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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하쳅스키가 퓰러를 디스한 이유

이제큐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02.27 17:21:32
조회 313 추천 1 댓글 7



사실 이건 작년 12월에 올린 글과 거의 비슷한데 지난 번 포스팅 퓰러와 리델 하트 '신화' 의 내용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다시 편집해 올려 봅니다.

지난 포스팅에 <U>TheBuckStopsHere</U> 님이 리플을 달아 주셨는데 제가 퓰러가 소수 정예로 다수의 징집병을 격파한다는 전략관이 형성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오해를 하신 듯 합니다. 유대인님의 말씀처럼 퓰러의 이론은 비웃을 것은 아니고 영국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한 것입니다. (물론 100명의 꼴릿하게 생긴 아군이 적군을 유인한다는 괴이한 섹드립 이론은 아닙니다. ㅋㅋㅋ))

퓰러와 리델 하트는 제1차 세계대전 서부 전선에서 어마어마한 소모전의 전장에 있었고 그 자리에서 직접 구른 인물들입니다. 두 명은 몇 킬로미터 진격하려고 몇십만명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교착 상태가 너무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이라 여겼고 그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퓰러는 그러다가 전차라는 신개념 무기체계에 집중하게 되었고 전차를 통하여 새로운 기동전의 영역을 구축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퓰러의 전략적 마비 이론과 리델하트의 간접접근 전략이 탄생했는데요, 두 이론은 1차 대전식의 대규모 부대가 격돌하는 전투, 전역 양상을 최대한 회피하고 산업화시대 이전에 있었던 고전 전투들로부터 소수 부대가 다수 부대를 측방 기습 등 기동전으로 격파한 선례를 찾아 이론의 뒷받침으로 삼는 것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퓰러와 리델 하트는 1차 대전때 그랬던 것처럼 스팀롤러에서 뽑아져 나오는 대규모 부대는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고 그들의 이론에 따라 기계화된 소수 정예 병력으로 적의 대규모 병력을 기동전을 통해 무너트릴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퓰러는 여기서 18개 기갑/기계화 사단이면 영국 및 그 식민지들을 방어하기에 최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퓰러와 리델 하트의 이론은 소모전, 교착전 양상을 탈피하려는 시도로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부로 공격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 시대의인물인 투하쳅스키는 퓰러를 상당히 디스하게 됩니다. 이유는 퓰러의 전략관이 소련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투하쳅스키는 저서 미래의 전쟁 3부작에서 퓰러를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전장은 미국과 캐나다 국경이다. 양군은 모두 완전히 기계화되어 있다. 그런데 영국군은 퓰러가 좋아하는 18개 사단을 가지고 있고 미국은 180개 사단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전차 5,000대와 항공기 3,000대를 가지고 있고 후자는 전차 50,000대와 항공기 30,000대를 가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국군은 손쉽게 무너진다. 기계화, 기동화됐지만 규모가 현저히 작은 부대가 미래 전쟁을 주도한다는 것이 망상이라는 게 확실하지 않은가? 오직 멍청한 자들만이 퓰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투하쳅스키가 이렇게 책에 썼듯이, 투하쳅스키가 본 퓰러의 사상은 러시아적인 입장에서 볼 때는 그저 망상이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경악스럽게 긴 국경을 고려하면, 아무리 붉은 군대가 최정예가 되어도 18개 사단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습니다. 투하쳅스키 입장에서는 병력과 장비를 뽑고 유지하는 데 무리 없는 산업 능력을 가졌으면, 특히 영국처럼 당시의 소련보다 훨씬 산업화된 나라에서 군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인데 왜 병력을 소규모로 제한하려 하느냐는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붉은 군대는 적백 내전 때의 서방의 간섭과 영국과의 일시적인 국교 단절 때문에 소비에트 연방이 자본주의 국가들에 포위되어 있으며 대공황을 계기로 자본주의 국가들의 노동 계급이 소련을 이상향으로 삼아 혁명의 움직임을 보이면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전부 힘을 합쳐 소련을 침공할 것이라는 다소 피해망상에 잡혀 있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대가 필요했지 퓰러의 소수 정예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30년대는 스탈린의 산업화가 진행되며 투하쳅스키의 이상으로 다가가던 시기였습니다. 산업화의 결과인 대량 생산은 당시 소련에서 최선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의문을 던지면 반동으로 몰리기 십상이었습니다. 투하쳅스키는 물론 산업화의 철저한 지지자로서 퓰러가 생각한 소수 정예 VS 다수의 징집군 구도가 아닌 소수 정예 VS 다수 정예의 구도로 이론을 몰고 가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스탈린의 산업화를 찬양하는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위의 이유들로 인해 투하쳅스키는 퓰러의 전략관을 신랄하게 디스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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