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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갤문학] 솔키문학 - 11

ㅂㄷㅂㄷ(218.101) 2015.11.08 10:00:04
조회 678 추천 18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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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차는 민철의 집앞에 도착했다. 차를 세워둔 채 코치는 말을 이어갔다.


“전 후회해요. 민철이가 그렇게 울고 있었을 때, 내가 뭘 잘못한 거냐고 물었을 때, 넌 정말 용기 있는 말과 행동을 한 거라고, 그러니까 넌 당당한 프로게이머로 남아도 괜찮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그렇게 말해줬어야 했는데... 그때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저도 알지 못했죠.”


“......”


“그래서 민철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애가 다 놔버리고 도망친 걸까 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걱정했는데...”


“생명이 위험할 때나 도망치는 거지.”


소울키의 심드렁한 말에 코치는 소울키가 민철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김민철은 어느날 갑자기 저그진영에 떨어졌고, 그건 도망친 건 아니야. 설사 도망쳤다고 해도, 김민철이 겪은 일은 충분히 생명의 위협이었다고 생각해.”


이해 못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코치였으나 오히려 민철을 감싸주는 소울키였다. 코치가 의외라는 듯 쳐다보자 소울키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도 반은 테란이야 코치.”


소울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와 달리 민철은 약했고 반면 민철을 끌고간 그들은 강했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었을 터이다. 그럼에도 민철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의를 택했다. 마냥 유약한 테란인줄 알았다. 대단하네, 김민철.


“나중에 돌아오면 코치가 생각했던 말들, 해줘.”


“네, 넵;; 그럼 피곤하실텐데 어서 집에 가시죠.” 


소울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문을 열었다. 그때 아참, 하며 코치가 소울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참, 어머님께서 밥 먹으러 오라고 그러셨는데...”


소울키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언제?”


매니저면서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아아아... 코치는 약간 몸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내일이요.”






아파서 못 간다고 말하려는 코치를 말리고(결승전 직관 후 몸살로 앓아누운 거라면 저질체력을 가진 민철로서는 꽤 타당한 이유였음에도) 소울키가 굳이 본가로 간 이유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빨리 해치우고 연습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오기 전에 젓가락질을 약간 연습하긴 했지만 역시 불편했다. 보통 사람보다 악력이 센 소울키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힘을 빼고 막대기 두 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걸줄이야. 옆에 앉은 코치는 코치대로 소울키가 식사하는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느라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따금 가족들이 말까지 건네니 더더욱.. 코치도 민철의 가족들과 인사나 몇 번 했을 뿐 식사를 같이 해보긴 처음이었다. 


“무슨 일 있어?”


아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


“표정이 안 좋아서.”


“아니, 괜찮아.”


하마터면 집중하는 데 말시키지 마, 라고 말할뻔했다. 대체 테란들은 왜 이리도 어렵게 밥을 먹나. 이노베이션도 이 도구 이용해서 잘 먹던데 그때 배워놓을 걸 그랬나.


그 어떤 불리한 전장에서도 인내하던 소울키가 고작 쇠막대기 두 개 때문에 부들부들거리고 있을 때 어머니가 반찬 하나를 집어 아들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많이 먹어.”


잠깐 멈칫했지만 소울키는 곧 말없이 받아먹었다. 다른 반찬이 밥 위에 또 올라왔다. 또 말없이 꼭꼭 씹어먹었다. 소울키가 맛있다고 한 마디 하자 어머니가 이것도 먹어보라며 또 다른 반찬을 집어줬다. 덕분에 젓가락질 몇 번 하지 않고서도 밥 한 그릇을 무사히 비울 수 있었다.


“밥 더 줄까?”


더 먹고 싶은데... 소울키는 코치를 힐끔 쳐다봤다. 안 돼요 안 돼. 코치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끄응.. 소울키는 숟가락을 내려놨다.


“아니, 배불러. 잘 먹었습니다.”


소울키는 코치가 가르쳐준대로 식사를 마친 후 인사까지 공손히 했다.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먹으며 민철의 가족들과 대화를 조금 더 나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코치가 거의 다 했고 소울키는 과일 먹는 데 집중하느라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했다. 대화가 길어지면 곤란해질 것이 뻔하므로 코치가 이만 가봐야겠다며 이야기를 정리했다.


“코치님 잠시 이야기 좀...”


학부모 상담의 시간인가.. 밖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며 소울키를 내보내고 어머니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도 다들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에는 어머니와 코치만 남았다. 


“코치님,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우리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죠?”


질문임에도 내려가는 말끝은 확신을 담고 있었고 코치는 속으로 역시.. 했다. 어머니를 속이는 건 역시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둘러대야만 했다.


“요즘 애가 마음이 좀 복잡해서 그렇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그런 게 아닌 거 같아요... 애가.. 그.. 한동안 사라졌던 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너무 다른 사람 같지 않아요?” 


“......”


“밥 먹는 것만 봐도.. 골고루 이것저것 잘 먹는 애가 아닌데... 맛있다는 말, 잘 먹었다는 말 절대 안 하는 애예요.”


민철이 너 식사예절은 어디에 갖다버린 거냐.. 코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머님, 제가 약속드릴게요. 민철이는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 생겨서, 뭔가 변했다고 해도 민철이는 그냥 민철이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밥 잘 먹는 건 사실 좋은 변화잖아요?”


민철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한 코치의 말은 코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소울키의 말대로 민철이는 괜찮겠지. 괜찮다고 믿어야지. 조만간 멀쩡하게 돌아올 거라고.


“너무 오래 붙들었네요. 저, 말 좀 전해주세요, ...우리 민철이한테.”

 





“왜 이렇게 늦었어?”


밖으로 나가니 소울키가 땅바닥을 툭툭 차며 코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게요.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나 뭐 실수했어? 뭐라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내심 긴장한 건 사실이라 소울키가 물었다. 하, 저도 반은 테란이건만 테란이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인 것이다. 의외의 모습에 코치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주 좀 오라고, 맛있는 거 많이 해주신다고 그러시던데요. 잘 먹어서 좋았다구요.”


“그래? 밥 맛있었어. 아, 그게 젤 맛있더라. 동그랗게 생긴 거.”


“동그랗게? 동그랑땡이요?”


“이름이 그게 뭐야. 여튼 그게 제일 좋았어.”


“다음에 또 가면 미리 말씀드릴까요? 동그랑땡 해달라고.”


“그래, 다음에 또 가게 되면 말이지.”


민철의 집을 잠시 빤히 쳐다보던 소울키는 이내 주차된 차 쪽으로 돌아섰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나한테 다음이라는 게 있을까. 






출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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