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20세기의 마술피리

4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26 18:09:01
조회 5367 추천 15 댓글 14

1. 1990년 노링턴


또 나왔다, 공포의 시대연주! 사실 이 연주와 쿠프만 사이에 외스트만의 DVD가 있긴 한데 그건 안 들어봤어요. 정확히 말하면 유튜브에 샘플이 있었는데 그거 듣고 딱히 관심이 없어서 걸렀달까?

그래도 쿠프만만큼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가수들도 쿠프만처럼 극단적인 바로크 발성은 아니고... 물론 연주가 개빠르고 반주가 얄팍하긴 하지만 그건 시대연주의 특징이지 단점은 아니니까... 물론 그래도 생소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첫 번째로 밤의 여왕이 등장하기 전에 뭔가 이상한 화음이 난다든지, 열심히 쳐먹는 파파게노한테 타미노가 부는 피리 주제는 Wie stark ist nicht dein Zauberton이 아닌 시련의 음악... 어째서일까?


롤프-존슨은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냥저냥 듣기로 하겠습니다. 이 정도 시절이 되면 이 정도 수준의 테너는 황송해하면서 들어야 합니다. 슈미츠의 파파게노는 꽤 좋지만 다소 감정결여. 업쇼의 파미나는 무난합니다. 하우프트만의 자라스트로는 좀 구립니다.

비벌리 호크의 밤의 여왕은 O zittre nicht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Der hölle rache는 왜 이렇게 이상하지... 하지만 역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겠습니다.


음, 이 정도면 스테레오 시대에 박한 제 입장에서 엄청나게 칭찬한 셈인데... 도대체 스테레오 시대에 무난하거나 괜찮게라도 해 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이 연주를 추천합니다. 비록 이 연주가 가장 훌륭한 시대연주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스튜디오 음반입니다.



2. 1990년 솔티


캬 20여 년 전의 연주 신명나게 깠는데 또 등장한 거 보소... 이번엔 전처럼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안 까도 됨. 이전보다 훨씬 연해져서 듣기 편해졌지만 솔티의 무성의함은 천성이기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예컨대 Tamino mein!에서 둘이 서로를 부른 뒤에 나오는 반주는 눈물이 왈칵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데 솔티는 이런 곳은 그저 시련의 장면에서 피리 불기 전에 적당히 입터는 장면일테니 그냥 휙휙 간다. 솔티 구반과 비교해보아도 이 부분은 거의 같은 해석이므로 20여 년 동안 참 한결같은 분이라는 의미에서 나름 존경스럽기까지... 그래도 어쨌든 솔티치고 꽤 잘한 연주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음. 가수들은 훨씬 더 구려졌음. 타미노는 잡배중에서 적당히 목소리 나오는 사람 뽑은 것 같고 파파게노 목소리 왜 이렇게 부담스럽냐... Why so serious?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자랑스러운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의 밤의 여왕은 그루베로바에겐 안 되죠. 아 물론 저는 아리아 그런 거 관심도 없어요. 물론 아리아도 그루베로바가 더 잘 부른 것 같지만 그냥 아리아는 조수미가 더 잘 불렀다고 말하는 게 어떤 분들에게 위안을 준다면 굳이 못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보다 단역이라 비중 적지만 대사치는 느낌이 중요한 거죠... 모노스타토스가 Alles fühlt der Liebe Freuden 끝난 뒤에 밤의 여왕이 외치는 Zurück!이 왜 이렇게 장난같이 들리나... 파미나와 나누는 대화는 완전히 모녀관계가 바뀐 모양새.



3. 1991년 솔티


내가 솔티에게 돈을 떼먹힌 것도 아닌데 세 번이나 그를 저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엔 적당히 쓰고 싶다. 

나는 변명할 수 없는 솔티까이기 때문에 그의 연주에 대해 실제보다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 연주가 왜 좋지 못한 연주인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사실 모두 헛된 것일 뿐. 정말 이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91년도의 솔티는 69년의 단점도 크게 보이고 90년의 단점도 크게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그 둘보다 더 편하게 들린다. 물론 내가 스튜디오보다 실황을 훨씬 더 선호하는 기질도 있고 이 연주가 음질상으로 건조하고 깔끔해서 다소 내 취향에 맞지 않기에 오히려 뇌내보정이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해석상으로 아 싫다 싶은 곳은 이전 연주들에 비해 매우 적었다.


샤링거의 파파게노가 자살 장면에서 다소 딱딱하기에 그다지 맘에 안 들었지만 당시 그보다 파파게노를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음을 알고 있다. 이런 샤링거를 비롯한 남성진에 비해 여성진들은 많이 떨어진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많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떨어지긴 떨어진다. 하지만 가장 떨어지는 것은 솔티의 첼레스타 연주. 이건 아무런 편견 없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가 울리는 마술종은 세상의 모든 마술피리 연주 중 가장 나쁘다.



4. 1991년 레바인


어시발 78년 하이팅크랑 무대가 똑같네... 했는데 그냥 뒷면에 그렇게 써졌다. Original Production : John Cox라 써 있는데 이 사람이 78년 하이팅크 때의 연출가.

캐슬린 배틀이 파미나를 맡았는데 음반이면 몰라도 영상물에서 버젓이 흑누나가 파미나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모노스타토스가 흰 그대에게 반하겠다고 했는데 안 희니까 ㅋㅋㅋ 물론 이제 대사를 곧이곧대로 연출에 반영하는 공연은 별로 없겠지만 메트 오페라는 그런 고지식한 공연장인데 이 괴리감은 ㅎㅎ


레바인의 연주는 재밌고 당당하지만 신비하지는 않다. Wie stark ist nicht dein Zauberton은 동물에게 설교하는 성 안토니우스를 연상시키는 대목인데 여기에서는 그냥 동물끼리 헛짓거리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타미노를 서커스 조련사로 전락시켰다. 근데 우린 원래 그럴 줄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 90년대의 레바인은 똘끼를 지방으로 바꿨죠.

영상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연주나 들읍시다. 아라이자의 타미노야 뭐 항상 비슷하고... 밤의 여왕을 부른 세라는 앞서 솔티의 실황에서도 나온 바 있고 콜린 데이비스의 정규반에서도 불렀다. 세라 좋은 소프라노죠. 이탈리아인인 게 문제지. 파파게노를 부른 헴은 동네 바보 형 느낌이다. 전혀 재미없음. 몰의 자라스트로야 항상 최선이었지만 90년대에는 조금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은 난다. 소리가 조금 먹는 기분.


