜란
목소리도 진짜 낭랑하고 예뻐.
나팔에 대한 마음은 물론이고 동규팔도를 대할 때나 마적단에게 잡혀간 학생들 구하러 가는 장면 등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또렷하게 내보이는 강단있는 모습이 좋았음


신흥의 장점 중 하나가 여캐를 주체적으로 썼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나팔 혜란 둘 다 앞서서 싸우다가 마지막을 맞잖아.
그런데 주요캐릭터인 나팔 혜란 뿐만 아니라
이은숙부인이 이회영을 따라가지 않고 이 곳에 남아 내가 할 일 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여자독립선언서나 검무추는 여앙들도 다 넘 멋있었음


- 뉴청천
정적인 장면보다 몸을 많이 쓰고나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던데 안정적이어서 듣기 좋았음
빼앗긴 봄에서 포효하듯이? 부르는 것도 당시 지청천이 겪고 있는 상황에 잘 어울렸고
특히 피날레에 엄청 감정 격해져서 울듯이 노래 부르던 게 기억에 남음


아 그리고 가난한 유서 너무 벅차고 좋음 교관님ㅠㅠ
히보 이후에 오랜만에 봤는데 이미지가 많이 달라져서 신기했어
하긴 역할도 역할이고 히보가 워낙 옛날이긴 하지만ㅋㅋㅋㅋㅋ

치킨홀 한밤개 이후에 오랜만에 갔는데
그땐 딱 중앙에 앉아서 몰랐는데
중앙 왼블 통로였는데도 조금 사이드같단 생각이 들었음 앞쪽이라 그런가
배우들이 왼 오 양쪽에서 나와서 연기하는 부분이 꽤 있는데 왼쪽에 있는 배우 보기엔 참 좋았거든
근데 그래서 오른쪽에는 시선이 잘 안 갔음
그래서 놓친 게 있을 수도...

어쨌든 사고기사 본 후 자첫이라 좀 걱정했는데
다들 컨디션 괜찮아보여서 좋았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