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13, 14화는 도경이를 위한 헌정 회차였다고 생각해.
그런 의미로 14화까지 보여준 도경이의 심경 변화를 되짚어 보려고.

어쨌든 도경이의 마음을 추측해보는 것 뿐이니,
아니라고 생각해도 너무 날 세우지는 말고.


1. 철벽

도경에게 서해영은 시작부터 엉켜 버린, 풀고 싶지 않은 실타래 같은 존재였어.

그런데 자꾸만 눈 앞에 이 여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그것도 환시로 말이야.

하지만, 죄의식이 서해영에게 다가가는 것을 자꾸만 막아. 쉬운 여자라고 들이대도 밀어내지.

그런데도 두 사람의 사랑은 운명인지라,
도경이는 이미 서해영을 사랑하게 되었어.

이로써 죄의식으로 세워진 1차 철벽은 허물어지게 돼.

그런데 웬열?
다가서려고 하니,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어.

"나 곧 죽는대."

그래도 끝까지 가보고 싶어,
죽음이라는 2차 철벽까지 무너뜨리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찰나,
해영이가 '나의 죄'를 알고 말았어.

어차피 죽을 건데, 그래 이쯤에서 포기하자.



2. 결심

도경이가 해영이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그 때,
마지막 환시를 몰아서 보게 돼.

해영이 없는 삶.
그 쓸쓸함을 꿋꿋하게 견디며 사는 삶.
환시 속에서 우연히 만난 해영이는 나 때문에 불행해 보여.


그녀를 본 이후 사고를 당한 도경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를 말하지.

도경은 죽더라도 후회하면서 죽고 싶지는 않아졌어.
마음껏 사랑해주다가 죽으면, 후회할 것 같지는 않아.

해영이 입장에서도 생각해 봤겠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가장 미워하며 살아야 하는 것과,
그 사람이 죽더라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것.

어떤 것이 덜 아플지에 대해서 말이야.

자신이 죽더라도 마음껏 사랑했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아.
서해영이라면 말이야.

그래서 포기하지 않기로 하지.

다가가는 자신을 밀어내는 해영을 향해,
평소처럼 욱해서 해선 안 될말을 내뱉지는 않아.

왜냐하면,
그녀가 자기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도,
도경은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거니까.


3. 기대


변하지 않는 환시 속에 답답함이 느껴질 무렵,
자신의 진심이 해영에게 닿았고,
해영이는 자신에게 응답했어.

환시 속에 둘은 분명 헤어졌는데,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됐어.

도경은 '어쩌면' 이라는 단어가 자꾸 생각나.

어쩌면, 나도 죽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4. 절망

그런데 운명은 가혹하게도,
환시 속에서 보고싶지 않았던 장면들이,
다시 현실에서 반복 돼.

집주인 아들이 자기를 찾아 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해영이가 요리를 하다 다쳤대.

죽거나, 다치는 건 결국 변하지 않는 걸까?

죽음의 그림자가 다시 성큼 자신에게로 다가온 기분이야.


5. 간절

서해영이 첫사랑은 아니야.
전해영도 사랑할 만큼 사랑했어. 못하는 탁구를 배워 프로포즈에 성공할 만큼 말이야.

그런데도 서해영과의 사랑은 특별해.
마지막이 정해져 있다고 느껴서만은 아닐 거야.

원없이 사랑을 주고 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해영은 받은 것만큼 자신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줘.

서해영한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아니야, 안 괜찮아.

사랑할 줄 아는 이 여자가 사랑스러워서 미치겠어.
마주 잡은 손을 다시 놓고 싶지 않아.
그래서 와락 껴 안아.

'시간을 붙잡고 싶어.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더라도? 아니, 죽고 싶지 않아.

서해영과 사랑하는 지금이 너무 간절해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