배틀은 인종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가 독일 곡을 부른 때는 거의 대부분 레바인과 겸사겸사 부르는 경우였고 이 연주도 그런 상황. 딕션뿐만 아니라 별로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녀는 일전에 소개한 78년 롬바르드에서도 나오긴 했는데 파파게나로 나왔고 그건 꽤 괜찮았지만 파파게나와 파미나의 감정선은 하늘과 땅차이죠... 파미나는 적당히 옹알거리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파파파파파파파파 해주면 되는 파파게나가 아닌 것을 배틀은 정녕 몰랐던 것일까. 밤의 여왕과 나누는 대화는 뭔가 세상 신기한 어린애가 초롱초롱하게 조르는 느낌. 시련을 앞두고 마술피리의 제작과정에 대해 속삭이는 장면은 세상의 모든 고통 받는 타미노에게 건네는 위안이다. 하지만 배틀은 행동은 무슨 엑스칼리버를 손에 쥔 아서왕처럼 구는데 목소리는 애들 혼내는 교생 선생님 느낌이라 아무것도 제대로 맞아 돌아가지 않음.


그리고 이것도 83년 자발리쉬처럼 Soll ich dich, Teurer를 2막 첫 아리아로 시작한다.



5. 1991년 맥케라스


듣기 전엔 제리 해들리란 처음 들어보는 테너의 타미노가 가장 걱정이었지만 막상 들으니 이 사람이 그나마 가장 나은 연주... 이 사람 분명히 분덜리히가 롤모델인 듯... 분덜리히가 쓰던 많은 수법을 쓰고 있다. 비록 가창력과 딕션이 따라주지 않아 치기어린 애송이 정도로 끝나는 것이 눈물겨운 아쉬움을 남기지만 어쨌든 뭔가 감회에 잠겨서 너무 좋았음.

토마스 알렌을 좋아하지만 그의 파파게노는 그가 성취를 다 못 낸 역인 것 같다. 분명히 나쁘지는 않은데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해서 드립들은 모두 박제된 기분이고 스튜디오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어색함은 심하다. 헨드릭스의 파미나는 배틀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딕션은 배틀보다 더 구린 것 같다. 경쾌한 비브라토로 내내 들떠있는 기분이라 매우 짜증남. 흑누님들의 특징인가? 나는 옛날에는 그리스트가 파미나를 불러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그 생각을 접음. 절대 안 됨...

솔직히 거를 수준의 파미나였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생각을 완전히 굳히게 된 때가 Tamino mein!이어서 그냥 남은 20여분 마저 들음. 따라서 거를 사람이 있음에도 완청한 두 번째 연주가 되겠습니다. 


멕케라스의 의의는 뭘까? 챔버 오케스트라라 좀 경쾌한데 그렇다고 시대연주처럼 마냥 얄쌍하진 않고 그런 의의? 그게 뭐야...


여담으로 곡 뒤에 보너스 트랙을 넣었다. 처음부터 글을 쭉 읽은 분들은 무슨 곡일지 예측할 수 있을 듯.



6. 1992년 괴넨바인


정석적이지만 워낙 깔끔해서 수없이 들어온 서곡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하는 괴넨바인의 지휘, 색종이 오려서 만든 것 같은 귀욤귀욤 무대. 새장이 너무 귀여워... 모형 나오면 살지도... 다만 마술피리는 어떤 미니멀리즘을 보여줄까 했는데 너무 멀쩡한 리코더여서 좀 아쉽... 어쨌든 좋은 연주가 되기 위한 기본적 틀은 갖추었다!

솔티의 영상물에서 나왔던 타미노인 반 데르 발트가 다시 타미노를 불렀다. 뭐 좋음. 솔티 영상에서는 되게 느끼하게 나와서 그냥저냥 하는 마음으로 봤지만 이번엔 깔끔하게 차려입어서 그런지 더 좋음. 나머지 가수들도 다 좋음. 다만 파파게나는 노파 분장이 쩔지만 목소리는 여기 사람들 중 가장 별로... 패트리샤 로자리오라는 인도 가수인데 그냥 뭐... 단역이니 그러려니 함.

여담으로 파파게노가 Ein Mädchen oder Weibchen을 다 부르자마자 반주가 뚝 끊기고 박수가 나와서 뭐지 했는데 그냥 계속 이어서 연주함. 별일이네 ㅎㅎ


아 솔직히 이렇게 연주가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 연주를 결정반으로 뽑지 못하는 이유는 정말 걸출하게 뛰어나다 싶은 곳은 사실 없기 때문임이 첫째 이유고 빨라서 휙휙 간다는 느낌이 특히 2막에서 심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쓰고 보니 너무 욕심이 많은지도... 마술피리 DVD를 하나 사고 싶은데 케르테츠는 흑백모노라 딱히 관심이 없다면 이 연주뿐입니다.



7. 1992년 오스트맨


어디서 들으니 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스트만이라고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오스트맨이라고 한다던데? 그래서 오스트맨.

오스트맨은 역시 공포의 시대연주이다. 뭐 이거야 자기 맘이니... 시대연주의 특징은 역시 얄팍하단 것이겠죠. 뭐 이것도 자기 좋다니... 근데 그런 얄팍한 연주에 맞춰서 성악가들도 모조리 얄팍한 사람들로 박아 넣는 건 참 얄팍한 해결법이 아닌가? 노링턴도 이렇게 안일하게 굴진 않았다. 물론 오스트맨은 노링턴보다도 더 얄팍한 연주라서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더 기발한 대책을 세워 노오오오오력을 하지 않은 죄. 파파게노가 Eh' ich mich zurück ziehe, soll die Erde mich verschlingen을 외친 후 땅으로 가라앉는 장면에서 오오오 하며 외치는 공허한 비명만큼이나 공허한 연주.


음 너무 깠나요? 기계적 중립성을 기하기 위해 칭찬을 하나 하죠. 밤의 여왕이 Der hölle rache를 부르기 전에 치는 대사가 꽤 생동감 있습니다. 물론 그 뒤의 아리아는 평균 이하고 무엇보다 몇 년 뒤에 희대의 밤의 여왕이 등장하기에 의미가 없지만...


