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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대회] 서번트의 손을 주웠던 이야기 3화

ㅇㅇ(14.32) 2018.07.15 05:30:12
조회 1613 추천 26 댓글 12

1화 2화


"그럼 오늘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제는 뭐였지요?"


장신의 교사가 매끄럽게 수업을 진행한다


"공부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요!"


아이들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그랬지요, 그제는?"


"달리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


"그랬지요 그랬지요 매일같이 재능이 넘치는 아이들이 몸을 던지니 신께서도 기뻐하시겠지요"


조용히 잠든 학교에서 오로지 교실속만이 화기애애하다 


그런데 교실이, 이렇게 어두웠나 


아스라한 위화감 속에 교사가 자애롭게 웃었다 


"본 교사는 조금 아쉽군요. 여러분이 보여준 그 영웅적인 헌신도 오늘로 마지막이라니."


영웅적이라


분명 그런 표현이 아깝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교실을 유지할 열량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명이 죽어야 한다 


그 전제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토론을 통해서 그 희생자를 정하도록 하자 


의외일 정도로 간단하게 다들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토론을 통해서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도 저항을 하지 않았다.... 않았다?


모두가 그저 담담하게 모두를 위한 죽음을 받아들였.... 던가?


턱이 욱신거린다


그에 공명하듯 두통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잠깐만, 그럼 지금 앞에 앉아 있는 것들은 뭐지?


분명 어제 


나를 제외한 마지막 학생이 죽었을 텐데


"자 그럼 오늘도 주제를 정해야겠죠? 아 의견을 말할 학생이 더 이상 없군요


흠, 그럼 본 교사가 정할수밖에 없겠군요


뭐가 좋을까요


뭘 골라야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죽이며 꾸역꾸역 살아남은 당신이 만족하면서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식은땀이 흐른다


수많은 키워드를 피해왔다


주로 개성이 드러나는 키워드를 넌지시 암시해서 화살을 돌렸다 


그렇다면 교실에서 무엇 하나 눈에 띠는 점이 없던 나는 결국 마지막까지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계산이었다


"그 방향성은 옳습니다 그러한 무미에 가까운 몰개성조차도 잘 벼려내면 무기가 되는군요"


눈을 희번득 거리며 큭큭 웃는 모습이 조금 이질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감정만은 어쩔 도리가 없지요 즉 이런 개성도 생겨난다는 겁니다"


반에서 가장 모두를 싫어하는 사람 


철판에 휘갈겨 쓴 문자가 열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린다 


스르륵하고 무언가가 발을 감쌌다


옷 너머로도 무수하게 매끈한 감촉이 전해져온다 


"당신이 여기까지 도달한 원동력인 강한 의지, 신께는 최고의 선물이 되겠군요.


이토록 절절한 의지가 오로지 타인을 증오하고 반골하는데 쓰인다면 이 얼마나 고결한 모독인지! 


몰상식한 신의 추종자들은 감정을 신의 선물인양 찬양하지만 아아 그렇고 말고요! 수많은 비극을 일으키는 감정이야 말로


인간을 노리개처럼 취급하는 신이 준비할만한 수작이겠지요!"


교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는다


내 앞에 앉아 있던 무언가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팔을 뻗어왔다 


그 팔에는 빽빽하게 흡반이 돋아나 있었다


이상하다


나는 어째서 이것들을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인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를 돌아보는 면면들에는 하나같이 이목구비랄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삐죽하게 솟은 수많은 돌기와 원형의 아가리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무수히 솟아있다 


음산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마치 나를 책망하는 것처럼 들렸다


"자 당신이 매일같이 만들어낸 피와 고깃덩어리, 그 위에서 어떤 음색을 들려줄지 기대되는군요"


광소하는 교사와 교실을 무너뜨리며 파도처럼 덮쳐오는 촉수의 무리 


그것은 재가 지금껏 보아온 일상속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이질적인 광경 


마경이었다


"으,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지는 나를 보고 교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싶더니 눈이 뜨였나요? 어째서?"


