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의 주제는 갤에서 한참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14회 엔딩에 관한 것이야. 쓸까 말까 망설였지만 어차피 쓸 걸 알기에 시간났을 때 쓴다. 14회 엔딩을 이해하려면 삼맥종, 무명, 그리고 신국의 정치 상황을 알아야 해.

일단 삼맥종, 지난번 월성에서의 1차 왕밍아웃이후 우리 폐하에게는 긍정적인 큰 일이 없었다. 화중재왕으로 인한 타격을 위화공이 위로해준 정도였지. 그래서 삼맥종에 몰입된 낭도들은 몇주간 답답함을 안고 본방을 시청했으리라 생각된다. 폐하는 월성에 가서 아로가 화살에 맞을뻔한 일을 지소에게 따지지만 '넌 가만히 있는 게 남을 도와주는 거야' 이딴식 말을 듣고 반박도 못한 채 돌아오고 만다. 그 후, 피의 대련후 무명이 내민 칼에 아로가 대신 다치면서 삼맥종은 좀 더 위축되지.

즉, 1차 왕밍아웃이후 삼맥종은 날개를 쫙 펴기는 커녕 그나마 폈던 날개를 다시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돼.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면 할수록 주변 사람들이 다치는 것, 그게 또 한번 피부로 와닿은 거지. 이런 심리상태의 삼맥종은 아로 보호와 국제정치 견학의 목적을 가지고 - 사실은 작가의 농간에 의해 - 지소가 가지 말라던 백제에 같이 가게 된다. 왕인게 들킬 리 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우리에게는 입이 싼 영실공과 그의 인간 전서구 반류가 있지 않은가?

해서 삼맥종은 적국의 한가운데에서 왕임을 밝혀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지. 눈앞에 굶주린 채 끌려온 백성과 이미 삼맥종으로 인해 황천길 여러번 다녀온 아로가 죽을 위기에 놓여있는데 삼맥종은 왕임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왜 그랬을까? 다들 아는 거겠지만 삼맥종이 왕임을 밝히는 날 신라는 끝장이야. 이 부분을 더 살펴보자.

일단 삼맥종이 왕밍아웃을 하는 순간, 아마도 창 태자는 왕을 포함한 화친사절단을 볼모로 잡고 - 이건 아주 좋은 경우 - 신라에 영토를 요구할지 모른다. 아니면 그들을 싹 죽여서 수급을 말에 매달아 신라로 보낼 수도 있지. 왕이 죽었음을 안 신라에서 지소는 섭정의 명분을 잃고 영실공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있어. 신라는 극심한 내분에 휩싸이겠지. 태후파와 반태후파가 사병으로 내전을 벌이는 동안 백제와 고구려가 이런 신라를 반으로 찢어 갈라먹을 거야. 즉, 신라가 증발되는 거야. 백성들은 유민이 되어 백제나 고구려의 천민이 되겠지.

이런 시나리오를 알고 있을 삼맥종은 작은 것보다 큰 것을 봐야하는 왕이고 그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꽉 깨물고 치욕을 참을 수 밖에 없었던 거야. 하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눈앞의 참혹한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모르지. 참고 참다가 나서려고 했을 때 무명이 등판해.

짤 쪄준 것을 봤는데 무명은 삼맥종을 왕으로 짐작하고 그의 반응을 살펴보더군. 무명도 알 거야. 여기서 왕이 나서면 신국 자체가 박살난다는 걸. 아로는 살려야겠고 삼맥종이 왕밍아웃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으니 그 짐을 혼자서 질 수밖에.

주요 캐릭터를 극한으로 압박하는 이 상황을 만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 아마도 캐릭터에게 스트레스를 팍팍 주어 이후 극 전개를 쫄깃하게 하고자 하는 게 목적일 것 같지만 -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무명이다. 왜냐면 그는 위기에 강해. 정공법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삼맥종이 좋겠지. 하지만 지금은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필요한 때야. 1회때 옥타각에 들어온 천민 무명이 원을 그려 귀족들을 압박하는 것을 봤지? 무명은 지금 백제에 신국의 원을 그린 것과 같아.

게다가 창 태자도 손에 주사위를 들고 다녀. 아마도 그는 무명처럼 승부사 기질이 있을 거야. 능구렁이같은 그를 상대하기에는 무명이 적격이지. 내가 작가였어도 무명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게 했을 것 같다. 삼맥종은 일단 신국에 가서 백제의 목을 딸 칼을 시퍼렇게 가는 것으로 하자. 파요미와 함께.

그렇다면 이렇게 말이 되고 나름대로 효과있는 전개를 보고 왜 나 낭도는 빡쳤을까. 그건 삼맥종의 쭈구리 시절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기때문이야. 1차 왕밍아웃이후 그는 다시 쭈그러져 있어. 해서 나 낭도의 마음은 답답하고 본방을 봐도 예전처럼 재미나지가 않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뭔가 진전이 있을 거라고 근거없는 기대를 했는데 아...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네그려. 무조건 참고 존재를 숨겨야 하는 삼맥종도 힘들겠지만 그걸 보는 나 낭도도 홧병이 날 지경이라고. 작가양반, 제발 담주에는 뭐라도 아기새 날갯짓 파닥파닥 한번 하게 해주십쇼.

아무튼 화친사절단을 통해 멀어졌던 삼맥종과 무명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 그건 좋다. 막문의 죽음에 대해 둘이 불 피워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백제에 오는 동안, 그리고 여러가지 소동을 겪는 동안 삼맥종의 왕 마인드를 무명이 어느 정도 알았으니 나중에 협력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둘이 친구를 넘어 정치적 파트너가 되려면 이런 시련이 필요했던 것이라  좋게 생각해보겠다. 늘 그렇듯 리뷰를 쓰고 읽으면 작가가 이해되니 이 드라마는 참으로 골치아픈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낭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