하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습니다. Der hölle rache 뒤에 모노스타토스가 파미나를 죽이려 하자 귀신같이 자라스트로가 끼어들어 꺼지라고 하죠. 그 때 모노스타토스는 혼잣말로 파미나 엄마한테 가봐야겠다 하면서 사라지는데 원래 그 뒤로 파미나가 자라스트로에게 어머니를 벌하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고 자라스트로는 나의 복수의 방법은 다르다고 하고 너와 타미노는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함. 근데 여기에서는 모노스타토스가 혼잣말 하고 사라진 후 자라스트로가 너와 타미노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한 후 파미나는 어머니 용서해달라고 하면 자라스트로가 나의 복수의 방법은 다르다 뭐 그런 식으로 구절이 바뀌었음. 이것도 좀 더 유연한 흐름을 위해 바꾼 건가? 참 요새 연주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까 잘못 말했네요. 이것도 의미 있는 일 같지는 않습니다.



8. 1993년 할라츠


낙소스 특유의 뭉쳐 나오는 녹음과 재능 없는 지휘자의 콤보로 적당히 흘러가는 서곡이 끝나면 특징도 간지도 없는 적당한 타미노가 나온다. 요즘 시대에 분덜리히처럼 딕션 지독하게 완벽히 나와주면 오히려 촌스럽게 들리려나? 때문에 린츠 토박이도 부드럽게 샤라락 넘어가면서 부른다. 그래서 별로 맘에 안 든다. 재미없어. 왕자가 좀 힘찬 맛이 있어야지...


조수미에 이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명예를 드높일 소프라노 헬렌 권 권해선씨의 밤의 여왕은 매우 별로. O zittre nicht는 스튜디오임에도 힘겨워하는 기색이 보이며 막판에 ewig dein은 딕션 다 뭉개는 참사로 마감한다. 반주도 멍청해서 아무런 기대나 재미를 주지 못하고 마지막의 이상한 천둥소리 효과음으로 묻어가려는 치졸함.

파미나를 부른 노베르그-슐츠도 참 구린데 아리아를 부를 때는 메조 느낌 나는데다 딕션 구리고 대사를 칠 때는 그런 느낌은 사라지지만 천성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해서 교과서 읽는 느낌을 간신히 벗어나는 정도에서 끝남. 아 좀 더 못하면 걸러야지 걸러야지 하다가 저번 멕케라스처럼 Tamino mein!에서 거르기로 최종 결정해서 이것도 그냥 마저 끝까지 들음. 거를 연주임에도 완청한 세 번째 연주 되겠습니다.

지휘자도 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타미노와 대변인과의 대화는 그저 다음 턴 넘기는데 급급해 주고받는 맛이 없다. 솔티가 음량마저 못 키운다면 이 연주일 듯.


그런데 이렇게 시부렁거리면서 나는 왜 이 연주를 끝까지 들었을까? 뭐긴 뭐겠나 여태 안 쓴 사람들 때문이겠지... 티치의 파파게노와 리들의 자라스트로가 거의 완벽하다. 워낙 시궁창같은 연주라 좋은 수준만 되어도 상대적으로 돋보일 텐데 객관적으로 순위권 안에 들어버리니 할 말이 없음. 좋은 사람들이 썩는구나.



9. 1995년 가디너(음반)


서곡이 좋네요. 좋은 서곡이 끝난 후 나오는 타미노는 샤데인데 샤데에 대한 찬사는 조금 후에 하고 싶으니 지금은 말을 아끼죠. 근데 시작하자마자 벙찌는 게 Der listigen Schlange zum Opfer erkoren이 Dem grimmigen Löwen zum Opfer erkoren으로 바뀌었다. 찾아보니 처음엔 사자였는데 사자가 황제의 상징이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뱀으로 바꾸었다나? 어쨌든 모차르트가 원한 바는 아니었을 테니 원작자의 의도를 존중해서 이렇게 바꾼 것 같다. 이것만 이런 게 아니고 몇몇 아리아 등도 이런 식의 이유로 적지 않은 수정이 이루어졌다. 2막 초반에는 O isis und osiris 다음에 So reizend hold, so zaubrisch schön이란 처음 보는 타미노의 아리아를 넣었는데 그냥 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 2절.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오는 이중창 Der liebe holdes glück empfinden은 Bei männern, welche liebe fühlen 2절이다. 이건 가디너가 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모차르트가 이쪽 작품에서 멜로디 떼와서 저쪽 작품에서 쓰는 짓이야 흔했지만 이렇게 작품 내에서 복붙했던 경우는 없었는데... 게다가 둘 사이에 적당한 대사라도 넣어줘야지 장면전환이 된 기분이 들지 이런 식은 너무 개뜬금없음. 보나마나 어디서 또 스케치 같은 거 발굴해서 좋다고 또 이렇게 집어넣으셨겠죠. 시대연주는 항상 이런 식이다. 하지만 이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트랙 두 개 스킵하면 되는 거니까 ㅋㅋ


나는 가디너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어쨌든 이 연주는 잘 나와 주었다. 샤데의 타미노만큼은 아닐지라도 다른 배역진들도 좋다. 뭐 그래봤자 타미노를 제외한 모든 면이 노링턴보다 못한 것 같지만 어쨌든 잘 나온 건 잘 나온 거니까. 여담으로 2막 초반에 자라스트로가 타미노를 시험에 들게 하자는 의견에 사람들이 궁시렁거리는 배경음 넣은 거 개빵터짐... 명가수인줄...


