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갤러들아 반가워

아 여기는 워낙에 수능 여러번 치는 분들도 많을테니 수갤 형들이라고 할게

나는 2015년도 수능을 봤던 사람이야.. 그리고 현역으로 들어갔으니 지금 스물하나인 아재야.

새벽이기도 하고 공부하다가 잠깐 쉴겸해서

수갤 형들한테 정시 상담으로 참교육받고 3승해서 무사히 대학교 합격한 썰을 풀고자 해

그 때만 생각하면 고마워서 휫자라도 쏘고 싶지만 자취충은 돈이 별로 없더라고..

아무튼 15년도 수능 철로 돌아가면 그 때 당시 내 수능 성적이 조금 개판이었어

사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개판이었지.

게다가 수시 6군데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불합격을 받았던 상황이라

부모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수능에 올인하는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수능 성적을 그따구로 받아버렸으니 집안 분위기가 대충 어땠을지 짐작이 갔을 거야.

나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

재수하면 좆된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나는 내 성격을 잘 알았기 때문에 재수는 절대로 안 하고 싶었거든.

수능을 보고 가채점 점수를 담임한테 줬어.

무조건 안정을 원한다고 하니까 그 성적으로 쓸 수 있는 대학교로 국민대, 광운대를 쓰라고 하더라.

2주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도 이런 곳은 너무 싫어서 결국 고민 끝에 선택했던 곳이

가군, 나군, 다군 순서대로 인하대랑 세종대랑 홍대였어. 다군의 경우 제일 높은 대학이 홍대였기 때문에 그냥 거길 썼지.

진학사에 찾아보니 합격률은 80 80 30.

여기까지 읽으면 존나 암걸리겠지만 참아줘.

그러다가 수갤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가지고 담임이 나한테 해준 내용이랑 내 성적, 그리고 지원하려는 대학교 다 해서

수갤러들한테 한 번 물어봤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랬더니 순식간에 극딜이 들어오더라고.

아직도 댓글 내용이 그대로 기억에 남아.

"수갤 최고 쫄보새끼다." "담임 머가리 박살내라 ㄹㅇ". "다군 저거는 백프로 붙는거고 가군 나군 더 높여라." 등등..

처음에 그런 얘기 들었을 때 다군에 쓴 홍대가 진짜 붙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해서 가군에 국민대 하나 쓰고 나군에 동국대, 다군에 홍대를 써서 70 60 30으로 지원했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동국대를 너무 원했어. 학과도 그렇고 학교 자체도 그렇고.

국민대는 병신같이 학과도 헷갈려서 제일 낮은 과로 넣어버리는 바람에 2년 장학금도 준다고 했지만 쌩깠고.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진짜 홍대가 붙을거라는 건 생각조차 못해서 (내 기억으로는 거의 예비번호 100번이 넘어갔을 거야.)

동국대 발표날짜만 기다렸지.

마침내 합격 발표날. 오후 5시에 발표 예정이었지만 4시 15분쯤에 발표가 나더라고.

떨리는 마음으로 창을 확인했더니 파란색 글씨로 두글자. '합격'이라고 써져 있더라.

그리고 조금 쯤 뒤에 담임한테 "어머 XX아~~ 합격 축하한다~~"라는 좆같은 전화 하나가 걸려왔지만 끊어버리고

진짜 너무 기뻐서 30분 간 뛰어다녔던 것 같아.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다 끝났으니 편하게 지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오더라.

홍대 추합되었다고. 근데 거기는 가지 않았어. 개인적인 이유로 동국대를 조금 더 원했거든.

전화를 끊고 나서야 수갤러 하나가 쌌던 덧글이 생각나더라.

아무튼 그렇게 해서 정시 3승하고 지금은 서울에 상경해서 자취하고 있어.

나름 장학금도 받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 올해 안에 군대 가는 게 목표고.

엄청나게 특별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대로 수갤 형들이 일침 놔줘서 정시 쓸 때 정신 바짝 차리게 된 건 사실이야.

그래서 진짜 수갤러들한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인증은 안할래

스카이도 아니고 무슨 건동홍이 지 잘났다고..

덧글에 주작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추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