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아이스크림업체들이 꼽는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반값 아이스크림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생긴 반값 아이스크림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제값 주고 사먹으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슈퍼마켓에서 미끼상품으로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판매하려다 보니 오히려 아이스크림 가격이 올라갔다. 바(bar) 제품을 기준으로 500원에서 2005년 700원, 2010년 1000원으로 2번 인상됐다. 반값 판매 때문에 가격이 과도하게 뛰었다. 

하지만 실제 납품되는 가격은 여전히 300~400원대다. 반값 보다 높게 납품하면 슈퍼마켓에서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높일 수 없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지만 별로 남는 건 없고,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만 높이는 꼴이다. 

아이스크림업계 관계자는 “슈퍼마켓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이스크림 납품가 인하 압박이 더 심해진다”며 “수익성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아이스크림 4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반값 아이스크림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나온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이 롯데제과다. 지난 2012년부터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반값 아이스크림 차단에 나섰다. 

이후 롯데푸드와 빙그레가 참여했고, 해태제과가 지난해 일부 제품에 가격을 표시했다. 

현재 가격이 표시되고 있는 제품은 롯데제과 33종, 빙그레 8종, 롯데푸드 24종, 해태제과 15종 등 총 80종으로, 전체 아이스크림 품목 중 45% 규모다. 

바형 제품은 600원, 콘은 1200원 등 정상적인 수준의 가격을 표시하면 더 이상 슈퍼마켓에서는 반값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값 아이스크림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 

아직까지는 가격이 표시된 제품을 받지 않는 슈퍼마켓들로 인해 아이스크림업체들이 가격 표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진 못하고 있다. 가격 표시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가격 표시 제품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냉동고를 따로 분리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 표시를 하지 않은 제품 쪽에는 ‘반값’이라고 써 놓고, 가격 표시 제품 쪽에는 ‘정가’라고 써 놓고 판매를 하니 가격 표시를 하지 않은 제품이 훨씬 많이 팔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