자라스트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여기의 자라스트로는 내가 거르지 않은 자라스트로 중 가장 나쁜 것 같다. 깔아주는 맛이 없는데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 Soll ich dich, Teurer에서 자라스트로가 말하는 Die Stunde schlaegt는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10. 1995년 가디너(영상)


음반과 동일한 구성이고 뭐 실황반이란 게 다 그렇듯이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도 공유하고 있겠지만 완전히 같은 녹음은 아니다. 영상은 당연히 현장감이 훨씬 뛰어나니까. 물론 휘파람도 불고 건반도 두드리는 다재다능한 핀리도 볼 수 있지만 내가 말하는 현장감이란 건 그런 게 아니라 녹음 자체에서 우러나는 분위기를 말하는 거. 음반도 실황 편집반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항상 편집하면 아무리 소스가 실황이더라도 그 맛이 팍 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음반만 못하다. 뭐 시대연주의 목적 중 하나라는 게 그 때는 도대체 어떤 연주로 들었을까 그런 거겠지만 난 그거 하나도 안 궁금해서... 그리고 가디너는 정말 철저하게 저 목적이 궁극의 지향점인 것처럼 구는 게 항상 맘에 안 듬. 그래도 1막 마지막에 정말로 모노스타토스 발바닥 때리려고 할 때 자라스트로가 딱 막는 장면은 참신했음. 다른 영상들은 항상 무대 뒤로 끌고 가던데 사실 얘가 이 때 딱히 뭐 잘못한 거 있나? 나름대로 자기소임 다 한 건데 자라스트로도 원 깐깐하기는 하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딱 막으니 걍 농담 한 번 때린 거구나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하지만 막상 모노스타토스가 파미나 죽이려고 할 때 칼 뺏어서 모노스타토스 목에 겨누는 모양을 보면 또 그런 생각도 사그라들고...


영상 외에도 다른 부분은 있다. 내가 영상에서는 O isis und osiris 뒤에 넣은 새로운 아리아 두 개를 어떤 식으로 어색하지 않도록 잘 처리하는지 엄청 궁금했는데 그냥 그 아리아들을 뺐더라.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음반에서 자라스트로를 깠지만 영상에서는 이 사람이 대사를 정말 건성으로 침. 1막까진 그래도 거의 비슷한데 내가 영상으로만 봤다면 2막 처음의 대사 듣고 바로 자라스트로 때문에 연주를 걸렀을 것이다. 그리고 세 소년들도 차림새가 잠옷인데 자다 온 건지 목소리도 쉰 느낌... 음반과 매우 다르다.



11. 1995년 무티


봄의 제전이 유일한 인생반인 물티는 어쨌든 유명한 오페라 지휘자이기 때문에 마술피리도 이렇게 그냥저냥 연주했다. 라스칼라에서의 연주인데 배역진은 킨리사이드의 파파게노 빼고는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타미노는 폴 그롭스란 사람인데 영국 이름 같아서 개쫄았지만 미국 테너이다. 따라서 아리아는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수준이지만 대사는 역시 안 되는 혀 다독거려가면서 억지로 내뱉는다. 애초부터 거를 테너라고 느꼈지만 확신을 가졌던 곳은 Soll ich dich, Teurer이었기 때문에 이것도 그냥 듣겠습니다. 아 내가 이 삼중창을 정말로 좋아하긴 하나보다.

역시 여기에서 가장 궁금할 법한 킨리사이드의 파파게노. 그의 가장 유명한 파파게노는 아마도 콜린 데이비스와의 영상물에서 나온 것으로 새 모자를 쓴 노숙자의 몰골을 해서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같이 이미 이전에 자살시도 한 다섯 번은 했을 꼬라지로 노래를 불렀다. 여기에서는 30대라 젊어서 그런지 전혀 동일인물인 것을 느낄 수 없는데 배트맨 영화에 나오는 리들러같은 차림으로 나와서 하는 짓도 비슷하다. 예시를 들고 보니 둘이 동일인물이긴 하네요. 어쨌든 콜린 데이비스의 때보다는 훨씬 좋아합니다. 깃털옷 입고 땡인 여느 파파게노와는 달리 자신이 인간과 다른 종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설득력 있어서 좋음. 거울 보면서 손동작 몸동작 많이 연습했을 듯. 비록 내게 있어 킨리사이드는 그의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호보다 불호에 가깝지만 어쨌든 젊을 때에 이렇게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유명한 사람이 되었겠죠. 여담으로 파파게나는 무슨 직쏘같이 하고 나와서 개빵터짐 ㅋㅋ

밤의 여왕은 매우 구리지만 누누이 말하거니와 밤의 여왕에 대한 제 기대치는 매우 낮으니 큰 문제없음. 다만 O zittre nicht에서 자기 딸을 준다면서 사위될지도 모르는 사람 눈을 안 쳐다보고 지 말만 하면 어쩌잔 거...


연출은 내내 평범하다 피날레부터 갑자기 특이해진다. 파미나의 자살 장면을 직접 연기하지 않고 그림자로 보여주는 점하며 고문 받는 타미노... Nur stille에서 모노스타토스는 자기 부하들을 다 끌고 함께 밤의 여왕 수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이게 당연한 거겠지.



12. 1995년 크리스티


우리에게 모퀴엠으로 잘 알려져 있는 크리스티. 역시 시대연주다보니 초반부터 또 이상한데 처음에 타미노가 기절한 후에 세 시녀가 뱀을 물리치고 부르는 노래가 잘 마무리되는 것 같다가 끄트머리서부터 갑자기 괴상해진다. 뭐 그런가보다... 그리고 시대연주면서 비만디이다. 이건 엄청 신기하다. 그러나 정작 연주는 시대연주 특유의 괴기함은 별로 없음. 시련 장면은 정말로 매우 잘 뽑혔다.


블로흐비츠는 계속 강조하는 ‘좋은 복음사가가 좋은 타미노가 될 수 있다’에 부합한다. 마태수난곡의 복음사가였으니까. 솔티여서 문제지만... 어쨌든 침착한 타미노를 잘 구현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타미노상은 다소 혈기왕성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건 혈기왕성은커녕 세상 다 산 느낌까지 나서...

샤링거는 이미 솔티의 영상물에서 잘 불러줬지만 분명히 여기에서 더 잘 불러줬다. 반주 자체도 가수와 잘 어우러지는 유형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훨씬 자연스럽게 불러주며 드립도 잘 먹힌다. 파미나 만났을 때 랩하는 거 보소... 이발사인줄... Ach ich fühls 뒤에 신전이 자꾸 기상나팔 불면서 끈덕지게 재촉하고 파파게노는 아 간다고 하면서 궁시렁대는 장면이 꿀잼인데 이전의 솔티 영상물에는 아예 그 장면이 사라졌고 여기에는 있어서 샤링거가 열연해주심... 시원하시겠습니다. 시원하셔서 Ein Mädchen oder Weibchen도 솔티 때보다 더 신명나게 불러주셨군요. 자살 장면도 훨씬 나음.


