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내 목숨을 알코올에!

어제 런치먹은 가게 가서 또 먹고,

저게 돼지고기 수육이랑 식감이 비슷한데 이름은 안적었거든

뭉근하게 맑은 소스에 조린다음에 내놓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고기가 부드럽게 찢어지고 맛도 순해서 진짜 맛있음

여기 주인장 별명이 다 잘한다고 해서 '올마이티'라고 불리는데 그럴 만도 하다

저녁밥 먹으러 똑같은데 또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토시로 나온 문어, 식감 좋고 맛있음.

2일동안 피폐해진 간을 달래 줄 서양배와 모닝 장미시럽의 칵테일, 베이스가 아마 벨베델이었나

진짜맛있음 먹고난다음 입안에 장미향이 퍼지는게 독특함. 제작년에 쑈크먹고 또시킨거임

생딸기 베이스 롱칵테일이면 보통 소다 필업이나 토닉 필업 하는데 '진저에일로 필업해도 꽤 괜찮음' 이라 해서 시험해봤더니

오오미 쒸벌 맛있음

마카로니 치즈 그라탕, 느글느글한게 해장이 되거든. 맛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어제 갔던 이시노하나에서 만취해서 돌아간게 분해가지고 또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잔은 '좀 희한한 진토닉 있다면서여!? 주이쏘!' 라고 해서 받은 보비스 진토닉

진짜 별거 없거든? 심지어 라임주스도 안들어가고 보비스 진, 피버트리 토닉워터, 오렌지 필 뿌리고 퐁 넣고

근데 개 깔끔하고 맛있음, 진 자체가 워낙 보타니컬하고 순해서 저렇게 먹는게 제일 낫다고 하더라.

이게 네덜란드 크래프트 진인데 워낙에 맛이 인상깊어서 한컷, 요새 크래프트 진들이 대부분 순하고 향긋하게 나오는 추세인 것 같다

이시노하나 오리지널 칵테일, 그란토리노

색깔 배치는 그란토리노라는 자동차 색깔을 딴 것도 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이름을 따서 영감을 얻은 칵테일

제작년에 이거 처음 마셨을때 나오는 병 보고 '엉? 저 조합으로 뭐를 만든다고?' 싶었는데 마셔보니 너무 맛있어서 2년만에 재회한 칵테일

메이커스마크, 르제 크렘 드 카시스 부르고뉴, 생크릠, 에스프레소 파우더로 이루어진 칵테일인데 난 저 모든 재료들이 궁합이 맞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대가리 후려갈기게 맛있음.

손님도 막차시간되니 살살 빠지고 백바에 특이한게 보이길래 보여달랬더니 서비스로 받은 잔.

플리머스진에 메도우스윗이라고 약초같은걸 인퓨전 시킨 오리지날 진, 홍차스러운 맛이 많이 나고 플리머스가 덕분에 많이 순해짐.

그걸 써서 만든 키위 마티니, 베이스의 홍차같은 향이 키위의 단맛을 누르면서도 조화롭고 향도 은은해서 마시기 좋음

캐나다의 크래프트 진 네이지, 관계자가 이 가게 손님이고 퀘벡에 증류소가 있는데 나중에 나더러 여기 증류소 투어 한번 해보라고 병도 보여주고

오-예 공짜!

진 특유의 호불호 향이 없고, 리큐르스러운 은은한 향과 맛. 보태니컬하다 해야되나 약초계 진스러운 특성이 있다.

마시기 쉬워서 술에 쩔은 나한테는 좋드라

내가 진을 좋아하다보니 신기한 진 들어왔대서 보여준 진로우.

메모를 하다 말았는데 이게 분명 각 분야 장인

바텐더, 믹솔로지스트, 쉐프, 향수맨 4명이 합작해서 만든 진이라고 함.

물론 이거도 공짜로 한 잔 오우예

진이랑 같이 오는 박스인데 저 샘플 병 안에 이 진을 만드는데 쓰인 재료들의 향이라 해야되나, 그런게 들어있음

저거말고 설명서가 하나 따로 더 있는데 써놓은거만 보면 존나 막 궁극의 진이더라고

맞더라 존나 맛있더라 ㅋㅋㅋㅋㅋㅋ

어떻게든 술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까치 태우면서 쉬고있으니 서비스로 나온 유자 모히토.

일본 와서 가는데 마다 지인이고 한다리 건너 아는사람이라 할인 꽁술 진짜 많이 받은거같다

베이스는 소비에스키 보드카고 라임대신 유자를 쓴 레시피인데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집에서 꼭 만들어봐라, 정말 맛있다

전에 말했던 요시카와라는 사람이 독립해서 나간 후 바로 밑에 있는 니시노라는 바텐더에게 순한 칵테일을 부탁했더니 나온 럼 피즈.

하 거참 내가 또 럼 좋아하는건 어떻게알고..

이게 좋은 스승에 좋은 제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스태프들도 다 잘만듬.

럼피즈 먹고 힘내서 마신 마티니

내인생 마티니는 여기서 시작해서 여기서 끝나리

런던 넘버3 드라이진, 돌린 드라이 버무스, 오렌지비터

내가 마티니 만들면 진짜 맞추기 힘든게 진이 살면 버무스가 죽고, 버무스가 살면 진이 죽는게 제일 스트레스였는데

여기는 둘 다 살리고, 마시기도 쉬움. 마티니 못마신다던 사람도 여기 마스터가 만들어주면 마실걸?

마지막으로 막내바텐더 카와시마가 만들어준 클론다이크 하이볼.

막잔으로 와인베이스 칵테일 하려했는데 때마침 이게 나와서 좋았음.

냉정하게 평가하면 깔끔한 맛은 살짝 부족했는데 안정적인 맛이 나오니까 괜춘함

일본가서 술 실컷 먹고 나서 소바집에서 뜨끈한 소바 한그릇씩들 꼭 해봐라, 체인이고 뭐고 상관없지만 어차피 새벽 두세시 되서 열어있는데는 24시간 체인소바겠지

국물 한입 딱 먹고나면 크어어어어어어ㅓㅓㅓㅓ 소리 난다

그리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