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키마스 공국은 피폐해졌다.

디트리히의 지휘 아래에, 원수 가라이도 연합 왕국과 외계의 위협 이그노빌리움과의 전쟁에서 간신히 승리했다.

그러나 적의 잔당은 아직도 대륙 곳곳에 숨어있었기에, 완전한 종전까지는 아직 먼 상황이었다.

디트리히

도르키마스 군은 늘 장관이 부족했다. 함대를 이끌어 보는 것이 어떻겠나, 귀관에게는 소질이 있다.

로비

제게는 아직 그 만큼의 재주가 없습니다.

디트리히

아직은 그렇지.... 다음, 귀관을 구축함 함장으로 임명하겠다. 또한 승진이다. 이제부터 자네는 로비.프로이세 소좌(소령)이다.

승진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이 때, 로비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가라이도 연합 왕국과의 싸움에서 본 최전선의 지옥과 같은 풍경 뿐이었다.

수많은 부하들을 희생한 주제에, 자기 자신만 천하태평하게 승진을 하다니....자기 혐오로 머리가 엉망진창이 된 것만 같았다.

도르키마스 사관

이 함이 앞으로 귀관이 지휘하실 함입니다.

소좌로 승진한 로비가 부임하게 된 곳은, 에른스트가 이끄는 제 4 함대 소속의 구축함이었다.

로비

배 치고는 모양이 별로네요.

함장으로서, 도르키마스 공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애초에 구축함을 이끌만한 소질이 자신에게 있는게 맞나?

이렇게 자문하면서, 로비는 함장으로서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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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키마스 병사

이런 이런, 전사한 전 함장을 대신해서 오는 사람이, 이런 아가씨란 말인가.

고참병

우리들의 운명이 저런 젊은 아가씨에게 맡겨진다니, 생각할 수록 절망적이야.

구축함에서 로비를 맞이한 자들은 고참의 도르키마스 병사들이었다.

원래는 성깔 험한 사람들이었지만, 도르키마스 군의 근성이 깃들었고 또한 최전선에서 지옥을 보고 온 자들이기도 하다.

로비

(모두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앞선 전투에서의 싸움이 깊은 것 같네요.)

마지막 전투에서 제 4 함대의 구축함 대부분이 격침되거나 대파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다.

로비

너희들의 새로운 함장 로비.프로이세다.

아직 미숙한 점도 많다. 그렇기에, 모두를 믿고 의지하고자 한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노련한 장군이 아닌, 젊고 미숙한 소령이 함장으로 왔다는 소식에 절망하는 기색만이 전해져왔다.

고참병

그런것보다 아가씨,

기분 전환 겸에 옷 벗고 춤이나 추는 게 어때?

난데 없이, 이런 야유가 쏟아 내려졌다.

중사

어떤 새끼야?

상관 모욕은 총살감이야 임마!

장소가 단번에 술렁거렸다.

아까의 말에 편승해 야유하는 병사. 비웃는 병사. 반응은 다양했다.

로비

(예상대로, 병사들의 마음은 황폐해졌습니다.)

(보건데, 고참 병사들도 상당히 절망감에 젖어 있습니다.)

앞선 싸움에서, 이 함의 절반 이상이 전사했다고 들었다.

전우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는데, 태연하게 구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그들의 마음이 거칠어진 이유는, 군에 대한 반감 보다는 오히려 절망에 가까울 것이다.

로비

(절망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많이 힘들 겁니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왜 디트리히가 함의 함장으로 자신을 임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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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가 속한 제 4 함대는 에른스트 발페트 제독이 이끌고 있었다.

에른스트

아, 왔는가? 우수한 신인 함장을 부하들이 곧바로 제 손에서 굴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에른스트는, 디트리히의 눈에 들었던 군인들 중 한 명이었다.

로비

무슨 농담을. 저들을 굴리고 있는 건 내 쪽입니다.

에른스트

자네가 이끄는 함은 제 4함대 중에서도 고참병들이 많이 타고 있는 함이다.

실제 전투에 들어간다면, 근처의 젊은 장교들보다도 더 의지하게 될 것이다. 입이 험하지만 너그럽게 봐줘.

그 정도의 병사들이라면, 함장을 장악하려 드는 일도 당연하다는 말이었다.

로비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에른스트

앞으론 그런 딱딱한 경례 없어도 된다구?

우리는 막가파 함대니까 말이야.(원문 직역은 "부서진 함대", 아마 격식을 타파했다는 의미 같음)

로비

막가파라뇨?

에른스트

우리 장병들은, 너같은 귀족출신의 아가씨와는 달리, 전부 아랫것들 뿐이라고.

습관도 말투도, 모든것이 다르다. 그러니 이런 분위기에 빨리 익숙해 져야 한다.

로비

알겠습니다.

그 길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에른스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에른스트

이제 부하들 다스려야할 신인 함장을 위해, 내가 선물 하나 주지.

에른스트

조만간 제 4함대 전체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

장소는 도르키마스 국가 남단의 "희망의 해변"이다.

로비

그 곳은 확실히,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저 있는 해수욕장 아닙니까?

그런 장소에서 군사훈련이라뇨?

에른스트는 평가를 하듯 로비의 몸을 보고 있었다.

에른스트

로비 프로이세 함장. 수영복 있나?

로비

에...?

에른스트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일까지 준비해 오도록.

제 4함대 사령부의 명령이다. 알겠나!?

로비

ㄴ...네...!