밤의 여왕은 드세이가 불렀다. 그녀에 대한 찬사도 조금 후에 하고 싶으니 지금은 말을 아끼고 싶다. 게다가 여기서는 찬사를 바칠 만큼 잘 불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갓 30세이어서 그런지 아직은 조금 부족한 느낌. 물론 이후에 워낙 잘해주셔서 빛바랜 느낌도 있고... 그리고 크래스팽처럼 독일어가 모국어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게으른 성악가들과 달리 드세이는 치열하게 딕션 공부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후로는 거의 이런 문제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라스트로는 호이호~ 하겐이 불렀다. 사실 자라스트로가 하겐 수준의 악당이긴 하죠. 걍 시험치느라 쟤네가 말을 못하는 거고 사실은 너 사랑해 그렇게 파미나에게 대충 말해줘도 자살 소동은 나지 않았을텐데 못된 커플 브레이커 천성이... 밤의 여왕 진영은 다 사정이 있어서 저런 일 하는 건데 자라스트로만 걍 지 심술로 저러니까... 어쨌든 하겐의 자라스트로는 좋습니다.

세 소년은 신선하다. 이제까지 실제로 소년을 기용한 연주들에서 소년들은 항상 자신들이 빈 소년 합창단인 것처럼 곱상하게만 불러왔고 모두들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여기에선 그냥 애들이 부르는 느낌이 폴폴 난다. 뭐 이래서 좋다 나쁘다 그런 건 없고 방금 말한 것처럼 신선하다 그뿐.

모노스타토스는 평범 이하이지만 마지막에 밤의 여왕 편에 붙어 Nun sind sie in des Tempels Hallen 하면서 낄낄낄 웃을 때 좀 귀여움.


사실 엄청 칭찬한 게 없지만 그게 엄청 칭찬한 겁니다. 저번에 노링턴 연주에서 끄트머리에 좀 삼가면서 추천한 이유가 이 음반 때문... 스튜디오 음반을 찾는데 78년 롬바르드를 구하지 못하거나 구하더라도 음질 등의 여러 여건으로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면 이 연주뿐이다. 하지만 이 연주의 최대 약점은 크리스티 그 자체로 깔끔하긴 한데 별 재미나 개성은 없는 게 문제다. 따라서 반주가 좀 더 적극적인 연주를 찾거나 좀 더 시대악기 맛이 나는 연주를 찾는다면 노링턴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쓰긴 했는데 노링턴은 확실히 동급은 아닌 것 같아서... 반주는 더 좋은데 잃는 게 너무 많음.



13. 1995년 쿠엔츠


옛날에 마태 수난곡 팔 때 한 번 들은 쿠엔츠. 자기가 자기 실내악단 만들고 자기 합창단 만들고 자기가 지휘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자기가 곡을 못 만드는 게 아쉬운 느낌...


현대연주임에도 시대연주 느낌이 나는 이유는 악단이 3류이기 때문이죠. 타미노 등장하자마자 부르는 대목에서 Ach rettet mich! ach schützet mich!에서 음 못 올라가 목 쥐어짜는 이유는 가수들이 3류들이기 때문이고요. Und ewig wäre sie dann mein 졸라 조마조마하네... 자라스트로 등장할 때 승려들이 합창하는 대목에서 뭐라고 지껄이는지도 모르겠는 이유는 합창단이 3류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그냥 끝까지 들어보겠습니다.

크리스티처럼 세 시녀 뒤의 아리아가 끄트머리가 이상해져서 나온다. 그리고 파파게노가 비만디라고 부르는데 타미노는 보만디라고 해서 엇갈림... 개꿀잼... 내가 언젠간 이런 일 날 줄 알았다. 대사도 꽤 많이 빼먹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아리아가 종종 있다. 여담으로 파파게노가 마지막으로 피리를 불면서 파파게노를 기다릴 때 관객 배려하느라고 엉 두 트화 하고 프랑스어로 셈.


별로 연주에 대해 말할 건 없음. 그냥 의무로 끝까지 들음. 치명적인 실수가 있던 것도 아니어서 그냥저냥 용납하면서 잘 들음. 좋은 음반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실제로 이 공연에 참석했다면 내가 박수를 쳤을지도 꽤 회의적이다.



14. 1997년 도흐나니


모페라 모두를 통틀어 가장 아끼는 영상물. 음악, 연기, 연출 모두에서 더 이상을 상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충분한 만족을 느낌. 연출엔 매우 크게 특이점이 많다. 무리수를 던지고 어그로를 끄는 기괴한 연출. 하지만 이 기괴함이 안일함과 내용 없는 단순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 영상에서 가수들의 연기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까지가 윾동님에 대한 오마주고... 이제 제 할 말.


슬프게 유튜브에는 제대로 풀버전이 올라오지 않았고 그나마 드세이의 명성에 힘입어 밤의 여왕의 두 아리아가 올라왔지만 분장이 워낙 병맛이라서 유튜브의 댓글엔 대부분 쓰레기 같은 현대연출이 다 그렇지 하는 식의 비난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제 풀버전을 수없이 본 입장에서는 아직도 밤의 여왕의 분장은 익숙해지기 힘들지만 나머지는 너무나도 위대하다고 찬사를 바치고 싶다. 유리가면을 안본지가 꽤 오래되어서 주인공 이름을 까먹었는데 어쨌든 중반부에 주인공이 언론폭격 맞고 명성 바닥친 상태에서 자기 학교 창고에서 잡동사니들 모아 1인 연극을 진행할 때 연기가 워낙 신이 내려서 깔고 서있던 뜀틀 받침대가 관중들에게는 모두 곤돌라로 인식되는 그런 장면이 있는데 나는 이 공연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이 97년 잘츠부르크 실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삐에로 세계를 창조했다. 무대는 영감이 넘쳐흐르는 천재가 예산이 부족해서 덕지덕지 재활용 부품을 쓴 그런 모양인데 그런 어설픔에서 나는 그가 그리고자 했던 원형이 어슴푸레 보인다. 각 장면들마다 크고 작은 암시와 비유가 나오는데 그렇게 어렵진 않다. 그리고 남발이 아니라서 이해하는 대로 가슴에 꽂힘. In diesen heil'gen Hallen에서 무리수같은 그 이상한 팔은 애니메이션 같은 곳에서 제대로 구현했다면 엄청 감동받았을 장면. 전 자동으로 뇌내 필터링 on 되어서 감동받습니다. Soll ich dich, Teurer에서 세 명의 완벽한 구도... 집착하는 Tamino-Zurück은 단언컨대 여기에서 가장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파미나의 자살시도로 시작하는 피날레에서 장면마다 터지는 명화 수준의 미장센... 시련 장면은 어떤 사람들은 장난치냐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기에서 무한히 긍정적인 면을 본다. 모든 것이 마무리된 후 승려들의 합창인 Heil sei euch Geweihten!이 나올 때는 참 썰렁한 그림이지만 여기에서 나는 너무 많은 감동을 받아서 주체할 수가 없다. 발치 아래의 뱀 같은 헝겊 인형이 꿈지럭거리는 모양은 참으로 조잡하지만 여기에서 우로보로스를 떠올린다면 영원히 이들은 행복하리란 메시지가 기분 좋게 퍼져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와 달에서 축복 내려오는 시점에서 나는 이미 눈물을 참기 어렵다.


