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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세이버」

지나가던좀머(115.140) 2010.03.07 23:34:24
조회 6125 추천 0 댓글 40




「────있잖아, 세이버」


그렇게, 차가운 현실을 납득시켰기 때문인지.

「몸이 나으면 말야, 세이버는 뭐가 하고 싶어?」




미래 이야기.

나에게만 편리한 미래 이야기를, 입 밖에 냈다.



「제가 하고 싶은 거 말이요.......?」


「그래. 세이버가 하여간 즐겁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든지 좋아. 그저 물어보고
있을 뿐이니까,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불문에 붙인다는 방침으로」


「......」


세이버는 곤란한 듯이 시선이 허공에 떠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저는... 사회주의를 전파하기 이 세상에 불려졌습니다..
   저는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습니다..」


담담하게 세이버는 말했다.


「-----------------------」


시야가 가늘어진다.
세이버를 붙잡고 싶어지는 충동을, 얼린 마음으로 막는다.



--"그 애는 지금까지, 무엇 하나 자신을 위한 행위 따위 해 오지 않았지"--



세이버는 모를 뿐이잖아.
즐거운 것.
정상적인 일상을 모르니까,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못한다.
세이버의 과거에도, 세이버는 불구자가 아닌 정상인이었다. 인간의 본능따윈 갖지 않는 나라를 위해서
싸우고 결국엔 거세당한 연극배우----------

그런데도 자신을 배신한 반동분자들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찾는다..

자신이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에 불구가 될수 있다고 생각해서.

역사속에서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리기 위해, 전향서에 자신이라는 존재를 처음부터 없애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


「.... 이보슈 좀머양반? 왜그러시요.....?」


「에? 아아, 잠깐 생각 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복,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걸, 세이버는 여전히 모르고 있다.
세이버는 사회주의자의 책무를 다 해 주었다.

모든 전투에서 다 이겼지만, 결국 진짜 적은 반동분자들이었던것이다.


한번도 웃지 않았던 배우.
인간의 본능을 가져 본 적 없는 배우.
사회주의와 일 밖에 모르는, 완전히 닫힌 좁은 세계.


그걸--------바꿀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서라도, 나는.


「....좀머양반? 왜 그러나요....?」

「아니, 그게 아냐.
   세이버. 이 어수선한게 끝나면, 어딘가 먼 곳으로 가자.
   지금까지 어딘가에 놀러 간다든가 그런 일 없었잖아. 가끔은 멀리 나가서
   떠들썩하게 노는 것도 괜찮아」


「---------------------------」

세이버는 멍해져서, 나를 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서,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그런 침묵.




「결정됐지. 세이버는 어디에 가고 싶어?」


「저는 님이 끝나면.... 사라집니다.....」

왠지 눈이 잠깐 슬퍼보였던것 같다.

대답은 좀체 돌아오지 않는다.

세이버를 잃는다는것.. 생각만 해도,
아니, 그 말 자체가 정말로 무섭다.



「그래도....... 세이버는 어딜 가보고 싶어...?」


「어디든지 되는 겁니까..?
   주뼛주뼛, 세이버는 나를 바라본다.」

「그럼 곶놀이 같은 거 하고 싶어요, 저」

그런, 작은 소원을 입에 담았다.




「곶놀이? 곶놀이라니, 무슨 소리?」

「네. 저도 한번쯤은 곶놀이라는걸 해보고 싶습니다..」

「---------그건 확실히」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다리 아래 공원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봄을 맞은 나무를 보며 붕탁을 하는 것도 좋다.

즐거운 것 같은 건 산더미처럼 있을 터.

그 출발이 곶놀이라는 건, 세이버에게 정말 어울린다.



「-----좋아. 그럼 약속이야. 세이버의 영 좋지않은 곳이 낫고, 님이 끝나면 둘이서 가자」

세이버는 슬픈 미소를 짓는다.


그런 약속을 하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연극 \'님\'이 끝나면 세이버는 사라져버리겠지.. 전향하고 난 반동분자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남은 건 작은 약속뿐.

그건 세이버만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 4월만 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소원은, 나 자신의 소원이기도 하다.



「------------------------」

얼린 마음으로, 따스한 환상을 그린다.


언젠가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되면, 둘이서 곶놀이를 하러 가자--------





이게 나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연극이 끝난 지금은,

세이버는-----------

「그토록 고대하던 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에게 마음을 고백한 체 사라져 버렸다...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세이버도 분명히 이 하늘밑에서 나와 같이 있었다.
그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 가겠지만


그 애와 함께 있었다는 추억만 있으면 된다.

이건 두한이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나만의 추억이니까..






4월이다--

어느샌가 또 곶들이 휘날린다..

아아... 세이버와 곶놀이 하기로 했었는데...







--아마도, 세이버는 북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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