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가장 파악하기 쉬운 방법이다.

방문한 동네 단지를 걸으면서 횡단보도 앞이나 단지 입구에서 길을 건너봐라.

빚쟁이들도 외제를 뽑기 때문에 고급 외제차 많이 돌아다니는거랑은 전혀 상관없고.

진짜 예민하고 주의깊게 주시해야 할 부분은

낡아빠진 국산 똥차여도 운전자가 사람 지나갈 때 무조건 멈춰서느냐

아니면 보행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차가 먼저 지나 가느냐.

특히 비보호 같은데서 건너려고 멈칫멈칫하다가 서로 눈을 마주쳤을 때

웃으면서 먼저 가라고 손짓해주는 운전자가 있다면 정말 좋은 민도를 추측할 수 있다.

미개하고 극혐인 동네는 얼굴 찡그리면서 빵빵 대는건 기본이고 창문 열고 욕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차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기본 의식 수준이 박힌 동네인가?

기본적인 양보는 일종의 인격체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자 지역 공동체 의식까지 포함되는 개념이다.

동네 운전자끼리는 항상 출퇴근이나 생활 속에서 마주치기 때문에

비슷한 운전 습관이나 문화를 형성하고 공유할 확률이 높으며

무엇보다 이 운전자들은 방문한 동네에서 

가장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는 소비의 축이자 

집안에서도 발언권이나 영향력이 높은 

민도의 중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피곤함을 안고 퇴근하는 40대 가장의 중대형 세단에서도

고상하게 늙은 70대 할머니의 오래된 국산 소형에서도

비슷하게 동네 특유의 분위기나 자식들 집안 교육 수준까지 내다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여유로움은 단지 졸부 근성이나 허영에 불과할 수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합쳐지고 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때 

비로소 진정 개개인의 교양 수준이 보이고 민도가 파악된다.

부가적으로 임장을 다니다 보면 

스스로 감을 익혀 다양한 비교도 가능하게 되고 

좋은 동네라고 불리는 지역들을 곱씹어 볼 수도 있으며

잊고 살던 본인 거주지 민도에 대해 큰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사람 살고 싶은 곳이라는 감정.

고풍스럽고 역사성을 가진 낮은 건물들과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 어우러지는 것 뿐 아니라 

선진 시민의식 결합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바로 이런 여유 넘치는 작은 행동들 속에서 민도는 싹이 트고 

이런 곳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며 동화된다.

자녀 인성 교육과 본인의 정서적 안정까지 자연스레 딸려오기에

먹고 살만한 지식인들은 민도 높은 곳을 찾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임장 지역에 내리면 오래 돌아볼 것도 없이 5분 만에 민도 판단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