오페라에서 연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게 바라보았지만 이 연주 감상 이후로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연출은 연주와 동등한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가수들은 어떤가? 샤데의 타미노는 분덜리히 이후 가장 훌륭한 타미노인 것 같다. 복음사가가 이상적인 타미노임을 수없이 밝힌 바 있는데 샤데도 복음사가를 불렀고 매우 괜찮은 성과였다. 내가 귀라를 더 좋아해서 그렇지만 어쨌든 잘 해줌. 그리고 샤데는 좀 너무 세다는 느낌이라서 차선으로 두었던 거지만 왕자 타미노는 좀 세면 오히려 플러스인 것 아닌가? 아까 언급한 Zurück!의 절절한 심경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아리아들도 담백하면서 순결하게 불러주고 있다.


담백하면서 순결하게라는 수식어를 쓰는 시점에서 떠오른 거지만 이 연주에서 이 수식어에 가장 맞는 사람은 파미나를 부른 실비아 멕네어가 아닐지? 분장도 몹시 귀염터지고 하는 행동도 너무 예쁨. Bei Blitz und Donner, Sturm und Braus 말할 때 팔율동 하는 장면 정말 취향저격... 목소리만으로 따지면 너무 여리여리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지만 어쨌든 연기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파미나라고 생각한다.


괴르네가 파파게노를 불렀다. 미친 괴르네가 파파게노라닠ㅋㅋㅋ 현자 파파게노 납셨네 ㅋㅋㅋ 하지만 이런 내 선입견과 다르게 정말 훌륭한 파파게노를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 클라스는 영원하리... 자살 장면에서 담담하게 대사를 읊는 괴르네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불렀던 겨울나그네나 마태수난곡의 예수가 오버랩되면서 짠한데 다른 명망 있는 가수들이 너무 힘차게 부르느라 이 장면의 진의를 놓치는 실책을 범하지 않는다. 특히 마술종을 밟고 목을 메는 장면은 파랑새의 진리.

대변인인 헤르만 프라이가 엄청 골까는 모습으로 등장해 부른 후 뒤이어 나오는 자라스트로는 르네 파페이다. 이 선정에 불만인 사람이 대체 누가 있을까? 역시 잘 되려면 우주가 도와줘서 모든 게 잘 되게 되어있음.


드세이가 밤의 여왕을 불렀는데 비록 그녀는 꽤 리즈시절이 짧은 느낌이지만 이때는 그녀의 리즈시절이 분명할 것이다. 그녀의 가장 훌륭한 밤의 여왕은 안타깝게도 이 연주 이후에 나오지만 어쨌든 이 연주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그루베로바 이후 가장 훌륭한 밤의 여왕이며 올타임으로 따져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다. 적어도 이전 크리스티에서 보였던 다소 유약한 모습과 아쉬운 딕션은 거의 완벽히 개선되었다.


도흐나니의 지휘는 또 어떤가? 70년대 이후 기존의 연주들이 희노애락에서 다소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면 이 연주는 그 모든 감정을 가장 완벽하게 잡아내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지휘자의 개성을 뽑아내주고 있다. 그리고 반주는 빈 필. 이쯤 썼으니 당연하지만 이게 여섯 번째 결정반입니다. 잘츠부르크 최고 아웃풋 모차르트의 결정반이 잘츠부르크 실황으로 시작해서 잘츠부르크 실황으로 끝나니 후련합니다.


구하는 방법 : 이것도 요훔반처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음. 해적반 싸이트에서 공디비디에 구워주는 걸로 알고 있음. 저는 알아서 어디에서 구했습니다.



15. 1999년 레스키


상트 마르가레텐 축제의 실황을 담은 영상으로 볼프강 베르너의 연출로 구성된 야외공연이다. 아 뭐든 좋으니까 야외공연에서 제대로 된 오페라나 보고 싶다... 옛날에 딱 봐도 븅딱같아서 거른 보엠이나 그냥 볼걸...


연출은 꽤 참신하다. 마을에 뱀이 쳐들어온 거라 숨어서 뱀을 보는 마을 사람도 있고 야외공연의 장점을 살려 말 타고 오는 사람까지 등장... 개간지...

이 연주의 가장 큰 문제는 축약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동영상 길이가 88분밖에 안 되니 볼 장 다 본... 그래도 대사는 상당부분 살아있다. 그냥 조금이라도 끄는 구간 있으면 바로 넘어가느라 이렇게 됨. 가장 화나는 점은 편집 상황을 보아하니 원래 공연은 제대로 온전히 다 연주했는데 동영상으로 만들면서 다 쳐냈다는 것이다. 와 그럼 뭐 하러 DVD로 낸 거지... 이런 거 했다고 증거 남겨놓은 건가...


연주 자체는 구리지만 말도 안 되게 구리지는 않다. 적어도 쿠엔츠 연주는 거기 내가 있더라도 박수는 안 쳤을 것 같은데 이건 쳤을 것 같다. 어쨌든 당연히 거름. 그래도 한 20분은 보고 걸렀음.



16. 2000년 슐츠


쓰레기같은 서곡 뒤에 쓰레기같은 타미노가 나온다. 등장하면서 애기가 움... 난장판... 의문의 영상화 3연타... 거름...