의아하다는 듯이 커다란 눈을 꿈뻑이는 교사


"뭐 아무래도 좋지요 이제와서 돌아가는것도 불가능할테니. 기왕 이리된거... 신선한 공포를 맛볼 수 있겠군요."


몸을 휘감아 오는 촉수는 흐물거리지만 단단하게 억세게 몸을 옥죄어왔다 


전신을 쥐어짜는 압력에 온몸의 마디마디가 까드득 비명을 내지른다


"크...으, 아...."


'어이 꼬맹이, 뭔가 이상한 일 없었나? 평소에는 있을 수 없는 그런 기묘한 일, 이변 같은거'


'잘좀 봐봐 내가 불려온건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을 테니까'


그 말의 의미를 지금에야 깨달았다


분명히 이변은 있었다


교실을 가득 채운 촉수의 무리보다도 


무엇보다 이질적인 것은


매일 같이 이런 이질적인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던 나 자신이었다



까드득


전신을 쥐어짜는 압력에 온몸의 마디마디가 비명을 내지른다


얼핏 촉수 너머로 가방이 보인다


손은 무슨 일이 있으면 무언가를 먹어서 자신을 깨우라고 했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여력이 없었다


"고통스럽습니까? 후회스럽습니까? 실망이군요 태연하게 동료들을 그 고통에 빠뜨려 죽인 당신이라면 어쩌면...


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뭐 어렵겠지요. 자신의 죽음조차도 즐길 수 있는 미학이란 쉽게 꽃피는 것이 아니겠지요"


그 눈에 떠오른 모멸적인 감정에 무언가가 반응했다


"크....윽....!"


이를 악물고 내민 발이 순간적으로 촉수의 구속에서 풀려났다


있는 힘을 다해 내미는 발끝에는 지금도 조용히 잠든 가방이 있었다


손을 깨우는 불가능하지만


저 손은 딱히 깨우지 않아도


"닿아...라..!"


잠버릇이 나쁘다


툭 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책상에 걸려있던 가방이 떨어졌다 


가방이 두둥실 공중에 떠오른 것과 그 양옆에 있던 촉수 덩어리가 박살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음?"


교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교실 안을 날뛰며 촉수를 박살내는 가방의 모습은 좀 전까지의 마경에 지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그렇군요 낌새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쥐새끼가 하나 들어와 있었군요"


그 소리에 반응하듯 주위의 촉수를 때려부수던 가방이 곧장 교사에게 날아가 꽂혔다


무방비한 교사의 턱을 강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턱이 기괴하게 돌아간 교사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푸하!"


가방을 찢고 튀어나온 손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아 답답했다! 어떻게 된 건데!"


교사가 쓰러졌음에도 촉수들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파괴되면 그만큼 새로운 촉수가 솟아나온다



손은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주변을 뒤덮은 촉수들을 스윽 둘러봤다


"흠.. 그렇게 된거로군. 어이 꼬맹이 일단 벗어나자!"


한 순간에 상황을 파악한 손이 다급하게 외쳤다


"어떻게..?"


가까운 문 근처에도 이미 빈틈 없이 촉수가 생겨나는 중이었다


"어떻게는 어떻게야!"


번개처럼 날아간 주먹이 문에 격돌


포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굉음을 울리며 뒷문 주변이 날아갔다 


"뛰어! 잡히면 죽는다!"


내 손으로 척 날아든 손이 중의적인 의미가 담긴 말을 했다


"어, 어디로 가야 돼?"


"일단 나간다. 여긴.. 앞이 안보여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별로 안좋아. 기분이 나빠"


속이 메슥거린다는 듯한 말투였다



교실에서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복도는 고요했다 


단순히 수업중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정적


달리는 도중에 보이는 교실들은 창 너머로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으... 배고파 뭐 먹을거 없어?"


이런 와중에도 손은 태평한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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