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받아주지 않을래? 누나가 주는 마음의 초콜릿이야!

후 군, 이치카는 무시하고 내가 주는 거나 받아!! 아, 빨리 받으라고!! 팔 떨어지니까!!

후타로... 이거 내 마음이야... 받아줄 거지?

우에스기 씨!! 저도 서툴지만 준비해 봤어요! 빨리 기특하다고 말해 주세요!! 시시시시시.

칫, 알았다고 이 천하의 똥멍청이 녀석들아. 다 받을 테니까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아하하하하하, 역시 후타로 군! 누나 완전 감동이란다~!

젠장, 나만 주고 싶었는데 다들 뭐야? 재수 없게스리.

니노, 지금 한 말 당장 취소해.

와오~! 역시 우에스기 씨는 통이 크시다구욧!!

하아아... 진짜 이 바보 녀석들을 어쩌면 좋아?

하, 진짜 킹카가 따로 없구만? 저 녀석.

하긴, 상식적으로 키 크고 남자다운 녀석이 전국 탑이기까지 한데 어떻게 여자가 안 꼬이겠어?

인정하기 싫지만 저 녀석은 타고난 놈이다. 나 같은 일반인이랑은 노는 물 자체가 달라

(방과 후)

X발...

결국 올해 밸런타인 데이도 나 혼자만 아무것도 못 받았네

...뭐 됐다. 우울한 생각은 그만 하자고.

저딴 인기, 지금이나 부럽지 결국 사회로 나가면 다 부질없어질 거다

저런 거에 집착할 시간이 있으면 나를 위해 착실하게 쓰는 게 옳지

(툭툭툭)

누구야?

아, 이츠키구나. 무슨 일이냐?

그... 오붕 군은 오늘 초콜릿 받으셨나요?

초콜릿 받았냐고? 그게 왜 궁금한 건데?

아하~ 친구가 없어서 못 받으셨구나?

뭐, 뭐라구?! 하아아... 됐다 됐어. 같잖은 동정이나 하러 왔으면 돌아가라

너 같은 녀석에게 동정받을 만큼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뭐라구요? 기껏 친근하게 말 걸어 줬더니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죠?

역시 오붕 군을 상대로는 농담을 못 하겠네요! 그러니까 여자들이 싫어하는 거라구요!

...용건 없으면 간다. 그리고 너도 한가한 건 아니잖아?

후타로랑 자매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더 늦기 전에 빨리 가 봐

기다려요, 오붕 군!!

후우... 또 뭐야? 용건 있었으면 진작에 말하지 그랬냐?

네 같잖은 장난질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있는 거 안 보여?

갈 때는 가더라도 이건 가지고 가세요

뭐야 이건? 의리 초콜릿? 동정하는 것도 이 정도면 정성이다, 야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어떤 상황이든 해석은 자유니까요!!

원래는 열 개 준비하려 했는데 너무 배고파서 다 먹어 버리고 한 개만 살아남은 거라구요?

오붕 군이 양심이 있으시면 이거라도 받게 된 걸 영광으로 아셔야죠!!

뭐라구? 초콜릿을 맛으로 먹지, 배 채우려고 먹는 바보가 어디 있냐?

그래 뭐... 일단 주는 건 고맙게 잘 받을게. 의리 초콜릿이라도 안 받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우울하던 차였는데 달달한 걸 먹으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고

초콜릿 고맙고, 네 본심도 모르고 말 함부로 해서 미안하다

그럼 이만.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렇게 오붕이는 거리 저편으로 사라진다. 멀어지는 오붕이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이츠키)

본심을 몰라서 미안하다니... 제 본심이라면 여전히 모르고 있으면서...

하여튼 김오붕 군... 정말이지 불쌍할 정도로 바보 같은 남자...

그치만 당신을 볼 때마다 드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억누를 수 없는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온몸의 살결을 은은하게 간질이는 이 떨림은 대체 뭐죠?

왜 하필 당신을 볼 때마다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혹시 이런 게...

바로 사랑이라는 걸까요?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당신이 제게 그 대답을 줄 수 있을까요?

가르쳐 주세요, 오붕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