17. 2000년 뵐저-뫼스트


일단 진정한 현대연출입니다... 현재 진행형으로 열심히 까이는 프라이어의 연출은 그냥 배경만 삐에로 세계로 바꾼거지 스타일은 거의 전부 유지하고 있으나 이건 뭐...


배경은 기본적으로 18세기의 계급사회를 그리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귀족인 구체제 밤의 여왕, 평민 파파게노, 계몽주의 자라스트로, 그리고 새 시대를 대표하는 타미노. 근데 뭐 어쩔... 뜬구름 잡는 컨셉은 됐고 흠흠흠에서 파파게노에게 볼개그 물린 거 보소... 역겨워... 그래도 파파게노야 이런 배경의 변화에도 큰 문제없이 약삭빠른 사람 정도로 나오는데 이미 자신에게 지시하는 사람들에게 일말의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므로 말대꾸도 하고 드립도 치면서 대든다. Ein Mädchen oder Weibchen은 술주정으로 전락하고... 슬픈 시대의 슬픈 아리아... 이런 사람이 뜬금없이 자살은 왜 하는지...


연주는 좀 성급한 기분. 한 사람이 뭘 말하면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이 말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성급하면 기합이라도 팍팍 넣어줘야 하는데+ 연주도 허하고... 쩝...

가수들은 다 봤던 사람들이네요. 아무도 (기존에 비해) 인상 깊지 않습니다. 아 모스크의 밤의 여왕은 처음 봤군요... Der hölle rache에서 아아아아아 할 때 검지손가락 살살 흔드는 게 인상 깊습니다.


여담으로 이것도 쿠프만과 아르농쿠르처럼 Bei Männern, welche Liebe fühlen 초반에 7박을 쉰다. 어색하긴 어색함. 참고로 모든 연구가 끝나서 올바로 연주된 첫 음반은 판본덕후 아바도의 2005년 연주입니다. 아바도의 거의 모든 오페라가, 또는 21세기의 거의 모든 오페라가 그렇듯이 이것도 씹구린 연주이지만 어쨌든 음반사 반세기가 넘도록 개삽질만 하던 Bei Männern의 진정한 모습을 통해 모차르트가 추구하던 절묘한 박자 감각의 정체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반드시 일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특이사항으로 1막 끝나자마자 박수 조금 받고 바로 2막 시작함.



18. 2000년 이반 피셔


이반 피셔의 마술피리 영상물은 2001년 1월에 연주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연주에서의 밤의 여왕은 데지레 랭카토레가 불렀다. 뭐 나쁘지는 않은데 당시 밤의 여왕은 나탈리 드세이도 같이 캐스팅되었던 공연이었고 놀랍게도 드세이가 나오는 영상물도 존재한다. 그리고 여러 상황을 볼 때 드세이가 나온 공연은 2000년 12월로 보이므로 간신히 20세기의 끝자락에 연주한 공연이라고 칠 수 있을 듯. 물론 밤의 여왕이 나오는 장면 외에는 모두 동일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연주가 꼭 2001년에 연주했다는 증거도 없잖은가?


가장 좋아하는 밤의 여왕이 바로 이 연주에서의 드세이이다. 지속적으로 내가 강조하던 대사의 중요성. 대사는 아리아와 아리아 사이를 잇는 경첩이 아니다. 아리아의 설득력을 높여 아리아를 더욱 빛내주고, 종내에는 마치 스스로가 아리아처럼 독립적으로 빛나는 그런 수준. 그래서 서로가 스스로 온전히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지만 같이 있어 더욱 시너지가 나는 그런 경지. 드세이의 Der hölle rache는 내가 들었던 많은 마술피리 중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다다른 연주이다. 히스테리로 인한 조현증의 복선을 깔고 손떨림 하나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로 친딸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사주하는 냉혹함을 스스로 강변한다.


살미넨의 자라스트로도 매우 훌륭하다. 그라인들의 재래같은 그는 비록 좀 더 따뜻한 소리를 원한다는 개인적인 선호도로 인해 파페나 몰보다는 약간 아쉬운 게 있지만 이런 걸로 그의 자라스트로를 낮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쫙쫙 깔리는 저음은 항상 자라스트로에게 요구하는 기본이자 정석이다.


나머지 성악가들은 딱히 뭐 없다. 일단 베찰라의 타미노와 뢰슈만의 파미나가 그럭저럭 해준다. 비록 나중에는 많이 이상해진 그들이지만 이때는 그들의 초기 녹음에 해당하므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베찰라는 약간 답답한 느낌이 나고 뢰슈만은 너무 강성인 기분이지만 충분히 즐기면서 들을 수 있다. 적어도 베찰라는 뵐저-뫼스트때보다 여기에서 더 잘 부르는 것 같고... 아 그리고 심심해서 검색해봤는데 일반적인 평가로 뢰슈만이 토실토실하셔서 밤의 여왕 따위는 원펀치 날려서 이길 것 같아 감정이입이 안 된다고 하니 비주얼을 꽤 비중 있게 보는 사람이라면 섣불리 구매하지 마셈. 저는 외모나 체형은 과장 없이 0%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파파게노는 치기어리기에 내내 조급해하고 짜증내는 것 같아서 나도 짜증남. 홧김에 자살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어차피 나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해외 평가를 보면 파파게노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이 대부분인데 이건 아마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피셔의 연주는 꽤 괜찮다. 비록 삼가는 느낌을 종종 원하지만 아마 연출에 부합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타협한 면이 있는 것도 같고...


연출은 도흐나니의 연출과 정반대가 아닐지? 따라서 마술피리 영상 중 최악이라고 본다. 프리메이슨이 연관되었다고 하니까 곧이곧대로 프리메이슨 넣고 이시스 오시리스 나오니까 파라오 관 쓴 무장한 자들 나오는 안일함의 극치, 얕은 마술쑈, 목적없는 고증, 신성없는 판타지. 시련의 장면은 귀신의 집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하나도 안 무섭네 하며 마냥 신나하는 중학생 커플. 아 그래도 딱 하나 좋았던 게 Ach ich fühls 끝나고 승려들이 합창할 때 파미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휑하니 가버리고 타미노는 귀 막고 몸부림치는 장면. 이래도 자라스트로가 악의 축이 아닙니까?



