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티원의 연습이 모두 끝난 밤, 마지막까지 연습실에 남아있던 동호가 아무도 없다는걸 확인하고 다시 조용히 컴퓨터를 켰다. 은밀하고 위대하게 그가 연 사이트는 다름아닌 다음팟이었다. 불안함의 증거인듯 손톱을 딱딱 깨물면서 그는 라이브 채널을 들어갔다.
그 애가 대한민국, 넘어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잠정은퇴를 하고 MEKA 부대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하루종일 신나서 날뛰었었다. 드디어 나도 우승이 생기는거야! 그 애의 후광에 묻히는것도 이젠 작별이라고! 라면서 이 기쁨을 온세상에 포효했다.
망할 기집애. 토끼는 개뿔이, 여우같은 기집애. 내 우승을 가로채간 것도 몇번인데 나는 왜 걔를 걱정해서 이 난리인거야? 어떻게 사나 걱정되어서 전화를 해보면 항상 전투에 투입되어 바쁘다고 끊어버리는게 일상이었다. 미운 정인지 뭔지. 동호는 단연코 가장 높은 시청자 수를 자랑하는 방송의 제목을 보고는 맥이 빠져 그대로 키보드 위로 늘어져버렸다.

'생) 송하나 MEKA 실전 스트리밍'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D.Va! 대한민국을, 세계를 지키는 디바 송하나에요!


이곳은 전쟁통이다.
MEKA 내부의 개인캠을 킨 하나는 오늘도 방을 열자마자 꽉 찬 시청자 수를 보고 하르가즘에 빠졌다.
크으으으으 나란 여자 이런 여자. 캠을 보고 윙크 한번만 했을뿐인데 팟풍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오늘은 감독님이 살살 하라고 해서 너무 위험하게 싸우지는 않을게요! 팟수님들 모두 감사해요~그럼 제대로 시작할게요! 게임이라면 당연히 이겨야죠!
"걱정을 한 내가 병신이지....."


머리를 짚은 동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긴, 그녀에게 일상이란 반드시 이길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옴닉들 사이에서도 절대 물러서는 법도 없고 언제나 승리를 쟁취해내는 그녀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동호는 여러 감정이 섞인 복잡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넌 뭘 해도 잘 살겠지. 그리 생각한 그가 마우스를 '후원하기' 버튼으로 가져갔다.


-어...


모니터 속 그녀의 두 눈이 커졌다. 아주 잠깐 멈칫했을 뿐이고 곧 다시 전투에 집중했기에 그걸 눈치챈 사람은 얼마 없었지만 아마도 한 사람은 알았을 것이다.


-'네 트로피 내꺼'님 후원 고마워....요!






ㅡ
로맨스 안 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