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이 막장이니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성대로 살진 않는다. 막장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희태를 만나고 희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무섭도록 희태에게 집중했던 일리이다. 그녀에겐 희태를 지키는 일이라면 교통사고도, 7년이라는 시간도 문제되지 않았다.

그런 일리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몰라 계속 준의 작업실을 향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면 더 일리가 없어 보였다.

막말하는 시어머니에, 1분 1초도 눈뗄 수 없는 시누이, 백수 주제에 자신의 일을 저퀄이라고 무시하는 도련님까지.. 희태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했지만 진짜 자신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내꺼처럼 진심을 다하는 일리가 대단해 보였다. 그런 일리이기에 준에 대한 마음은 더더욱 위험해 보인다. 그 마음 역시 진심일 가능성이 크기에..

아무와도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없고 유일한 자기 편인 남편도 바빠서 말 못하는 시누이에게나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현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람이 당연하다거나 정당화될 순 없다고 본다. 불륜은 불륜이다. 모르겠다. 성장통을 겪는 부부의 이야기라는데 없어야 할 성장통은 아닌지..

과거의 아련하고 아름답던 사랑이 현재에 와서는 현실에 묻혀버리는 것 같아 서글펐다. 사랑하는데.. 사랑하는데.. 왜 그게 현실이 되어버리는 걸까.

과연 일리는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 너의 시가 되어주겠다는 약속. 너의 안주가 되어주겠다는 약속.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희태인데 그런 희태를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