짤릴 줄 알았는데 다 올라가네요. ㄳ



출처: 클래식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127270 일반 [워갤] 호빗? 하플링! [19] 하히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604 17
127269 일반 [워갤] 앨범 비하인드 포토 [4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7416 502
127266 일반 [당갤] [13-14 잡상] 정채찬과 최담동, 좋은 미스테리의 그 시작과 끝(3) [14] 말몽의 고양이(182.212) 17.11.13 2349 49
127265 일반 [이갤] (E27-28) 재찬이 22.gif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354 40
127264 일반 [냥갤] 우리집애교쟁이 막내도 귀엽다고해줘 [17] ㅇㅇ(220.80) 17.11.13 3947 95
127263 일반 [당갤] [13-14 잡상] 정채찬과 최담동, 좋은 미스테리의 그 시작과 끝(1) [9] 말몽의 고양이(182.212) 17.11.13 3123 41
127262 일반 [소갤] [주관적] 이쯤에서 돌아보는 장동민의 지니어스, 그리고 소사이어티 게임. [115] 소사이어티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7914 111
127261 일반 [워갤] 짐승맨 이야기] 골소어(1) [11] 고래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033 17
127260 일반 [러갤] Fall in Lovelyz 앨범프리뷰로 만들어본 컴퓨터 배경화면(미주) [19] 고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419 31
127258 일반 [프갤] 할인해서 사본 삼치 피규어 [5] 라빈스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976 17
127257 일반 [믹갤] 믹스나인 공식 분량 메이커는 나야나(신지윤) [12] ㅇㅇ(124.49) 17.11.13 2608 29
127256 일반 [러갤] 171112 3주년을 맞은 가벼운(?) 럽지순례기 [19] ACEBUDD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9485 31
127255 일반 [물갤] 탈장 [12] 발정난개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3029 19
127254 일반 [기음] 171112 저녁 [9] WithU(39.7) 17.11.13 3530 12
127253 일반 [기음] 삿뽀로에서 먹었던것1 대용량 스압 [16] 챙빠미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3644 25
127252 일반 [동기] [히로시마 오쿠노시마] 토끼섬 여행기 2 (스압주의) [7] 토끼맨(221.146) 17.11.13 3011 20
127251 일반 [기음] 삿뽀로에서 먹었던것2 고용량 스압 [7] 챙빠미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565 21
127250 일반 [물갤] 오늘의 베스트 컷 [10] 남아공감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923 16
127248 일반 [프갤] 개인적으로 꼽는 파워밤 가장 잘 쓰는 선수 [17] shogu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3013 25
127247 일반 [기음] 아침 베이글새우메가버거 [12] 뚠뚱한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3984 25
127246 일반 [당갤] [13-14 잡상] 정채찬과 최담동, 좋은 미스테리의 그 시작과 끝(2) [6] 말몽의 고양이(182.212) 17.11.13 2155 41
127245 일반 [소갤] 조준호를 향한 여자들의 찬사 그리고 장동민 [9] ㅈㅈ(122.42) 17.11.13 3126 34
127244 일반 [시갤] 오이스터님께서 보내주신 브레이슬릿 받았습니다!! [31] 프레데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132 17
127243 일반 [T갤] 161002 구로 아시아 페스티벌 채영 4p by.채영블라썸 [2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495 58
127242 일반 [낚갤] [2017.11.07] 간만에 낚시, 간만에 조행기 (서천 길산천) [13] 에이스정민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791 15
127241 일반 [카연] 소꿉친구☆만화로 본 조선시대 붕당의 이해 [48] 호로관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4680 269
127240 일반 [카연] 한남감귤 사태를 정리해서 보도록 하자 [92] 호로관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53094 732
127239 일반 [물갤] 아오...나 나쁜애비인듯 [42] 탐어김꺽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821 50
127238 일반 [물갤] 시나브로님 새우 무분 후기 [7] 재라툴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775 10
127237 일반 [낚갤] 어느 낚갤럼... 거제도 생존기... - 4 - [13] 메카봄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097 21
127236 일반 [사갤] 다시보는 5년 후 재회씬 [12] 블딥홍보스탭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932 34
127235 일반 [히갤] 근거있음)근데 젠다야가 아이언맨 물려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긴함 [32] ㅇㅇㅇ(49.142) 17.11.13 3250 46
127234 일반 [철갤] [1일1철] 공항철도 갑종회송 [7] 브런즈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4426 30
127233 일반 [낚갤] 어느 낚갤럼... 거제도 생존기... - 3 - [8] 메카봄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400 12
127232 일반 [마갤] E10 여검 캡쳐 [7] ㅇㅇ(223.39) 17.11.13 1101 18
127231 일반 [문갤] 득펜) 펠리칸! [8] VioletSou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740 12
127230 일반 [토갤] [인싸주의] 인싸 일반인의 방정리 2주차.JPG [19] 엘-디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955 20
127229 일반 [이갤] (E27-28) 재찬이 미모 감상해.gif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320 53
127228 일반 [시갤] TUDOR - 역대 경매 기록 [23] 야옹이(115.23) 17.11.13 5147 12
127227 일반 [해갤] EPL 사무국 선정 역대 베스트 일레븐 [122] Dr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3818 135
127226 일반 [낚갤] 어느 낚갤럼... 거제도 생존기... - 2 - [9] 메카봄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137 17
127225 일반 [낚갤] 어느 낚갤럼... 거제도 생존기... - 1 - [4] 메카봄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4305 16
127224 일반 [걸갤] 171014 반포 씨름페스티벌 소원,예린,유주,신비,엄지 by 레오전 [12] be예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179 44
127223 일반 [팬갤] 방금 쪄온 에뽀이 딴쓰짤 [16] ㅇo(39.7) 17.11.13 1697 33
127222 일반 [토갤] (스압) 트랜스포머5 옵티머스프라임 붓도색완성작 [17] 웅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4220 23
127221 일반 [냥갤] 이맘때쯤 하는 고민 + 뉴터널 좋다 [16] 꽁치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2366 95
127219 일반 [연뮤] 엠나비 주헌르네 [17] ㅇㅇ(121.162) 17.11.13 4681 58
127218 일반 [더갤] 뮤비 미션 + 1차 경연 조편성 정리 [11] 하얌과눈웃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1642 34
127217 일반 [동기] 아기햄수터.. [20] 콩찌르(1.251) 17.11.13 1954 39
127216 일반 [과빵] 귀여운 머랭쿠키들 [15] 김말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13 3966 2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